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간큰도둑

조회 1761 | 2014-12-0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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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재력가가 붙박이장 밑에 묻어둔 뒤 숨지면서 수십 년간 가족들도 모르게 감춰져 있던 금괴 130여 개를 집안 공사를 하러 온 업자가 발견해 훔쳤다가 동거녀를 배신하는 바람에 덜미를 잡혔다.

9일 서울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기 누전으로 추정되는 불이 난 서초구 잠원동의 한 2층 주택을 수리하던 인테리어업자 조 모(38) 씨는 안방에서 불에 탄 붙박이장을 뜯어내다 방바닥 밑에서 커다란 궤짝 하나를 발견했다.

↑ 자료사진 (사진 = 이미지비트 제공)

열어보니 1㎏ 무게의 금괴가 1980~1990년대 날짜가 찍힌 신문지에 하나하나 낱개로 싸여 있었다.

모두 130여 개로, 시가 65억 원 상당이었다.

"겁이 날 정도로 금괴가 많아 몇 개만 가져가면 주인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에 조 씨는 금괴를 3개만 훔쳐 함께 일하던 인부 2명과 하나씩 나눠 가졌다.

조 씨는 그러나 그날 밤 동거녀인 김 모(40) 씨와 다시 그 집을 찾아가 남은 금괴를 몽땅 들고 나와 김 씨의 침대 밑에 숨겼다.

이때까지만 해도 조 씨의 범행은 완전범죄에 가까웠다.

집주인이었던 A(84) 할머니와 자식들은 금괴의 존재를 전혀 몰랐기 때문이었다.

서울 강남 일대에 상당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던 A 할머니 남편 B 씨는 1960년 후반 한남대교가 준공된 뒤 교통량이 늘면서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B 씨는 숨을 거두기 3년 전이던 2000년 안방 왼쪽 붙박이장 밑에서 궤짝을 꺼내 금괴를 가족들에게 한 차례 나눠준 뒤 치매에 걸렸다.

남은 재산의 행방을 모르던 가족들은 설마 오른편 장롱 밑에도 금괴가 묻혀있을 줄 몰랐던 거였다. 하지만 조 씨가 범행 사나흘 만에 다른 여성을 사귀어 동거녀 김 씨의 집을 나가면서 범행은 탄로 났다.

김 씨가 조 씨를 찾아달라고 심부름센터에 의뢰하면서 범행 내용을 알게 된 심부름센터 직원이 경찰에 제보를 한 것이다.

경찰은 지난 2일 조 씨를 붙잡아 구속하고, 검거될 당시 조 씨가 갖고 있던 금괴 40개와 현금 2억 2,500만 원을 비롯해 타고 다니던 벤츠 차량 등을 A 할머니 가족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 씨가 비록 훔친 금괴 대부분을 처분했지만, A 할머니는 몰랐던 남편의 재산을 이렇게라도 찾게 돼 상당히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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