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우리 집

조회 1580 | 2015-12-26 14:04
http://www.momtoday.co.kr/board/43083




= 아들 이야기 =

"없는 돈에 보내는 학원이 얼마나 많은데, 넌 왜 그렇게 무기력하니!"

온종일 우리 부모님이 내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요즘은 시험 기간이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몇 주 전부터 과목별로 공부를 해왔지만 계획대로 하기가 어렵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방과 후 수업이 시작되고
또 방과 후 수업이 끝나면 학원에 가야 한다.
학원에서 보내는 마지막 시간에는 멍하니 앉아 있는 것도 벅차다.
'쉬고 싶다, 자고 싶다.' 그런 생각만 계속 든다.

집에 돌아오면 어느새 늦은 저녁 시간.
학교부터 학원까지 거의 온종일 공부하느라 머리가 멈춘 것만 같다.
그런데 저녁 식탁에 조금이라도 오래 앉아 있으면
곧 엄마 아빠의 잔소리 폭탄이 시작된다.

스스로도 할 수 있는 만큼은 하고 있는데...
엄마 아빠가 바라는 만큼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는 게
너무 힘들어서 모든 걸 그만두고 싶어진다.

'이대로 삶을 놓아버리면 이 모든 스트레스가 다 사라지겠지.
그냥 살지 말까'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내가 이런 생각마저 하고 있다는 걸 과연 부모님은 알까.





= 아빠 이야기 =

나는 굉장히 좋은 아빠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집에 들어오면 집안을 무겁게 만들었던 우리 아버지와 비교하면
아이의 공부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 자상한 아빠니까.

직업 군인을 할까 하고 군대에 오래 있다가 사회생활이 늦어 버렸다.
그래서 늦은 사회생활을 따라가느라 하루 13시간씩 일을 하고 있다.
깨어 있는 아이들과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이 짧은 만큼,
아이들에게 현실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제때 공부를 해서 자리를 잡지 않으면 회복하기가 어렵다.'
'공부가 전부는 아니지만 잘하면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다.'

아이의 성공으로 자식 덕을 보겠다는 게 아니라
우리 아이만큼은 내가 겪었던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처음부터 아이에게 감시하듯 잔소리를 해댔던 건 아니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성적표를 보는 순간,
'이게 그동안 애면글면하며 아이를 뒷받침해온 결과인가?'
허무하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했다.

'이대로 두어도 괜찮을까,
너무 무르게 대해서 아이의 미래를 망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에
성적표를 받아온 날, 독한 마음으로 매를 들었다.
한동안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부디 아들이 아빠의 진심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 EBS 다큐프라임 특별기획 '가족 쇼크' 중에서 –

이전.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