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하는 아이들의 스트레스 읽기

조회 3893 | 2014-06-1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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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쪼그만 게 뭘 안다고’라고 생각하는가? 성장하기 위한 발달 과업을 수행하고 새로운 상황에 맞닥뜨리면서 세상을 배워나가야 하는 아이에게는 모든 것이 스트레스로 다가갈 수 있다. 하물며 아직 말을 못해 그런 마음을 표현하기 힘들다면? 살피고 풀어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몸을 뒤집고 기고 걷는 등 아이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새로운 과업에 대한 도전이다. 처음 시도하는 일에는 스트레스가 따르기 마련. 적당한 스트레스는 생활에 긴장과 활력을 불어넣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발전하는 데 힘이 된다. 또 스트레스를 견디는 경험은 더 큰 스트레스에 대한 면역력을 길러주는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
문제는 스트레스가 과하게 누적되었을 때다. 어른들은 스트레스가 쌓였다고 생각하면 친구를 만나고, 노래를 부르거나 운동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해소한다. 그런데 아이는 스트레스가 뭔지도 잘 모를뿐더러 자기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다. 정아동발달센터 이정은 원장은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 화가 나” “엄마도 아빠도 모두 미워”라고 말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화를 내거나 물건을 집어 던지는 행동으로 표현합니다. 최근 들어 아이가 부쩍 짜증을 많이 내거나 퇴행 현상 같은 부정적인 증상이 나타난다면 ‘얘가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라고 생각하기 전에 ‘아이가 혹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해봐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아이가 보내는 스트레스 신호
아이는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는지 알아채지 못한다. 갑자기 짜증이 나고 화가 나는가 하면 여러 가지 신체 증상이 나타나는 데 왜 그런지 모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부모의 역할이다. 스트레스로 압박감을 느낄 때, 참다못해 스트레스가 목구멍까지 차올랐을 때 아이들은 어떤 증상을 보일까?

심하게 칭얼거리거나 화를 자주 낸다_ 부쩍 심하게 칭얼거리거나 이유 없이 자주 운다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나?’라고 의심해본다.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은 아이는 엄마를 때리거나 작은 일에도 화를 잘 내고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럴 때 아이가 버릇이 없어졌다며 야단치지 말아야 한다. 쌓였던 스트레스가 이렇게 분출되는 것일 뿐, 아이 또한 자기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기운이 없고 눈 맞춤을 피한다_ 심한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은 아이는 표정이 어둡고 생기가 없다. 항상 위축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눈을 맞추는 것도 피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기운이 없고 눈을 잘 맞추지 않는다면 무조건 ‘왜 이렇게 기운이 없냐? 씩씩해야지!’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엄청 쌓였다는 것을 눈치채야 한다.

복통이나 틱, 야뇨증 같은 신체 증상이 나타난다_ 심리학에서는 야뇨증을 ‘밤의 눈물’이라고 한다. 눈물이 날 정도로 힘든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신체적인 증상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또 스트레스로 인해 대소변을 꾹 눌러 참거나 대소변을 가렸다가 다시 잘 못 가리는 퇴행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심하게 쌓이면 틱, 말더듬, 강박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마음이 힘든 것이 넘치다보니 몸의 증상으로 나오는 것. 또 이유 없는 복통이나 두통이 나타나거나 손톱을 물어뜯고, 눈을 깜빡거리거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아이에게 불편한 게 뭘까?’라고 체크해보고 풀어줘야 한다. 정서적인 응어리가 풀리면 틱이나 말더듬 같은 신체 증상도 사라진다.

아이는 이럴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린이집에 가거나 새로운 친구를 만날 때, 심지어 처음 가보는 식당이나 잠잘 때 불을 끄는 사소한 일도 아이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다른 아이의 장난감을 갖고 싶은데 갖지 못하거나 놀이터에서 줄을 서야 하는 일, 또 물이 담긴 욕조 안에 발을 담그는 일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의 스트레스가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성장 과정을 이미 겪은 어른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도 아이에게는 힘들다는 것을 생각하자. 아이에게 처음 놀이방에 가는 일은 취업을 위해 면접을 보러 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기억하자.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대표적인 상황을 정리해보자.

