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지나면 기억력 ‘쑥’

조회 1600 | 2014-01-2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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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폭력장면 조심해야죠

아이들은 태어난 지 얼마쯤 되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기억할 수 있을까?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릴 때를 기억하라고 하면 5~7살 정도에 일어난 일을 스쳐 가는 한 장면처럼 기억할 뿐이다. 그래서 태어난 때를 기억하는 영화 〈양철북〉의 주인공은 그저 영화라서 그러려니 여긴다.

사실 의학적으로 봐도 태어날 때의 기억을 가진 아이란 있을 수 없다. 그때는 아직 행동을 기억하는 ‘소뇌’도, 이미지를 붙잡아 두는 ‘대뇌의 해마’도, 기억을 담당하는 ‘대뇌의 전두엽’도 성숙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청각 자극에 대한 습관적인 행동은 이미 엄마 뱃속에서도 가능해, 특정한 소리에 일정한 행동을 보일 수는 있다. 또 태어난 지 두 달 된 아이는 자신이 발을 흔들면 발에 연결된 모빌이 움직인다는 사실 정도는 기억할 수 있어 움직이는 모빌을 보이면 발을 움직이는 조건 반사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조건 반사는 아직까지 대뇌가 관여하는 것은 아니고, 소뇌의 일부분의 능력만으로도 가능하다.

아이들이 특정한 사건을 기억하고, 사물을 떠올리는 것은 생후 여덟 달쯤에 전두엽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 가능하다. 아이는 이 무렵부터 숨겨진 장난감의 존재를 기억할 수 있고, 엄마와 다른 사람과 분명하게 구분하기 시작한다. 실제로 특정한 행동을 보여 주고, 아이가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그 행동을 따라 할 수 있는지를 관찰한 연구 결과가 있다. 아홉 달 된 아가는 하루, 13달 된 아이는 일주일 뒤에도 같은 행동을 따라 할 수 있었다. 14달이 되자 무려 넉 달이 지나도 같은 행동을 보여 줬다.

해마와 전두엽이 상당히 성숙해진 이 때가 되면 엄마와 아빠가 말다툼하는 것이나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폭력적인 장면도 오랫동안 기억해 그 행동을 따라 할 수 있다. 결국 이 시기 아이들에게 어떤 행동을 보여 줄지는 부모, 더 나아가서는 사회가 고민해야 한다. 이 무렵 아이들이 넉 달 정도밖에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넉 달 이하 간격으로 같은 일을 반복해서 겪다 보면 그 기억은 훨씬 오래갈 것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가 갑자기 예전에 있었던 일을 말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대략 두 돌 무렵인데 언어를 이용해 기억을 해 내는 것이다. 세 살이 되면 한 해가 지난 뒤에도 그 일을 기억할 수 있다. 이처럼 말을 사용하게 되면서 아이의 기억 기능은 한 단계 올라간다. 이 무렵이 되면 아이들에게 예전 일을 물어 보고 확인하는 것이 아이들의 기억력 및 두뇌 능력을 올릴 수 있다.

단지 많이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보여 준 것을 시간이 지나서 확인해 준다면 아이들은 기억력 검사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엄마의 질문을 통해 도대체 어떤 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사건을 어떻게 시간 순서대로 떠올려야 하는지를 배움으로써 아이의 기억 능력이 좀더 나아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물어봐서는 안 된다. 아이가 도전할 만한 과제를 주는 것은 너무나 좋으나, 아이가 피곤하게 느낄 정도라면 오히려 해롭다는 사실은 뇌과학이 밝혀 낸 객관적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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