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정말 추운 날이었다.
어찌나 추웠는지 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며 서 있는데
손발에 감각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지경이었다.
종종걸음을 하며 전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린 남자아이와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 한 분이
전철 계단 손잡이를 잡고서 계단을 오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별생각 없이 내려다보고 있는데
앞장서 올라오는 그 아이가 할아버지의 손이 닿을 계단 손잡이를
열심히 손으로 문지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그 아이가 또래의 아이들이 그러하듯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장난치고는 아이의 표정과 몸짓이 너무 진지했다.
그래서 다시 천천히 그 아이의 행동을 살펴보니
아이는 할아버지가 잡을 계단 손잡이를
따뜻한 자신의 체온으로 녹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순간 가슴이 벅차올라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