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남편이 만원 지폐 한 장을 꺼내 아내의 손에 꼭 쥐여주었습니다.
지쳐 보인다며 어디 나가면 음료수라도
꼭 사 먹으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손에 쥐여 준 만 원을 받아 들고는 말합니다.
"여보, 나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라고
며칠 뒤 아내는 노인정에 다니는 시아버지께
남편에게 받았던 만원을 드리며 이렇게 말합니다.
"아버님, 제대로 용돈 한 번 못 드려서 죄송해요.
얼마 안 되지만, 다른 분들과 시원한 거라도 사 드세요."
시아버지는 그 날 노인정에 가서 며느리 자랑에 하루가 다 갑니다.
그리고 그 돈은 쓰지 않고,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둡니다.
명절날, 손녀의 세배에 기분 좋아진 할아버지는
서랍 속에 넣어 두었던 만원을 꺼내어 손녀에게 줍니다.
세뱃돈을 받아 든 손녀는 신이나 엄마에게 달려가 말합니다.
"엄마, 세뱃돈 받았어요.
엄마가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가방 사줘요."
그리곤 엄마 손에 다시 쥐여 줍니다.
순간 엄마는 요즘 무척 힘들어하는 남편을 생각합니다.
아내는 쪽지와 함께 만원을 남편 주머니에 넣어둡니다.
"여보 내일 뭐라도 사 드세요."
- 류중현 '지하철 사랑의 편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