동생이 태어났을 때_ 부모의 사랑과 집안의 모든 장난감을 독차지하는 천국 같은 나날을 보내던 아이에게 동생의 탄생은 엄청난 스트레스다. 자신이 누리던 것들을 빼앗길까봐 두려운 아이는 끊었던 젖병을 다시 물고 아기 소리를 내는 등의 ‘퇴행 행동’으로 부모의 관심을 끌려고 한다. 또 부모 몰래 동생을 괴롭히기도 한다
이렇게 해보자_ 퇴행 현상이나 동생을 괴롭히는 행동이 나타나는 것은 ‘나 스트레스 엄청 받고 있어요’라는 말과 똑같다. 이럴 때 아이에게 ‘형’의 역할을 강조하여 양보하거나 의젓할 것을 요구하지 말자. 아이는 아직도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는 ‘어린아이’임을 명심해야 한다. 아이를 위한 시간을 내어 따뜻한 말이나 즐거운 놀이를 하고 칭찬으로 자신감을 북돋워주자. 기저귀나 젖병을 가져다달라고 하며 동생을 돌보는 일에 참여시키고 인정해주면 아이는 자긍심을 느끼며 스스로 형의 역할을 해낼 것이다.

생활환경이 바뀌었을 때_ 부모가 아프거나 출장, 여행 등의 이유로 할머니 집에 맡겨지거나 양육자가 바뀌는 등 환경의 변화에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 잘 가리던 대소변을 갑자기 실수하거나 말이 없어지고 짜증이 급격히 늘었다면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있다는 증거다.
이렇게 해보자_ 아이에게 ‘갑작스러운 일’은 큰 스트레스가 된다. 그러므로 할머니나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 하더라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미리 얘기해주자. 이사 가기 전에 이사 갈 동네를 몇 번 가보거나 할머니 집에 몇 번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서서히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도록 아이의 속도에 맞추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특효약이다.

배변 훈련을 시작할 때_ 아이에게 배변 훈련은 스스로를 돌보는 독립적인 생활의 첫걸음이다. 그만큼 두려움이 크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그런데 대소변을 가릴 정도로 발달되지 않은 18개월 전의 아이에게 배변 훈련을 시킨다면? 그것은 아이에게 엄청난 스트레스 그 자체다. 게다가 기저귀를 잘 떼지 못하는 자신에게 좌절감을 느껴 자신감까지 줄어든다.
이렇게 해보자_ 기저귀를 빨리 뗀다고 아이가 똑똑하다거나 잘 자라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기저귀를 자꾸 빼버리거나 변기를 사용하고 싶어 할 때 배변 훈련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 보통 18~32개월경에 하는 것을 권하는데, 28개월 때쯤 느지막이 배변 훈련을 하면 한 번에 뚝딱 떼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서두르느라 아이에게 스트레스 주고 엄마도 힘들기보다 느긋하게 가는 것이 더욱 현명할 수 있다.

처음 놀이방에 갈 때_ 집에서만 생활하던 아이가 놀이방에 가는 일은 배변 훈련과 함께 독립적인 존재로서 큰 획을 긋는 일이다.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고 규칙에 적응해야 하니 스트레스가 엄청난 것은 당연. 그래서 놀이방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거나 엄마에게 매달려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거나 아이가 기운이 없이 멍하니 앉아 있다면 스트레스를 풀어줘야 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해보자_ 놀이방에 갈 때마다 부모와 떨어지는 것을 힘들어하거나 부쩍 잔병치레가 많아진다면 아이의 마음을 알아줘야 한다. 아이를 강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에 억지로 다그치기보다는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한두 달 쉬었다가 다시 보내는 것도 좋다. 그리고 평소 아이가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성향이라면 놀이방에 가기 전에 1~2달 전부터 가끔 들러서 관찰하는 ‘탐색 기간’을 가지는 것도 스트레스를 예방하는 방법이다.

