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된 아들, 기둥이 된 엄마

조회 2131 | 2016-06-17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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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얼굴이 항상 밝지는 못합니다.
허리 병에 골다공증, 목 디스크까지...
이제는 저보다 더 보살핌이 필요한 어머니지만
이 못난 아들은 여전히 어머니의 돌봄이 필요합니다.

어머니도 지치실 때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누군가 "왜 그렇게 힘든 데도 계속 사냐"라고 묻는다면
"어머니의 사랑이 날 살게 했다."라고 답할 것입니다.

'머리 감고 싶어요, 일으켜 주세요, 등을 긁어주세요.'
항상 바라는 것 많은 아들과 옥신각신하지만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웃으며 내 얼굴을 보듬는 어머니.

가끔은 포기하고 싶고,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픔에 머리끝까지 잠겨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들이 종종 찾아오지만,
언제나 내 손을 붙잡아준 것은 어머니, 바로 당신입니다.

뭐가 그리 좋다고 이 자신을 세상에 내놓으셨나요.
저는 사람답게 살려고 웃고 또 웃었습니다.
어머니 가슴에 미소를 띠며 떠나는 것 그 일념으로 참았습니다.
그런데도 저에게는 제가 없고 이해도 못 한 눈시울만 있습니다.

- 박진식 시인의  <어머니>에서 발췌



두 발로 걷는 것, 혼자 머리를 감는 것, 앉아서 음식을 먹는 것...
남들처럼 평범한 일상이 제게는 허락되지 않습니다.
저는 돌입니다.

손끝부터 발끝까지 딱딱한 돌처럼 굳어버린 몸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집니다.
이 끔찍한 병의 원인을 아직도 알지 못합니다.

온종일 두 평 남짓한 방에 누워 지낸 지도 26년.
분노, 슬픔, 괴로움, 기대, 좌절, 소망.
고된 하루는 시가 되어 세상으로 날아갑니다.
나도 함께 날아갈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그러나 저에게는 든든한 기둥이 있습니다.
바로 제 어머니입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쓴 시만큼은 돋보기를 쓰면서도 읽고 또 읽으며 기뻐하십니다.

"우리 아들이 시인이 되었다."고 동네방네 자랑하시는 것은 물론이죠.
그런 어머니와 함께 겪은 일상들은 또다시 보석처럼
영롱한 시어가 되어 반짝입니다.
어머니의 얼굴도 항상 반짝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당신은 내게 늘 바람막이가 되고
나는 늘 당신의 모진 바람만 되는 것을

- 박진식 시인의  <사모곡>에서 발췌


** 고인이 된 박진식 시인을 추모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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