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가 최근 육아휴직 기간이 근무경력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발단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법제처에 도서관법 시행령 중 ‘도서관 1급 정사서가 되기 위해서는 도서관 등 근무경력이 6년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항의 유권해석을 의뢰하면서부터다. 이에 법제처는 지난해 12월 20일 해석심의위원회를 열어 ‘도서관 등 근무경력’에 육아휴직 기간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채택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3항 및 제4항에 따르면 육아휴직은 최대 1년까지 가능하며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되고 육아휴직 기간은 근속 기간에 포함하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법적으로 육아휴직 기간이 경력 기간에 포함되는지는 분명치 않아 해석의 여지가 남아있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인사업무 담당자들은 “근속기간과 경력기간을 구분해 사용하지 않고, 육아휴직 기간은 두 가지 모두에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육아휴직을 2년까지(1년은 무급) 허용하는 A 시중은행의 경우에도 육아휴직은 근무 경력에 반영된다. 그러나 이제 법제처 해석을 폭넓게 해석하거나 악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동계와 여성계는 즉각 반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성명서를 통해 “법제처의 주장은 일을 하지 않았으니 경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이는 육아의 사회적 성격과 인권, 나아가 예외를 최소화한 법의 보편성을 고려하지 않은 부실한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정문자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이번 법제처의 해석은 명백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라며 “중앙정부의 권고는 일반 기업과 사회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대표는 “지금도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힘든 현실에서 근무경력에 포함이 안 되는 것은 모성보호법의 후퇴”라며 “법안 해석 자체를 철회하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육아휴직 자체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육아휴직급여 수령자는 총 4만1732명으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28.4% 증가해왔다. 홍승아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용노동부의 통계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 중 출산휴가 사용자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여성 근로자 중 70%가 비정규직이고 비정규 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 비율이 35%에 불과한 현실에서 이들의 육아휴직은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이제 막 활용되기 시작한 ‘아빠육아휴직’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해 10월 10일부터 12월 12일까지 육아휴직을 사용한 안종수(35)씨는 “육아휴직이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쓸 사람이 없어질 것”이라며 “시대에 역행하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여성신문 1169호 [특집/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