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을 한결같이 사랑하는 법

조회 2184 | 2017-06-2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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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인 메이탕과 만난 그해, 라오 핑루는 스물여섯 살이었습니다.
집안의 오랜 친분으로 처음 만났고, 반지 한 쌍을 나눠 끼며 부부의 연을 맺었습니다.
부모들끼리 정해준 사이였지만, 두 사람은 상대방을 평생 함께할 상대로,
소중한 존재로 받아들였습니다.

항일 전쟁이 끝나고 곧이어 내전이 일어나는 등 불안한 시국이 이어졌습니다.
부부는 사방에 판을 대서 만든 작은 방에 살았고,
방 안으로 비, 바람이 새어 들어오는 날이 허다했습니다.
하지만 둘이 함께했기에 고생이라 여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의 한 장면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부는 그걸로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1958년 공산정권이 들어서자 라오 핑루는
노동 개조를 받아야 하는 대상자가 되었습니다.
주변에서는 메이탕에게 남편과 헤어지는 것이 좋다고 했지만
메이탕은 절대 그렇수 없었습니다.

그날부터 힘든 날의 시작이었습니다.
핑루는 한 공장에서 22년간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했습니다.
온종일 수레에 흙을 싣고 다니며 댐 수리를 하는 힘든 일을 했습니다.

20여 년간,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먹을거리는 어떻게 마련했는지, 아이들 직장은 어떻게 찾았는지,
자식들 결혼 상대는 어떻게 찾아줄지...
편지에는 부부 사이의 정이 느껴지는 달콤한 글귀보다는
서로를 의지하며 보낸 고단하지만 굳건한 일상이 담겨 있었습니다.

간혹 아내가 답답한 마음에 모진 말을 쓴 편지를 보면,
남편은 '상냥한 아내를 화나게 할 만큼 자신이 뭔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다'고
아내에게 미안해했습니다.

남편은 늘 혼자서 아이 여럿을 데리고 살았던 아내의 상황을 헤아렸습니다.
아내도 혼자 있는 남편의 마음을 헤아렸습니다.
아내가 아이들 입에 들어갈 사탕을 아꼈다가 반 봉지라도 마련해 보내주면,
남편은 이 사탕을 손수건에 싸서 베개 아래 넣어놓고 보름을 먹었습니다.

집에 돌아갈 수 있는 건 1년에 딱 한 번뿐.
남편은 아이들의 간식거리를 멜대에 소중히 맨 채 기차를 타고 돌아왔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문을 열고 시끌벅적하게 환영해주는
한순간을 위해 1년이란 세월을 버틸 수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20년을 줄곧 떨어져 살았습니다.
그러나 서로의 감정에 어떤 문제가 생길 거라는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정부가 바뀌고 핑루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젊어서 헤어진 두 사람은 이제 반백이 훌쩍 넘은 모습으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함께할 수 있으니 부족할 게 없었습니다.

잠시 행복한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아내가 시장에 가면 그도 따라나섰습니다.
장바구니 무거울까 봐.
그럼 아내는 '이 재료는 어떻고, 저 재료는 또 어떻다'며
남편에게 일일이 말해줬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이별이 기다리고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아내는 젊어서 고생을 해서 그런지 찾아온 병마 앞에 쉽게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리고 힘겨운 세상살이가 얼마나 버거웠던지
옆에서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남편의 마음도 모르고 쉽게 날아갔습니다.

핑루는 혼자 남았습니다.
젊어서 아내를 남겨두고 먼 길을 떠난 게 그렇게 마음 아팠는데
이제는 남편 혼자 남았습니다.
언제 다시 그녀를 볼 수 있을까?
핑루는 그녀를 그림으로 그리고 글로 쓰기로 했습니다.
잊기보다는 기억하는 것이 덜 아프므로.

– '우리는 60년을 연애했습니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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