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양손잡이? 따지지 말고, 아이의 특성을 존중해요!

조회 3429 | 2014-05-1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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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왼손잡이는 남들과 다르다는 편견과 생활의 불편함에 오른손잡이로 교정해야 한다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왼손잡이가 창의적이고 양손잡이가 될 확률이 높다 해서 오히려 왼손잡이를 더 선호하는 부모도 있다. 시대를 막론하고 끊임없이 등장하는 왼손잡이에 대한 이야기. 과연 내 아이를 위해서는 어떤 말을 들어야 할까?

*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병원장인 소아청소년과 교수 김영훈 박사가 답해준 왼손잡이 궁금증을 YES or NO로 정리했다.

한쪽 손을 많이 쓰는 현상은 돌전부터 나타난다? NO
아이가 생후 12~24개월이 되면 어느 한쪽 손을 많이 씁니다. 3~5세가 되면 뚜렷하게 한쪽 손을 많이 쓰지요. 아이가 돌 전에 한쪽 손만을 내밀거나 하는 현상은 아직 이행기이기 때문에 특별한 소견이 아닙니다. 이러한 아이도 나중에 대부분 오른손잡이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한편 생후 12~24개월경에 왼손잡이였으나 자라면서 오른손잡이로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왼손잡이인지, 오른손잡이인지 12개월 전에는 판단하기가 어려우며 5세 이후가 돼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봅니다.

부모가 왼손잡이면 아이도 왼손잡이일 가능성이 높다? YES
뇌과학 연구자 레비(Levy)는 왼손잡이의 발생률이 부모가 왼손잡이가 아닌 아이보다 부모가 왼손잡이인 아이에게서 더 높으며, 한쪽 부모가 왼손잡이일 때보다 양쪽 부모가 왼손잡이일 때가 훨씬 많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한 바 있습니다. 또 양쪽 모두 왼손잡이 부모에게서 왼손잡이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으며, 반대로 양쪽 모두 오른손잡이 부모에게서 왼손잡이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가장 낮다고 했습니다. 왼손잡이는 주로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는 것이 대부분인데, 특히 남자가 유전적인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아빠가 왼손잡이면 아들도 왼손잡이일 확률이 높습니다.

