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사춘기가 되면서 잔소리가 많은 할머니를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할머니의 방이 따로 마련되지 못해 제 방에서 지내셨는데
저는 그게 싫어 짜증을 내기 일쑤였습니다.
중학교에 다니던 어느 날,
할머니는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다리를 절게 되셨습니다.
그전까지 참 깔끔하고 옷차림이 단정했었는데
거동이 불편해지고 나서 방에서 시큼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나 할머니랑 방 쓰기 싫어!"
그 후, 우리 집은 방이 두 개 더 많은 집으로 이사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저는 할머니와 다른 방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방이 달라져도 반갑게 맞아주시는 할머니는 그대로였지만
별다른 이유가 없이 저는 할머니가 싫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제가 대학교 때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신 날 가족 모두가 슬픔에 빠져 있을 때였습니다.
엄마는 나에게 알록달록한 팔찌를 주셨습니다.
그 팔찌는 제가 초등학교 때 할머니께 선물했던 것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손주가 준 그 팔찌가 얼마나 소중했던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다고 하셨습니다.
전 한동안 팔찌를 들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할머니의
영정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철없던 어린 시절 멋모르고 세상을 살아서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어른이 되어서야 하나씩 깨우치고 있습니다.
철이 든다는 것은 내 입장보다 주위 사람들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것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 오늘의 명언
인생에서 가장 슬픈 세 가지.
할 수도 있었는데, 해야 했는데, 해야만 했는데
– 루이스 E 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