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하루 - 롤러코스터

조회 2871 | 2011-01-12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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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아침잠을 자고있어요.

어디선가 강아지 똥누는 낑낑소리가 자꾸만 들려요.

꿈인거같기도한데 잘 들어보니 아니에요.

옆에서 곤히 자던 아기가 깨서 용트림하고있어요.

시계를 보니 아침 7시네요.

취침시간은 매일 달라도 기상시간은 기가막히게 똑같아요.

엄마는 눈도 제대로 못뜨고 본능적으로 움직여요.

기저귀를 챙기고, 분유를 타요.

아침이니 220ml를 타요. 넉넉히 타면 먹다가 다시 잠드는 이쁜짓을 하기도 하니까요.

기저귀를 갈아줘요. 오늘도 기저귀가 흠뻑젖어서 묵직해요.

기저귀를 갈고 맘마를 먹여요. 꼭 기저귀 먼저 갈아줘야해요.

맘마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면 토를 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에요.

 

아직 잠이 덜 깬 엄마는 손아귀에 힘이 없어요.

아기는 완전히 잠에서 깨어나 맘마를 먹으면서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를 않아요.

여기저기 둘러보며, 손으로 젖병 밀어내기 놀이를 하느라 바빠요.

개콩알만한게 힘은 더럽게 쎄요.

아기가 먹을만치 먹었으면 혀로 젖병꼭지를 이리저리 굴리며 딴청을 해요. 빈젖병을 침대 한구석으로 휙 던져놓고 엄마는 다시 누워요.

기분좋아진 아기와 눈마주치고 잠시 놀아주다가 졸립거나 귀찮아지면 애는 내팽개치고 그냥 자버려요.

그러면 어느새 아기도 혼자 찡찡대다 자고있어요.

 

조금 더 자다가 눈을떠요. 생체시계에 따르면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쯤 되었겠어요. 이제 슬슬 일어나야해요.

아기가 깨어나기 전에 해야 할 집안일들이 있으니까요.

일단 먼지없고 쾌적한 집안환경을 위해 쓸고 닦고 청소를해요.

이놈의 청소는 해도해도 티도 안나요. 매일 하는 청소가 귀찮아 죽을지경이에요.

청소가 끝나면 아기 젖병을 닦아놓고 분유 탈 물도 끓여서 식혀놓아요.

빨래도 아기빨래, 엄마아빠 흰빨래, 검은빨래 등 세 종류로 분류해서 따로따로 세탁해요. 그러다보니 매일 해도해도 빨래감이 줄지 않아요.

 

이쯤되면 아기가 앵 하는 소리가 들려요.

내가 엉덩이 붙이고 쉴만한 시간인지 귀신같이 아는거같아요.

아기를 거실로 데리고 나와 또 기저귀를 갈아주고 분유를 타 먹여요.

배가 고팠는지 얌전히 먹어요.

다 먹이고는 트림을 시키고, 바닥에 뉘여놓고 티비를 틀어줘요.

그럼 한 삼십분은 티비도 보고 손도 빨면서 놀아요.

그동안 엄마는 초스피드로 식사를 해야만해요.

해놓은 밥, 있는 반찬들로 대충 삼반찬 정도 구성해요.

마트를 갔다온 다음날정도는 오반찬도 가능해요.

상을펴는 것은 큰 사치에요. 쟁반에 대충 받쳐놓고 아기 옆에서 밥을 먹어요. 상을 펴고 접는 시간에 아기가 울수도 있어요.

아기를 눕혀놓고 밥을 먹는것은 시어머니가 차려주는 밥을 먹는것보다도 눈치가 보여요. 순간 울컥하며 내가 상전을 낳아놨네 싶기도해요.

밥을 먹고나서 커피한잔의 여유를 즐기려고 할때쯤 아기는 또 칭얼대요. 그소리가

"밥먹을시간 정도는 충분히 줬으니 이제 나를 안고 놀아줘라"

라는 소리로 들려요.

밥이 채 소화가 되기도 전에 아기랑 놀아줘야해요.

눈마주치고 까꿍하다가, 배나 발바닥에 뽀뽀하며 바람을 불어주다가, 쭉쭉이 체조도 해주지만 별 반응이 없어요.

결국 딸랑이, 모빌, 인형, 멜로디장난감 등을 동원해 놀아주면 한 십분정도는 눈 껌뻑이며 쳐다보다가 금방 또 싫증내요.

누굴 닮아 저렇게 까다로운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저렇게 놀아주다보면 눈을 파낼듯이 비비며 졸려워해요.

칭얼대는 아기는 누워서는 절대 잠을 자지 않아요.

누워서 토닥이며 재울려고하면 소릴 빽 지르는데

"어서 나를 안아 재우지 못학겠느냐!!!"고 호통치는거같아요.

더럽고 치사하지만 안아줘요.

좀 있으니 눈이 가물가물 하며 잠들기 시작해요.

앗싸가오리를 외치며 미션임파서블 찍듯이 아주 조심스럽게 뉘여놓아요.

이런 우라질. 등이 바닥에 닿으니 눈을 번쩍 뜨네요.

죽은 시체가 눈뜨는 것을 보는듯한 공포감에 식은땀이 쭉나요.

아무일도 없었던척 다시 안아 재워요.

또 눈감고 잠이 들어요. 다시 뉘여요. 등이 바닥에 닿으니 또 눈을 떠요.

백지영 노래가 생각나네요. "내 등에 센서~ 눕히면 바로 울지~"

결국 똘망똘망한 눈으로 방안 구경을 해요.

노는거같아 내려놓으면 또 울어요.

결국 안아서 30분 만에 재우는데 성공하지만 엄마는 팔이 빠질거같고 이미 기운이 쏙 빠졌어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엄마의 자유시간이에요.

