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그를 '이티(E.T.) 할아버지'라 불렀습니다.
'이미 타버린 사람'을 줄인 말이기도 하고,
정말 온몸이 주름져 있는 외계인처럼 생겨 붙은
별명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훈훈한 외모에 똑똑하고 신념이 굳은 청년이었습니다.
길거리 또는 천막 교회 한쪽 귀퉁이에서 새우잠을 자며 공부해서
서울시립대학교 수의학과에 들어갔습니다.
국내 대학을 졸업한 후 덴마크와 인도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그에게 거는 기대가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그의 날개는 하루아침에 꺾여버리고 말았습니다.
교통사고로 차가 불길에 휩싸여 온몸에 3도 화상을 입었습니다.
화상으로 귀의 형체는 알아볼 수 없었고,
손은 오리발처럼 붙어버렸고 얼굴은 일그러졌습니다.
눈 하나는 의안을 해야 했고, 남은 눈마저도 실명 위기였습니다.
형체를 분간할 수 없는 아들 앞에서 아버지는 딱 한마디 하셨습니다.
"아들아, 수고했다." 그리고 피눈물을 쏟아 내셨습니다.
그는 눈물샘이 타버려 울고 싶어도 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가슴으로 통곡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모진 고통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청십자 의료조합 일을 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한벗회',
'사랑의 장기 기증본부'에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좋아했던 그는 경기도 가평에 '두밀리 자연학교'를 세워
도시 아이들에게 자연과 벗할 기회를 주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채규철 선생님(1937~2006) 이야기입니다.
"삶에는 두 개의 F가 필요합니다.
'Forget(잊어버려라)'과 'Forgive(용서해라)'입니다.
만약 사고가 난 뒤 그 고통을 잊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살지 못했습니다."
만약 자신을 괴물처럼 보는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살지 못했습니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 교육자의 삶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아낌없이 불태운 그의 인생은
아직도 많은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 오늘의 명언
'소나기 30분'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인생의 소나기 먹구름 뒤에는 언제나 변함없는 태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그런 믿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 채규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