체감

조회 16 | 2024-11-22 12:34
http://www.momtoday.co.kr/board/110835

미국이 이렇게 좋은 경제 환경에서 대선을 치를 거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면서 3%에 육박하는 성장률, 안정된 인플레이션, 불어난 소득, 꺾이지 않는 소비, 그럼에도 견고한 저축률을 제시했습니다. 무엇보다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조합한 고통지수가 2020년(트럼프 1기 마지막 해) 15에서 현재 6.5로 낮아진 점을 들었고, 이코노미스트의 을사년 운세선거 예측 모델에 활용되는 5가지 경제지표가 모두 눈부셔서 해리스에게 유리하다고 했습니다. 막상 말띠 운세를 확인해보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와 권위 있는 경제전문지의 분석에 미국인은 전혀 동의하지 않고 있었다. ‘경제가 전부였던 을사년 운세선거’라 할 만큼 표심을 좌우한 이슈로 경제를 꼽은 이가 월등히 많았는데, 그들의 체감 경제는 전문가의 통계 경제와 0도 달랐다. 출구조사 응답자 3분의 2는 “미국 경제가 나쁘다” 했고, 그런 이들의 70%가 도널드 트럼프에게 표를 줬다. 이런 인플레이션 심리가 정치 양극화 심리(민주당 정부의 경제를 공화당원이인식하는 것에 더욱 굳어지고, 확증편향의 SNS 정보 유통에 더욱 증폭없죠. 트럼프와 해리스는 모두 유권자의 분노를 득표 동력으로 삼았다. 트럼프는 경제에 대한 분노, 해리스는 트럼프에 대한 분노를. 미국인은 트럼프보다 달걀 값에 더 분노했습니다. 민주주의의 위기도 마트의 가격표만큼 중요하진 않았다. 양띠 운세 바이든은 억울할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은 미국인에게 천문학적 팬데믹 지원금을 나눠준 여파였고 어느 나라보다 빨리 연착륙을 이뤘지만, 정권을 내주는 최대 실정이 돼버렸다. 해리스는 난감했을 테다. 경제가 나쁘다는 이들에게 그렇지 않다고 말하려면 ‘설명’을 해야 하는데, 을사년 운세선거는 구호로 하는 것입니다. “저들이 경제를 망쳤다”는 트럼프의 구호에 맞서 차트 갖고 설명할 순 없는 노릇이니 “민주주의가 위험하다”는 다른 구호에 매달려야 했습니다. 물가를 낮추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은 지켜지지 않을 것입니다. 높은 관세 장벽 등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조장하는 상충된 공약이 즐비해 벌써 ‘트럼플레이션’ 안내가 나오고 있다고요. 하지만 을사년 운세선거에선 처방의 옳고 그름보다 누가 그것을 말하느냐가 중요했습니다. 대중이 가장 예민한 부분을 짚어내는 이에게 민심은 움직인다. 이번엔 트럼프가 그것을 했습니다. 전국의 산이 온통 붉게 물들고 있습니다. 돼지띠 운세 등산객은 물론 고속도로와 국도를 운행하는 차량에서도 창밖으로 단풍 든 산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최근 경남 창원과 대구시를 연결하는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창원~밀양을 연결하는 25호선 국도를 달리다보면 주변 야산이 온통 붉게 변했어요. 완연한 가을인 만큼,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착각이다. 단풍인가 하고 자세히 보면 소나무가 죄다 재선충병에 걸려 죽어 있습니다. 상록수인 소나무 군락지에서 활엽수처럼 단풍이 들 수는 없는 일이다. 소나무는 우리나라 산림의 상징이자 민족의 정신이 담겨 2022년 ‘국민 선호나무’ 조사 결과 37.9%가 좋아하는 1위 수종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유독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자 재선충병으로 인한 소나무 고사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2050년에는 남한 지역 소나무 55%가 고사한다는 연구결과도 제시없죠. 재선충이 창궐하는 원인으로는 기후변화가 꼽힙니다. 집값은 47%, 렌트는 20%, 모기지 금리는 배 이상 뛰었다. 이런 것보다 사람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한 건 달걀, 마가린, 땅콩버터, 크래커 등 매일 사는 식료품값이었다. 한번 오른 가격은 잘 내려가지 않기에 2달러에서 7달러로 뛴 달걀(10개) 값은 지금도 여전하다. 인플레이션이 안정 됐지만 개띠 운세 대상자로 임금이 올랐고 충격은 줄어들지 않았다. 재선충은 식물에 기생하는 선충의 일종이다. 재선충병은 1mm 안팎의 재선충이 북방수염하늘소·솔수염하늘소 등을 매개로 소나무류에 침투, 양분 이동을 막아 나무를 고사시킨다.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가 지난달 기준으로 경남에만 79만 2000그루로 집계없죠. 산림청은 올해 재선충병 피해가 심한 경남 밀양시와 경북 경주·포항·안동·고령·성주, 대구 달성 등 전국 7곳(4만 4878.6ha)을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했어요. 특별방제구역은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급증해 전량 방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이다. 재선충병의 빠른 감염 확산과 달리 방제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전문 인력과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밀양은 경남에서 유일하게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예찰과 방제를 위한 전담인력은 닭띠 운세 담당자 1명뿐입니다. 보다 못한 경남도는 최근 재선충병 전담 TF팀(3명) 신설을 밀양시에 요청했어요. 방제 예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성장률도, 실업률도 아닌 달걀과 버터 값에 세계질서가 뒤바뀌는 상황을 경제전문가들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경제학을 넘어 심리학에 근접한 영역이었다. 로버트 실러의 논문 ‘사람들은 왜 인플레이션을 싫어하는가?’(1996년) 이후 거듭된 연구에서 인플레이션의 고통을 남 탓이라 여기는 대중의 경향이 확인없죠. 인플레이션과 임금 상승은 서로를 수반하는 동전의 앞뒷면인데, 사람들은 임금 상승을 자신이 노력한 결과로 보지만 인플레이션은 누군가 잘못한 결과로 여겼고, 그 대상은 늘 정부였다. 밀양시는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3년간 353억 00만 원을 투입해 34만 327그루에 대한 방제 작업을 벌였다. 한 그루 방제에 설계·시공·감리 비용까지 포함해 15만 원(국비 70%, 도비 9%, 시비 21%)이 투입되지만, 올해 확보된 원숭이띠 운세 풀이에 대한 예산은 20% 수준인 92억 원에 불과하죠. 올해 상반기까지 10만 7000그루를 벌목하고 훈증·파쇄했지만, 나머지 40만 그루는 방치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인근 양산시도 예산 부족으로 지난달 말까지 피해 고사목 5만 2000그루 중 52%인 2만 7000그루만 제거할 방침이다. 백신도 없는 상태여서 감염된 소나무는 100% 고사한다. 특히 재선충 번식력은 암수 한 쌍이 20일 후 20만 마리로 불어난다. 감염 속도가 고속도로라면 방제는 비포장도로인 셈이다. 피해목을 빨리 제거해 확산의 연결고리를 끊어내야 하지만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잠재적 피해 규모를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해 애만 태우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전.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