컴퓨터를 켜요. 미니홈피 관리도 하고 카페에 글도 남기고 인터넷 아이쇼핑도 하고 싶어요.

그러나 미니홈피에 짧은 일기 하나 쓰면 또 방에서 앵앵 소리가 나요.

팔떨어지게 30분 안아 재웠는데 정확히 30분 자고 일어나는 아기가 무섭기도하고 원망스럽기도해요.

다시 방으로 달려가 토닥토닥해보지만 이미 늦었어요.

또 아기랑 놀아줘요. 졸려하면 안아 재워요. 또 코딱지만큼 자고 일어나요. 또 놀아줘요. 또 재워요. 또 깨요.

이렇게 몇번 하고 나면 밤 8시 정도 되요.

이미 엄마의 몸과 마음은 황폐해지고, 다크서클이 줄넘기를 해도 될만큼 내려와있어요.

맘마를 먹고싶어할때쯤 목욕을 시키기로해요.

부쩍부쩍 크는 아기를 엄마혼자 목욕시키기란 결코 쉽지 않지만

아기의 숙면과 청결을 위해 매일매일 목욕을 시켜요.

목욕물을 받으러가요.

아기는 목욕물 받아오는 그 잠깐동안 맘마달라고 대성통곡을해요.

병아리 눈물이 닭똥눈물이 되도록 울어제껴요. 저러다 얼굴이 터져나갈까 걱정스러워요.

목욕물을 받아오고 울며 바둥거리는 아기 옷을 벗기기 시작해요.

그러면 언제울었냐는듯 뚝 그치고 옷을 벗는게 기분좋은듯 빵긋거리며 웃어요. 이 아기가 아무래도 노출증인거같아요.

누드 아기를 옆구리에 끼고 손수건을 적셔 잇몸과 혓바닥을 닦아주고, 머리, 얼굴, 목 등을 비누로 닦고 물로 씻어주고 행여 놀라지 않게 발부터 천천히 적셔주며 몸을 담궈요.

목욕을 시작하면 아기는 기분이 좋아져요.

낑낑거리며 무거운 아기를 다 씻기고는 뒷정리를 하고 로션을 듬뿍발라 건조한 아기의 피부를 보호해주고, 베이비 파우더를 덧발라 짓무르거나 땀띠가 나는 것을 방지해줘요. 우리 아기의 피부는 소중하니까요.

가끔 기저귀 채우기도 전에 이불에 쉬야를 하는 재앙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엄마는 쿨하게 넘겨요. 응가를 안싸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깨끗한 새 내복을 입히고 편안해하는 아기를 보니 내가 다 개운해져요.

이제 맘마를 먹이면 왠지 잘거같아요.

얼른 분유를 타고 맘마를 먹여요.

그런데 먹을수록 눈이 더 똥그래지네요.

아무래도 지금은 안잘거같아요.

좀더 놀아주기로해요.

까꿍놀이, 뽀뽀놀이, 섰네놀이, 박수놀이, 손수건 놀이 등 놀이 5종세트를 보여줘요. 한 한시간 정도 놀아준거같아요.

이제 좀 자려나? 하고 재워보려는데

이런 된장 쌈장 고추장! 눈만 더 똥그래졌어요.

놀이에 흥분한듯 잠잘 기미를 보이지 않아요.

엄마가 지쳐 아기 옆에 누워 잠시 쉴라치면 그 새를 못참고 울어요.

눈비비며 우는걸보니 잠을 잘거같아요.

또 안아재워요. 하루종일 이짓을 하니 팔목이 나갈거같아요.

아기띠를 둘러매고 그 속에 아기를 넣고 재우기로해요.

아기띠에 들어가니 답답한듯 몸을 뻣대며 더 울기 시작해요.

엄마는 아기를 얼르며 온집안을 돌아다니기도하고

아기들이 좋아한다는 청소기소리도 들려주고

자장가도 아는대로 잡히는대로 미친듯이 불러줘요.

하지만 우는 아기에겐 별로 소용이 없는 듯 하네요.

엄마도 지쳐가고 힘이 들어요. 아기를 얼르며 멍때리며 스스로 후회도 했다가 격려도 했다가 짜증도 냈다가 달래기도 해요.

언뜻 보면 정신병자 같기도 해요. 혼잣말이 늘고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해요.

그러다보면 어느새 아기는 조용해져있고 잠이 들어요.

등에 센서가 작동되지 않게 정말 조심히 뉘이고

엉덩이를 토닥거려주니 움직임이 멈췄어요.

올레! 딥슬립하는거같아요.

그때부터는 아기가 깨지 않게 엄마의 행동은 무척이나 조심스러워요.

티비 볼륨은 5 이상 넘어가면 아기가 깨는 대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해요.

아기가 깊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나니 12시에요.

팔목 허리 발목이 떨어져 나갈거같아요.

엄마도 씻고 자기로 해요. 행여나 물소리에 깰까 욕실 문을 닫고 물을 틀어요. 물소리에 아기 울음소리가 섞여 들려오는 환청이 자꾸 들려와 초스피드로 씻고 나와요.

잠든 아기 옆에 누워 엄마도 고단했던 하루를 마무리해요.

새근새근 예쁘게 자고있는 아기를 보니 피로감이 눈녹듯 사라지는거같아요. 몇분동안 아기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다 엄마도 새벽이 되어서야 잠이 들어요.

아이는 거저 키우는게 아니네요.

우리네 엄마들 아무리 힘들고 짜증나도 예쁜 우리 아기가 한번 방긋 웃어주면 힘든건 사르르 녹아 없어져요. 보물단지 같은 우리 아기들을 위해서라도 밥 잘 챙겨먹고 화이팅하기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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