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시댁'이 아니라 '시가'라고 불러야....

조회 2097 | 2017-10-0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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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구성원에게만 존칭 불합리”
청와대 게시판 청원 5천여명
 


지난달 결혼한 이아무개(31)씨는 최근 가족 간 호칭을 놓고 남편과 다퉜다. 평소엔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호칭들이 문득 불평등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당신은 내 동생을 ‘처남’이라고 부르며 말을 놓는데, 나는 왜 당신 동생을 ‘도련님’이라고 존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남편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이씨는 “당신도 내 동생을 ‘도련님’이라고 불러라”고 요구했다. 남편은 화를 냈고 결국 다툼으로 번졌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시가 구성원에게만 존칭을 붙여야 하는 관행이 불평등하다는 문제제기가 여성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여성이 결혼 뒤 불러야 하는 호칭을 개선하자’는 청원이 올라왔고, 28일 현재 5306명이 동의를 표했다.

여성이 시가 식구를 부를 때 호칭은 남편의 형은 아주버님, 남동생은 서방님, 미혼 남동생은 도련님, 누나는 형님, 여동생은 아가씨 등이다. 대부분 ‘님’자가 붙거나 존대의 의미가 포함돼 있다. 반면 남성이 처가 식구를 부를 때 쓰는 호칭은 아내의 오빠는 형님, 언니는 처형, 남동생은 처남, 여동생은 처제 등이다. 일부를 빼면 ‘님’자가 붙지 않거나 존대 의미가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어학자는 “결혼한 여자가 남편의 여동생이나 남동생을 부를 때 사용하는 ‘아가씨’와 ‘도련님’은 과거 종이 상전을 높여 부르던 호칭”이라며 “오빠의 아내를 지칭하는 ‘올케’는 ‘오라비의 겨집(계집의 옛말)’에서 유래한 호칭이다. 여필종부의 문화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도 “‘도령’은 총각을 대접하여 이르는 말인데, ‘도련님’은 ‘도령’의 높임말이다. 현대 국어 ‘아가씨’에 대응하는 15세기 어형은 ‘아기씨’인데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의 딸’을 가리키는 말이었다”며 “종이 상전을 높여 부르던 호칭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양갓집 규수를 ‘아기씨’라고 불렀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케’는 ‘오라비+겨집’의 합성어로 이뤄진 어휘라는 견해가 있으나 정확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시가 구성원을 가리키는 호칭이 ‘종이 상전을 높여 부르던 호칭’이 아닐 수는 있지만, 높여 부르는 말은 맞다는 뜻이다. 한국여성민우회 김희영 활동가는 “이런 호칭들이 성차별적인 어휘라서 10년 전에 호칭 바꾸기 운동을 한 적이 있다. 다만 대안이 될 어휘가 없어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아가씨, 도련님, 며느리’ 대신에 ‘새동생, 시제, 자부’ 등이 제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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