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의 민감한 정서 변화는 태아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모체의 신체 건강이 태아의 신체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한 걸음 더 나아가 태아는 모체와 탯줄로 연결되어 신체적으로 필요한 양분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필요한 양분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임신 기간 동안 무엇보다 임신부의 안정이 요구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림대의대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이근영 교수는 "엄마에겐 작은 소리일지라도 자궁 안에서는 크게 진동되듯이, 임신부에게는 심장을 두드릴 정도의 작은 스트레스가 태아에겐 엄청난 고통으로 전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태교의 중요성이 해를 더하면서 강조되는 것도 이유가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부들 중에는 자신의 스트레스가 태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하여 제대로 실감하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임신부의 스트레스는 심하면 면역계에 이상을 일으켜 저체중아 및 자연 유산, 조산율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스트레스의 발전 경로를 살펴보면 더 쉽게 이해된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는 가장 먼저 뇌의 시상 하부에 접수된다. 시상 하부에 접수된 스트레스 신호는 각종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게 하는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 호르몬’이라는 예비 물질을 만들어, 이를 인접한 뇌하수체에 전달한다. 이를 받아들인 뇌하수체는 이후 각종 스트레스 호르몬을 관장하는 부신 자극 호르몬을 분비하고, 이것을 다시 신장 위에 위치한 부신으로 전달한다. 그러면 부신은 스트레스와 관련된 각종 호르몬을 분비하고, 이 호르몬들은 다시 혈관계를 통해 신체의 각 부위로 신속하게 전달되어 혈관이 미치는 모든 신체 조직에 영향을 준다. 다시 말해 임신부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임신부의 부신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고, 이것은 혈관으로 연결된 신체 각 부위에 영향을 미쳐 결국 태반을 통하여 태아에게도 전달되는 것이다.
▶ 스트레스는 태아의 뇌 성장을 방해한다
한편, 스트레스는 태아의 어떤 조직보다도 두뇌 조직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한다. 신체 반응은 일정한 자극에 의하여 항상 일정한 반응이 나타나는 특이적인 반응과, 같은 자극이라도 그 자극에 의한 반응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비특이적인 반응으로 나뉜다. 그 중 비특이적인 반응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신체 반응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관이 수축하여 혈압이 상승하면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고, 체온이 올라가고 호흡수가 증가하며 근육이 긴장되는 등의 증상이 생긴다.
문제는 이러한 스트레스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혈액 내의 산성도를 증가시킨다는 점이다. 혈액 내의 산성도가 증가하면 혈관이 미치는 모든 조직에 영향을 주게 되어 결국 태아는 ’태아 곤란증’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즉, 임신중에는 태반의 융모 혈관에 있는 태아의 혈액과 융모막 공간에 있는 모체 혈액이 접촉하면서 태아에게 필요한 영양소와 산소 등이 전달되는데, 이때 스트레스로 증가된 임신부의 아드레날린이 태반을 통과하면서 자궁과 태반의 혈관을 수축시켜 결국 태아에게 가는 혈액의 양을 감소시킴으로써 태아 곤란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태아 곤란증이 일어나면 자연 분만보다 제왕절개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으며, 태어난 신생아들에게도 여러 가지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태아에게 들어가는 혈액이 감소하면 혈액을 통해 전달되는 산소의 양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다. 태아에게 있어서 산소에 가장 민감한 부분은 뇌. 스트레스는 결국 태아의 뇌 발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뇌의 성장을 막게 된다.
글/ 조재현 기자 취재에 도움주신 분/ 이근영(한림대의대 강남성심병원 교수) 자료제공/ (주)한솔교육
자료제공 : 앙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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