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우리 집은 유복한 집안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비극이 찾아왔다.
유학을 떠난 오빠가 간암으로 갑자기 사망한 것이었다.
모든 것을 잃고 절망한 어머니가 선택한 길은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품고 보살피는 일이었다.
그것을 보고 자란 나는 어머니의 모자란 일손을 도왔지만,
그 헌신적인 사랑을 따라갈 수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장래를 약속한 사람이 있는
미국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에서 생활한 지 약 14년이 지났을 무렵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보육원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나에게 보육원을 맡아서 운영해 주길 바랐지만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올 용기는 없었다.
하지만 보육원을 방문하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보육원에 도착하자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콧물을 훌쩍거리며, 내 주위에 몰려들었다.
부모가 그리운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품에 꼭 안아주는 것이다.
나는 품을 수 있을 만큼 몇몇 아이들을 안아주고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다섯 살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잽싸게 내 품으로 파고드는 것이었다.
팔이 닿는 만큼, 무릎이 허락하는 만큼
아이들을 앉혀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20여 분이 흘렀을까
갑자기 내 치마가 뜨뜻해 짐을 느낄 수 있었다.
순간 놀라 여자아이를 일으켜 세우고 보니
아이가 내 무릎에 앉아서 오줌을 싼 것이었다.
나도 놀랐지만, 아이도 놀랐는지 일어서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우는 아이를 달래 물었다.
"쉬 마려우면 화장실에 가지, 왜 앉아서 누었니?"
나무람 반, 일러주는 말 반으로 이야기했다.
그러자 아이는 나의 질타 섞인 질문에 울먹이며 이렇게 대답했다.
순간 나의 짧은 생각에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은
충격과 미안함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듯했다.
"내가 화장실에 갔다가 이 자리를
다른 친구가 와서 앉으면 자리를 빼앗기는 거잖아요!"
아이에게 그 자리는 절박함 그 자체였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