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화장실을 고쳤더니 교내 폭력이 줄었대요

조회 1844 | 2010-07-0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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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매일매일 좋은글들을 전체메일로 쏘시는 분이 계신데.. 오늘은 이런 글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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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명랑은 서로가 서로를 낳는다. -조셉 에디슨

 
“학교 화장실을 호텔급으로 바꿨더니 교내 폭력과 흡연 등 학생부 일이 거의 사라졌어요.”
서울 수서동 대왕중학교 김승수 교감은 2년 전 문화관광부가 지원하는 학교 리모델링 지원금으로 화장실을 고친 후의 변화를 이렇게 '증언'했다. 5월 17일자 본지에 게재했던 기획 취재에서다. 화장실과 교내 폭력.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 두 사안은 학교 현장에서 이렇게 맞물려 돌아갔다. “지저분한 화장실에서 침 뱉고, 담배 피우고, 시비 붙던 아이들이 환경이 깨끗해지니까 그에 걸맞게 깨끗해지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게 교감 선생님의 설명이다.

 

몇 년 전, 한국교원대 교육정책대학원 정기오 교수가 '미래학교시설포럼'이라는 연구모임을 만들었다고 했다. 교육학자·건축가 등이 모여 학생들에게 쾌적한 학교 시설과 환경을 연구하는 모임이다. 그때 그가 이렇게 말했다. “교육 효과는 일단 학생들이 학교를 좋아해야 실현되는 거다.” 그래서 요즘 학생들이 학교를 거부하거나 삐딱하게 보는 요인들을 추려봤단다. 뜻밖에도 그 '후진' 학교 시설이 상당한 걸림돌이더라고 했다. “옛날엔 학교가 동네에서 제일 좋은 건물이었죠. 그때는 모두 학교에 가고 싶어했어요. 지금은 집이 더 좋아졌죠. 환경이 불만족인데 교육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요.”

 

실제로 맹자(孟子)의 어머니가 아들을 교육시키겠다며 세 번이나 이사했던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교육 환경은 아주 중요한 교육의 요소였다. 학교는 아니지만 10여 년 전 과천에 빙상장이 생기지 않았다면 우리는 오늘의 김연아를 기대할 수 있었을까. 교육 시설은 그렇게 중요하고도 결정적인 것이기도 하다. 한데 우리 아이들은 유신 시절 이래 변치 않는 표준설계로 찍어내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밥 먹고, 지금은 딴 데서는 구경하기도 힘든 화변기 화장실에서 일을 본다.

이런 환경에서 뭘 배울까. 참을성? 한데 지금은 잘 참고 말 잘 듣는 '신민(臣民)'의 시대가 아니다. '아바타'와 '아이폰'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다. 학교에 오는 학생들은 '창의력 경쟁 시대를 살아내야 할' 아이들이다. 이들에겐 참을성이 아니라 더 다양하고 튀는 생각이 권장되는 환경이 필요하다. 지금의 학교 환경이 아이들의 창의력을 자극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종잡을 수 없이 복잡했던 지방선거에서 개인적으로 교육감 선거에 무척이나 집중했었다. 후보들마다 공약을 샅샅이 살폈다. 그런데 이상했다. 교육감 출마자들이 정치이념적인 구호이거다짐했는데, 그런 후보를 나 감성적인 수사만을 나열하고 있었다. '교육의 주체는 학생이며, 학생에게 좋은 학교를 어떻게 만들겠다'는 비전이 확실한 후보를 찍겠다고 찾는 건힘들었다. 일단  양보했다. '그래, 어차피 선거판이니 정치를 논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드디어 선거가 끝났다. 당선된 교육감님들께서 정치를 내려놓고, 교육현장으로 돌아올 때가 됐다. 이제 그분들이 '좋은 학교 환경 만들기'에 고민해줄 거라고 기대한다.
중앙일보 2010. 6. 4. 양선희 위크앤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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