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때는 먹고 자는 것이 일상의 대부분이던 아기가 성장하면서 수면 시간이 줄어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때로는 놀고 싶어서 또는 부모도 눈치채지 못한 질환으로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 아이에게 잠은 성장의 원동력이며 에너지의 충전소다. 늦게 귀가하는 부모와 놀고 싶다는 아이가 불쌍해서 놀아준다면 부모는 아이에게 성장과 두뇌 발달을 저해하는 요인을 제공해주는 셈이다.
사람이 잠을 잔다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에너지를 재충전한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자는 시간이 부족할 경우 일상생활에서 매사 예민하고 무기력하며, 일에 집중력이 떨어진다. 한창 자라는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잠은 더욱 중요하다. 잠이 부족하면 성장이 잘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짜증스럽고 예민해져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 뿐 아니라 사소한 스트레스에도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며, 신체 면역력도 떨어진다. 또 자는 동안 깨어 있는 기간에 습득했던 정보를 재처리하는 과정을 거치지 못하므로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면 기억력도 떨어진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잠은 신체 발달 이외에도 기억력과 뇌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고대 안산병원 수면호흡장애센터 신철 교수는 “소아에게 야간의 불충분한 수면 시간과 수면의 질 저하는 수면 고유의 육체적․정신적 휴식의 기능을 저하시킵니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 성장호르몬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아 발육이 저하될 수 있으며 수면 중 다양한 면역 기능과 호르몬의 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다른 합병증이 유발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신체적․정신적 기능에도 영향을 주어 소화와 배변에 장애를 주기도 하고, 신경질, 분노발작, 과잉 행동 등의 이상행동을 보일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이의 성장에 대해서는 충분한 수면이 필수적입니다. 보통 성장호르몬은 밤 12시에서 새벽 2시에 분비가 되는데, 이 시간에 깊은 수면 상태일 경우 성장호르몬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따라서 밤 9~10시 사이에 잠이 들 수 있도록 수면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한다.
편안한 잠을 돕는 수면 환경
편안한 환경 조성_ 아이들도 조용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잠이 잘 오는 것은 어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목욕은 잠들기 2시간 전에 끝내는 것이 좋고, 집 안의 소음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대신 잔잔한 음악이나 자장가를 틀어준다. 취침 시간 30분에서 1시간 전부터 집 안의 불을 어둡게 하고 아이에게 곧 잠을 잘 시간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적절한 온도와 습도_ 방 안이 건조하면 아이들은 쉽게 코가 막혀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하고 뒤척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아이가 자주 뒤척이면 가습기를 틀어 방 안 습기를 조절한다. 또 아기라고 해도 방 안 온도가 너무 높으면 땀을 흘렸다가 그 땀이 식어 감기에 걸리거나 잠을 방해하는 경우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잠자기 의식_ 아이를 잘 재우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잠자기 준비’를 매일 반복적으로 수행해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잠자기 의식(Sleep Ritual)’은 잠을 잘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부모와 자녀 간의 신호다. 예를 들면 함께 잠옷으로 갈아입고 양치질을 하고 화장실에 다녀온 뒤에 누워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거나 책을 읽어주고 안아주거나 뽀뽀를 하고 방에 불을 끄는 것으로 끝나는 순서를 매일 반복하는 것이다.
