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현자
나무 그늘 아래에서 노인이 잘 생긴 감자를 팔고 있었습니다.
그릇에 담긴 감자를 보며 행인이 물었습니다.
"여기 있는 것을 전부 사면 값을 좀 깍아주실래요?"
"저는 한꺼번에 다 팔지는 않습니다.
일찍 손을 털면 좋을 것 같지만 내겐 다른 이유가 있답니다.
밖에 나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나는 좋아합니다.
그리고 햇빛이 가득한 이 지상을 사랑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저 떡갈나무 잎사귀를 보고 기쁨을 느낍니다.
그런데 물건을 한꺼번에 팔아버리면
나에게서 삶의 기쁨은 이내 사라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지요."
햇볕을 막지 않으려고 비켜서는 내게
그분은 거리의 현자처럼 거룩해 보였습니다.
맹난자 (수필가)
*** 지하철 풍경소리에서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