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현
여름 한낮 지나가는
여우비 같은 사랑이 아닌
겨울 가뭄끝에 내리는 봄비처럼
메마른 가슴을 적셔줄 수 있는
촉촉한 사랑이게 하소서
아침 이슬에 취해 머리칼 풀어 헤치는
나팔꽃 같은 사랑이 아닌
태양을 향해 온종일 가슴을 달구는
뜨거운 사랑이게 하소서
커다란 바윗덩어리 바람에 씻기고 씻기어
모래알이 되기를 수천 번, 그 억겁의 세월
바람에 다 닳아버린 마음
헤아려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은근한 사랑이게 하소서
그리하여 이 가슴 온전히
한사람의 사랑안에 오래오래 뭉근히 끓어
상처 찌꺼기까지 모두 삭혀낼 수 있는
무쇠솥 같은 사랑을 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