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할퀴고 간 선이네 집

조회 1295 | 2015-01-29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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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건...

화재가 일어난 며칠 후,
따뜻한 하루에 한 통의 편지가 날아왔습니다.
어디에도 도움을 요청할 길 없는 피해 가족의 사연을 접한
따뜻한 하루 가족님이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묻는 편지였습니다.

어떤 사건이든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들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선이(가명)네도 그렇습니다.

선이네 집은 화재가 난 의정부 아파트 옆, 다가구주택입니다.
아이가 넷인 선이네에는 아버지가 계시지 않습니다.
사고로 막내가 태어나고 얼마 안 있어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엄마 혼자 아이 넷을 양육해야 하는데,
막내가 22개월밖에 되지 않아 직업을 가질 수도 없습니다.

그나마 수급자 가정으로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최소한의 생활비로 네 아이를 키워왔는데,
그 정도 금액으로 다섯 식구가 살기는
너무 빠듯하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환경이 선이 엄마를 향해 "죽어라"를 외치고 있었지만,
선이 엄마는 여자가 아닌 엄마이기에
악착같이 살아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화재 사건이 아슬아슬하게 부여잡고 있던
그 끈마저 태워버리게 됐습니다.
불길이 얼마나 강했는지 가재도구,
아이들 옷은커녕 노트 한 권 들고 나오지 못했고,
집은 전소되어 수리조차 불가능하다고 하니까요.

사고 이후 선이 엄마는 아이 넷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곁에 있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절망보단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의지를 다잡는 것이 엄마의 할 일이니까요.
그러나 의지만으로, 보이지 않는 희망만으로 아무것도 남지 않은
이 상황을 살아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다못해 아이들 책가방, 학용품조차 살 돈이 없고,
거처는 이 추운 날 이재민으로
체육관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곧 신학기가 다가오는데 아이들이 살 곳도 가지고 다닐 것도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희망을 노래하기란 강한 엄마일지라도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오로지 구호품으로만 살아내야 하는 이 상황이 기가 막히지만,
그래도 살아야 아이들이 살 수 있기에 염치없지만
주변의 도움을 절실히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뜻한 하루는 외면할 수 없습니다.
도와야 하는 것이 우리 의무이고,
따뜻한 하루가 존재하는 이유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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