과도한 놀이 자제_ 각성을 과도하게 증가시키는 몸놀이는 잠자기 1시간에서 30분 전에는 자제해야 한다. 아이들은 자기 전에 30분 이상은 편안한 환경에 노출되어야 잠이 들 수 있다. 간혹 아이들이 심하게 움직여야 피곤해서 쉽게 잠이 들 거라고 생각하는 부모가 있는데, 이는 밝은 낮에 해야 효과적이고 저녁, 특히 잠들기 전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아이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_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고 싶지 않은데 잠자리에 들면 “엄마! 나 목말라. 물 한 잔만 갖다 주세요” 혹은 “엄마, 한 번만 더 뽀뽀해주세요” “한 번 더 안아주세요” “책 한 권 더 읽고 잘래요” 등 여러 가지 요구를 한다. 하지만 이런 요구를 끝없이 들어주기보다는 아이와 미리 서로 합의된 한계를 정해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를 괴롭히는 수면장애
영아산통_ 아이가 밤마다 발작적으로 우는 것으로 소화장애, 긴장감, 스트레스 등으로 발생한다. 만약 아이가 계속 토하거나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온다면 장이 꼬이거나 막힌 상태이거나 복막염 등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급히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야경증_ 수면 중 갑자기 잠에서 깨어 몇 분 동안 비명을 지르며 공황 상태를 보이는 질환. 아이의 성장 단계에서 뇌의 성숙이 일시적으로 늦을 경우 나타난다. 깊은 수면 단계에서 나타나므로 악몽과는 관련이 없고 다음 날 잠에서 깨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유전적 원인과 스트레스, 피로 등을 유발 인자로 보고 있다. 일단 아이가 야경증을 보인다면 부모는 침착하게 아이를 다독이고,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몽유병_ 수면보행증이라 불리는 몽유병은 유전이나 질병, 열, 수면 부족, 스트레스 등에 의해 유발된다. 대부분은 성장하면서 사라지므로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하지만 매일 밤 또는 자주 나타나는 경우에는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수면보행증이 나타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잠에서 깨어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잠이 든 상태이므로 낙상, 충돌 등의 위험이 있다. 아이를 강제로 잠에서 깨우면 혼란과 두려움이 더 커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코골이_ 소아의 코골이는 대개 스트레스, 비염, 편도나 아데노이드 비대 등이 주요 원인인데, 아데노이드 비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아데노이드는 편도선의 일종으로, 3~4세경에 나타났다가 사춘기에 사라진다. 아데노이드에 염증이 생겨 비대해지면 코막힘, 코골이, 중이염, 구강 호흡 등이 나타나며 코골이의 경우 수면장애를 일으켜 아이의 성장과 정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기 월령별 수면 시간과 환경
신생아기
하루의 대부분을 자면서 보낸다. 하루 중 16~17시간을 밤낮 구분 없이 잔다. 잘 자지 않는 아기도 이 시기는 몸의 기능이 미숙하기 때문에 눈을 뜨고 있는 듯이 보여도 생리적으로는 자고 있는 상태다. 낮잠은 짧게 약 2~4시간 단위로 자고 깨고를 반복한다. 미숙아는 잠자는 시간이 다소 길다. 신생아는 초기 생체 시계가 확실히 세팅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므로 밤낮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1~3개월
밤과 낮의 리듬 만들기를 시작한다. 밤낮의 구별이 생기기는 하지만 3개월이 되어도 잘 자지 않는 아기도 있다. 아기는 대부분 3개월이 지나면서 자고 일어나는 것이 규칙성을 갖기 시작한다. 밤에는 4~6시간 정도 내리 잘 수 있다. 이때는 밤낮의 구별을 확실히 하기 위해 수유 간격을 일정하게 하고, 목욕, 산책 등의 하루 일과를 적당히 분배하도록 한다.
4~6개월
밤 수면이 완성되는 시기다. 밤에 7~8시간씩 잔다. 밤에 잘 자지 않는 아기는 낮의 활동량을 늘리거나 잠옷을 준비해서 잠을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6개월이 지나면서 낮잠이 3회에서 2회 정도로 줄어든다.
7~9개월
밤에 우는 것이 심한 아기는 먼저 하루의 생활을 잘 살펴본다. 낮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따라 밤에 잘 자기도 하고 밤새 울기도 한다. 아기의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엄마가 함께 자는 것도 효과적이다. 낮잠 시간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오전 9시경부터 아침 낮잠을 자고, 오후 낮잠은 12시에서 2시 사이에 1~2시간 정도 자는 것이 좋다. 늦은 오후의 낮잠은 오후 3~5시에 자고 너무 늦게는 재우지 않는 것이 좋다.
10~12개월
아기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총 자는 시간은 12~14시간 정도다. 즐거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게 한다. 수면 교육이 잘되면 낮잠은 오후 한 번으로 충분하고, 밤에도 빨리 잠자리에 들어 아침까지 푹 잔다. 잠자리에 들기 전 15~20분 정도 엄마와 아기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하루의 마무리를 잘할 수 있다. 정해진 수면 시간이 되면 아기에게 이야기를 해주거나 노래를 불러주어 안정된 분위기를 만든다.
13~24개월
이 시기는 낮과 밤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이므로 수면 습관을 들이는 데 노력해야 한다. 18개월이 지나면서 아침 낮잠이 없어지고 하루 한 번 정도 잔다. 이 시기에는 14시간 정도의 잠을 자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대부분 10시간 정도의 잠을 잔다.
25~36개월
하루 한 번, 1~3시간 30분 정도 낮잠을 잔다. 이 시기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일찍 재우는 것만 신경 쓰고 일찍 깨우지 않으면 잠자는 습관을 들일 수 없다. 다음 날 잠자는 것 자체가 전쟁이 되기 쉽다. 중요한 것은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고정시키고 오전 중에 밝은 빛에 노출시켜 아이에게 규칙적인 습관을 갖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