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잊었어요

조회 2564 | 2011-04-04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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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난 벌써 다 잊었어요.

 

아직 당신 차와 같은 걸 보면 나도 모르게 번호판을 보게되고

같이 갔던 식당에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당신이 먹던 음식을 주문하곤 하죠.

버스를 타고 당신 집앞을 지나칠땐

나도 모르게 내리려고 벨을 누른적도 있어요.

혹 지나가다 닮은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한숨 한번에 허탈한 웃음을 지을때도 있고요.

 

그런데 뭘 다 잊은 거냐고요?

 

당신의 얼굴 당신의 목소리 당신의 뒷모습까지

너무너무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그 옆에서 웃고 있던 날 다 잊었어요.

 

 

한 겨울밤에 뭐가 잘못된건지 알지도 못하는데

차를 고쳐야한다는 당신 때문에

구두를 신고 벌벌 떨던 

내 모습을 잊었고

편식이 심한 당신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먹을 수 없었던 나를 잊었어요.

단 한번도 마중을 나오거나 바래다 준적이 없었던

당신을 만나러 가는 버스안에서도

오늘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벨을 누르던

날 잊었어요.

100m밖에서도 한눈에 알아보고 뒤돌아서서 몰래

거울을 꺼네보던..나를..잊었어요.

 

 

난 이제 당신을 추억하는거에요.

더이상 당신 기억으로 아프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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