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난 벌써 다 잊었어요.
아직 당신 차와 같은 걸 보면 나도 모르게 번호판을 보게되고
같이 갔던 식당에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당신이 먹던 음식을 주문하곤 하죠.
버스를 타고 당신 집앞을 지나칠땐
나도 모르게 내리려고 벨을 누른적도 있어요.
혹 지나가다 닮은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한숨 한번에 허탈한 웃음을 지을때도 있고요.
그런데 뭘 다 잊은 거냐고요?
당신의 얼굴 당신의 목소리 당신의 뒷모습까지
너무너무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그 옆에서 웃고 있던 날 다 잊었어요.
한 겨울밤에 뭐가 잘못된건지 알지도 못하는데
차를 고쳐야한다는 당신 때문에
구두를 신고 벌벌 떨던
내 모습을 잊었고
편식이 심한 당신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먹을 수 없었던 나를 잊었어요.
단 한번도 마중을 나오거나 바래다 준적이 없었던
당신을 만나러 가는 버스안에서도
오늘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벨을 누르던
날 잊었어요.
100m밖에서도 한눈에 알아보고 뒤돌아서서 몰래
거울을 꺼네보던..나를..잊었어요.
난 이제 당신을 추억하는거에요.
더이상 당신 기억으로 아프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