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

조회 1100 | 2013-08-18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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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

 

 

 

몸살감기가 심했던 어느 날, 아내는 아이들과
친정에 가 있었고, 혼자 감기와 싸워야 했습니다.
겨우 일어나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려고 주방으로 갔습니다.
컵을 찾다가 난장판이 되어 있는 주방을 보고는
하는 수 없이 천근만근 무거운 팔을 움직여 설거지를 했습니다.
주방을 정리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식탁에 앉고 나니 비로소 참을 수 없는 두통과 기침이
온 몸을 두들기고 있었습니다. 순간, 이렇게 힘든데
혼자 있는 게 서글퍼 아내에게 문자를 보내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고 자리에 누웠습니다.
잠시 눈을 붙이려고 누워 떠오른 생각은
어릴 적 어머니가 차려주신 저녁상이었습니다.
당시에도 어머니는 아마 저와 비슷한 감기였을 겁니다.
그리고 상을 차리시는 내내 기침을 심하게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반찬을 식탁에 내려놓으실 때 어머니는 기침을 참지 못하고
음식 위로 몇 번의 기침을 하셨습니다.
그때 제 기억으로 못난 아들은 이렇게 말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 참, 손으로 가리던가 하지.”
어머니가 음식을 내려놓느라 손으로 가릴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저에게 이렇게 답했습니다.
“미안해…….”
그리고 텅 빈 방에 누워 감기 때문인지 모를 아픔으로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사랑으로 세상을 움직인다면 그 힘의 90%는 우리 어머니들이 아닐까요?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류 완 / 집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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