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버지의 장례식장

조회 3787 | 2018-05-2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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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공무원으로 지내시다가 얼마 전 노환으로 돌아가신
저희 작은아버지는 가난한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셔서
본인의 꿈보다 부모님의 권유로 공무원으로
몸 바쳐 일하셨던 분이었습니다.

연세가 많으시고 은퇴하신 지 꽤 오래되셨는데도
생전에 주변 분들에게 덕을 쌓으셨던 작은아버지의 장례식장은
조문객으로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많은 조문객으로 시끌벅적한 장례를 치르는 중
한 노숙인이 작은아버지의 장례식장을 찾아왔습니다.
일반 조문객과 다른 모습에 모두 흘끔흘끔 쳐다보고 있을 때
상주인 사촌 형이 먼저 다가가 안내했습니다.

그러자 그 노숙인이 사촌 형에게 말했습니다.
"제가 처지가 이래서 조의금 낼 돈도 없습니다.
죄송하지만 식사는 하지 않아도 되니 그저 돌아가신 분께
인사 한번 하고 갈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노숙인이 찾아온 사정을 알고 보니 돌아가신 작은 아버지는
생전 자신의 고향의 노숙인들과 지역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오랫동안 나눔과 봉사를 베풀고 계셨던 것입니다.
가족들도 모를 정도로 조용하게 말입니다.

그 노숙인은 작은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가진 돈을 전부 털어 장례식장까지는 왔지만,
부조금 낼 돈은 없어 사촌 형에게 인사만 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던 것이었습니다.

사정을 들은 사촌 형은 다른 손님들의 인사를 뒤로하고
노숙인의 조의를 먼저 받았습니다.
그리고 밥을 먹지 않고 그냥 가겠다는 노숙인을 붙잡고
같이 식사와 반주를 하며 돌아가신 작은 아버지의
생전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사촌 형은 그 노숙인이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여비까지 주며
다른 그 어떤 손님에게보다 더욱 고맙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정승이 죽으면 문상객이 없어도,
정승댁 개가 죽으면 문상하러 오는 사람이 있다'
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예절과 조의를 표하는 일도 자신에게
필요한 때만 찾는 사람을 꼬집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 정승이 세상에 훌륭한 것을 많이 남기고
아름다운 사람들을 많이 만들었다면,
그 훌륭한 것과 아름다운 사람들은
반드시 찾아가게 될 것입니다.


# 오늘의 명언
어떻게 죽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문제다.
- 새뮤얼 존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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