왼손잡이는 양손잡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 YES
양손잡이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는 왼손잡이가 많습니다. 원래 왼손잡이에서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오른손 사용을 강요받다 보니 오른손도 어느 정도 사용하기 때문에 결국 양손잡이가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기존의 많은 연구 결과는 양손잡이의 사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아이의 본래 타고난 기능을 오히려 저하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창의력이 더 뛰어나다? NO
왼손의 움직임은 우뇌가, 오른손의 움직임은 좌뇌가 주관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근거가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왼손잡이가 머리가 더 좋다’ 같은 선입견은 사실이 아니에요. 대신 돈을 더 많이 번다는 이색적인 통계 자료는 있습니다. 왼손잡이는 우뇌형 사고에 능해서 다른 사람에게서 공감을 쉽게 이끌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게 그 이유이지요. 우뇌는 창의력, 감성, 느낌 등과 관련이 있고, 좌뇌는 언어, 사고, 기억 등과 관련이 있는데, 왼손잡이는 왼손을 움직이는 신경이 뇌의 오른쪽에 있기 때문에 우뇌가 발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에 비해 양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떤 일을 처리할 때 우뇌와 좌뇌가 모두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왼손잡이보다는 양손잡이가 전뇌 발달에 좋다? NO
대부분의 부모나 교사들이 양손을 사용하면 손과 연결된 양쪽 뇌의 활동이 모두 발달할 거라는 막연한 추측을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양손잡이가 된다고 해서 뇌가 균형 있게 발달해 지능 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매우 큰 오류입니다. 양손잡이는 쉽게 말해 왼손이나 오른손 어느 쪽에도 집중적인 발달을 보이지 않는 상태를 말하기도 합니다. 이것을 뇌로 유추해본다면 좌뇌나 우뇌가 어느 쪽도 우세하지 않고 팽팽하게 긴장 상태로 유지되어 대뇌의 좌․우반구 어느 한쪽도 탁월한 발달을 보이기 어렵다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왼손과 오른손 어느 한쪽이 우세해 그것이 전문화되고, 고도의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기 때문에 양쪽이 비슷하게 발달한다면 어느 한쪽도 매우 우수하기는 어렵겠지요. 그래서 양손잡이는 오히려 왼손잡이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장애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왼손잡이를 굳이 오른손잡이로 고쳐줄 필요는 없다? YES
왼손잡이를 굳이 오른손잡이로 교정하기보다는 그 아이가 가진 특성을 존중하고 그대로 살려 극대화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왼손잡이 아이를 오른손잡이로 교정할 때 부작용이 발생하는 이유는 두뇌 우세와 운동 우세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즉 뇌는 우뇌가 발달해서 왼손으로 써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데 환경적인 필요에 의해서 오른손을 쓸 경우에는 효율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덜 발달한 좌뇌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두뇌 우세 운동은 발달한 뇌에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는 운동을 말하며 운동 우세 운동은 뇌와는 관계없이 환경적 필요에 의해서 하는 운동을 말합니다. 따라서 왼손잡이에서 오른손잡이로 교정하려는 아이는 뇌의 기능이 떨어질 수 있으며, 학습 능력에서도 결함이 나타나거나 정서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왼손잡이 스트레스가 있다? YES
마우스 사용 시나 식사 시 손의 위치 등 불편한 점이 있어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 오른손잡이로 교정할 시에 부작용이 따릅니다. 먼저 방향감각이 떨어진다든지, 심리적인 부담감, 심하면 우울증이 올 수 있지요. 미국은 교사나 부모가 왼손잡이 아이를 오른손잡이로 교정하는 과정에서 아이에게 말더듬, 언어장애, 읽기 능력의 저하, 정서적인 문제까지 초래한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고 깨달아, 현재 미국 사회에서는 왼손잡이 아이를 오른손잡이로 교정하려는 교사나 부모를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왼손잡이를 동등하게 존중해주고 수용하는 분위기예요.

왼손잡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전하는
김영훈 박사의 조언
부모 중에는 왼손잡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어서 억지로라도 오른손으로 바꾸려고 하기도 합니다. 아이가 왼손잡이로 태어났다면 왼손잡이로 사는 게 최선입니다. 환경에 의해 아이가 왼손잡이로 사는 게 심리적인 부담이 된다면 글씨 쓰는 것 또는 밥 먹는 것까지만 오른손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왼손으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왼손잡이로 태어난 아이가 양손잡이로 자라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른손보다 왼손의 힘이 좋고 편해서 왼손을 쓴다는 건 오른손으로 할 때는 그만큼 힘들고 불편하기 때문이지요. 아이 성격상 쉽게 순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해도 아이 안에 갈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심하게 거부하기도 하므로 시도해보고 안 되겠다 싶으면 그냥 살게 놔두는 것이 좋아요. 필요할 때 교사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왼손잡이라는 사실 때문에 아이의 자존감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부모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왼손잡이가 걱정된다면?
-한글의 특성상 왼손으로 쓸 때 먼저 쓴 글씨가 가린다는 걸 실제로 보여준다. 옆의 아이와 부딪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도 엄마가 아이 왼쪽에 앉아서 시범을 보인다.
-오른손의 힘을 기르기 위해 어려서부터 준비한다. 글씨를 쓰려면 손가락 힘만 중요한 게 아니라 팔근육 힘도 중요하다. 아이가 글씨 쓰는 연습을 시작하기 1~2년 전부터 오른손과 팔의 힘을 기를 수 있는 놀이를 하거나 심부름을 시킨다.
-너무 일찍 쓰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왼손잡이라서 글씨를 예쁘게 못 쓰고 손에 힘이 없는 게 아니라 아직 어려서 쓰는 것 자체가 힘들어서인 경우가 더 많다.
-노력해보고 바꿀 수 없다면 아이의 있는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해준다. 아이는 왼손잡이어서 느끼는 불편함이 없는데 부모가 노심초사하고 있다면 아이에게 부정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세상의 부정적인 시각보다 엄마 안에 있는 부정적인 시각, 염려하는 마음이 아이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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