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석씨가 팬카페에 쓴글 (오지랖 많은 대중들의 무례함)
아이를 데리고 마트에 갔다. 이럴 때 나와 내 아이가 하루 30번 이상 들은 이야기가 있다. 아마 이것은 내가 알려진
사람이기에 그 횟수가 많을 뿐이지 다른 누구나 지겹게 들은 이야기 일 것이다. 바로 “어디보자 누구 닮았나.
아~ 다행이네 아빠 안 닮아서 예쁘구만~” 이다. 이것을 그나마 눈치 좀 있는 아줌마들은 ‘엄마 닮아서 예쁘구만’
이라고 하는데 이마나 마빡이나 마찬가지인 말이다. 이것을 덕담으로 생각하면 되지 뭘 신경 쓰냐고 할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아니다. 분명 기분이 언짢은 말이고 그것을 불쾌하게 듣는 이가 꽤 있다는 것은 안 하는 것이
좋은 말이라는 것이다.
아이는 그냥 예쁘다고 말해 주는 것이 제일 좋다. 어른들은 얼굴이 크네 작네로 외모 평가를 당한다면
우리네 아이들은 엄마 닮아 예쁘네 못났네 를 어려서부터 듣고 자라야 되는 것일까?
그것을 다 농담이라고 하면 안 된다. 농담은 듣는 당사자도 함께 웃어야 유머가 있는 농담이다.
듣는 상대가 불쾌 하면 그냥 깐족이다. 더구나 아이가 이미 다 커서 말귀 알아듣는 정도가 되었는데
‘엄마는 예쁘더만 아빠 닮아서 눈에 쌍꺼풀이 없네’ 같은 말이나 ‘아이고 엄마 닮았으면 돈 안 들 텐데’ 같은 말은
그냥 시비 걸고 싶어 안달이거나 ‘난 무례한 인간이라네’ 를 외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실제 저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주변에 아주 많다. 심지어 친구들 간에도 저런 말을 농담이랍시고 하는 이들이 꽤 있다.
저런 말을 하는 이들은 꼭 친구의 강아지 보면 ‘된장 발라야지’ 같은 시대착오적 유머도 남발 하는 경우가 꽤 있다.
또 하나.
나처럼 딸이 둘이거나 딸 하나 있는 이들에게 던지는 말 가운데 최고 랭킹에 드는 바보 같은 말.
‘아들 하나 더 낳아야지?’
아들 하나 더 낳아야지를 2천 하고도 13년이라는 시대에 하는 것은 조심 할 필요가 있다.
제사를 바라는 사람도 아니고 농사를 이어 나갈 생각도 없고 가문의 맥을 이어갈 생각도 없는 이들에게
‘아들 낳아라.’ 라는 말은 과연 덕담일까? 아내가 나이가 많아 더 이상 아이 갖는 것이 힘든 경우도 있고,
심지어 남편이나 시댁에서 아들을 간절히 원해 괴로운 여자에게 뭣도 모르는 남이 아들 낳으라고 하는 것이
덕담일 수 있을까? 특히 딸 둘이 엘리베이터 안에 함께 있는데 아들 낳으라고 계속 랩 하는 아줌마의 입은
너무 안 예뻐서 괴로웠다. 아이들은 그 아줌마의 결국은 아들이 최고이고 든든하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 드렸을까?
더 대박은 내게 항상 그 말을 하는 아줌마는 딸집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아들은 미국에 살고 있는데 항상 내 아들은
미국에 살고 있다고 자랑을 한단다. 하긴 정말 든든하시겠다. 든든한 미국에 든든한 아들이 살고 있어서.
나 하나 듣기 거북한 말을 거론 한 것이 아니다. 이미 딸만 있는 가정에서 들은 수많은 이야기다.
이제 아이들에게 외모 거론, 성별 관련 이야기는 삼가자. 남의 가정에 섹스 문제 까지 끼어들어 아들 낳는 비법 까지
차고 들어 올 것인가. 이제 이런 말은 더 이상 덕담이 아니다. 그냥 무례이고 결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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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미국에 든든한 아들이 살고 있어서.ㅋㅋㅋ
암튼, 옳은 소리인 것 같아요. 에혀;;
공감하는 분들 많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