아이 스트레스 지수 확 내려가는 마음 읽기
아이들은 수많은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예민하거나 둔감하고, 활동적이거나 소심한 성향 등 여러 가지 기질에 따라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도 각각 다르다. 그런데 많은 경우 상황이나 사건 그 자체보다 부모의 양육 태도가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스트레스 주는 부모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아래 사항들을 꼭 지키도록 하자.

예민한 아이는 섬세하게 대하라_ 잠을 잘 못 자거나 깊이 못 자는 아이, 작은 소리에도 잘 놀라거나 반응이 큰 아이는 기질적으로 예민한 아이다. 차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고 낯선 사람을 보고 울음을 터뜨린다면 예민한 아이라고 보면 된다.
같은 상황에서 큰 반응을 보이는 예민한 아이는 당연히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은 예민한 아이를 두고 ‘무조건 다 받아줘야 하나? 손 타지 않을까? 혹시 더 예민해지는 건 아닐까?’라는 고민을 한다. 이정은 원장은 “예민한 아이의 기질을 섬세하게 잘 맞춰주면 아이의 정서는 점차 안정됩니다. 안정된 상태가 지속되면 아이의 욕구가 충족이 되면서 점차 둔감해지죠. 아이에게 불편함을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겨 스트레스도 덜 받게 됩니다”라고 말한다. 예민하거나 겁이 많은 아이에게 “넌 왜 이렇게 겁이 많아. 씩씩해져야지!”라고 다그치면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으며 더욱 까다로워진다. 아이가 예민하다면 그것을 인정하고 섬세하게 쓰다듬어주면 아이는 점차 자신감 있고 큰 불편함도 잘 견딜 수 있는 아이로 자란다.

기질 불문, 일단 아이의 마음부터 읽어주자_ 아이가 예민하든 무딘 성격이든 간에 아이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장점을 살려주는 최상의 방법은 바로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다. 이정은 원장은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할 때는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 중요합니다. 만약 아이가 친구의 장난감을 가지고 싶어서 울거나 고집을 부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때는 ‘감정 읽어주기+훈육’의 순서로 말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저 장난감 가지고 싶었어? 친구가 빌려주지 않아 속상하겠다’라고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읽어주고 ‘그런데 저건 친구 거야. 그러니까 친구에게 잠시만 바꿔서 놀자고 말해보자’라며 훈육과 함께 아이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 표현을 가르쳐주면 좋습니다“라고 말한다.
아이가 만약 뛰어다니다가 넘어졌다면? 많은 부모들이 “그러다 넘어질 줄 알았어. 그러게 덤벙대지 말랬지!”라고 윽박지르기 일쑤다. 넘어져서 아파하는 아이는 부모의 말에 상처를 받고 마음에 응어리가 생긴다. 그런데 이때 “아유, 많이 아프겠다. 약 발라줄까?”라고 일단 아이의 마음을 읽고 난 후에 “그래, 이런 곳에서는 뛰면 넘어지니까 다음부터 조심하자”라고 훈육을 하면 아이는 마음이 풀리며 부모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아이를 일단 인정해주면 아이는 스트레스도 풀리고 엄마의 훈육도 잘 듣는다.

 
TIP_ 순둥이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잘 먹고 잘 자는, 부모의 입장에서 키우기 쉬운 아이를 보통 순둥이라고 부른다. 손 하나 안 대고 키웠다고 말하는 순둥이 아이들, 과연 정말 순한 것일까?
보통 불편하거나 배고픈 것에 대해 표현을 잘하지 않고 혼자 잘 노는 순둥이 중에는 소극적인 성향을 가진 경우가 많다. 무던한 성격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아이는 다른 외부적인 변화를 만나면 오히려 더 힘들어하기도 한다. 부모 눈에 순해 보이고 키우기 쉽다고 순한 것은 아닐 수 있다.
이런 아이의 경우 부모는 아이의 욕구를 더욱 섬세하게 살펴보고 채워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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