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선물

조회 1936 | 2016-06-2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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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암 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입니다.
야간 근무를 하는 어느 날 새벽 5시, 갑자기 병실에서 호출 벨이 울렸습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

호출 벨 너머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환자에게 말 못할 급한 일이 생겼나 싶어 부리나케 병실로 달려갔습니다.
병동에서 가장 오래된 입원 환자였습니다.

"무슨 일 있으세요?"
"간호사님, 미안한데 이것 좀 깎아 주세요."라며
사과 한 개를 쓱 내미는 것입니다.

헐레벌떡 달려왔는데 겨우 사과를 깎아달라니...
큰일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맥이 풀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그의 옆에선 그를 간호하던 아내가 곤히 잠들어 있었습니다.

"이런 건 보호자에게 부탁해도 되는 거잖아요?"
"미안한데 이번만 부탁하니 깎아 줘요."

한마디를 더 하고 싶었지만, 다른 환자들이 깰까 봐 사과를 깎았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더니 심지어 먹기 좋게 잘라달라고까지 하는 것입니다.
할 일도 많은데 이런 것까지 요구하는 환자가 못마땅해서
저는 귀찮은 표정으로 사과를 대충 잘라 놓고
침대에 놓아두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성의 없게 깎은 사과의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환자는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그래도 전 아랑곳하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환자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며칠 뒤 그의 아내가 수척해진 모습으로 저를 찾아 왔습니다.

"간호사님... 사실 그 날 새벽 사과를 깎아 주셨을 때 저도 깨어 있었습니다.
그 날이 저희 부부 결혼기념일이었는데,
아침에 남편이 선물이라며 깎은 사과를 저에게 주더군요.
제가 사과를 참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남편은 손에 힘이 없어 사과를 깎지 못해 간호사님께 부탁했던 거랍니다.
저를 깜짝 놀라게 하려던 남편의 마음을 지켜주고 싶어서
죄송한 마음이 너무나 컸지만, 모른 척하고 누워 있었어요.
혹시 거절하면 어쩌나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그 날 사과를 깎아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저는 눈물이 왈칵 쏟아져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그 새벽 가슴 아픈 사랑 앞에 얼마나 무심하고 어리석었던가..
한 평 남짓한 공간이 세상 전부였던 그들의 고된 삶을 왜 들여다보지 못했던가..
한없이 인색했던 저 자신이 너무나 실망스럽고 부끄러웠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제 손을 따뜻하게 잡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말해주었습니다.

"고마워요. 남편이 마지막 선물을 하고 떠날 수 있게 해줘서.."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 사소한 도움이라도 요청한다면
기꺼이 도와주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너무 사소하여 지나쳐 버리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누군가에게 사소한 일이 또 누군가에겐
가장 절박한 일일 수 있다는 것만 기억해 주세요!


# 오늘의 명언
행복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 아리스토텔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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