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과 탄생, 그 감동의 순간 - 아기가 태어날 때 아빠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조회 2631 | 2013-11-2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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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태어날 때 옆에 있어야 하나? 어떤 아빠들은 이런 의문을 품지 않는다. 아내와 함께 하고 아기를 맞아들이기 위해 그냥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망설이는 아빠들도 있다. 그 곳에 있다는 것은 꿈이나 환상 속에 묻혀있던 이미지들 앞에 서는 것이며, 강렬하고 복합적인 감정들 전체와 맞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빠가 분만실에 들어오는 경우
조사한 설문에 의하면 10명 중 8명의 아빠가 출산을 지켜보았는데, 그 동기는 서로 달랐다. 우선 출산과정을 기록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가장 흔한 이유는 아니다. 대부분은 남편으로서 부인 곁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아빠로서 중요한 순간을 함께 하기 위해 그곳에 온다.

“물론 나는 출산을 지켜볼 겁니다. 그건 당연한 일이니까요. 첫 아기 때도 그렇게 했는데, 우리 모두가 강하고 또 아주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내는 내가 옆에 있는 걸 보고 안정을 되찾고 힘을 얻지요.”
“나는 거기 있으면서 아기를 맞아들이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아기가 태어난 지 10분도 안 되어 안아볼 수 있었지요.”


출산을 지켜보는 데에도 아빠에 따라 차이가 있다. 부인 곁을 떠나지 않는 남편도 있고, 출산의 일부 과정에만 참여하고 실제로 아기가 나올 때는 복도에 나가 기다리는 아빠도 있다. 어떤 아빠들은 아기가 태어날 때가 되면 알려 달라고 말하기도 한다. 기다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분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출산을 지켜보겠다고 결심했던 아빠가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바꾸기도 한다.
아빠가 분만실에 들어간다면 그 안에서 어디에 있어야하는 것일까? 아빠들은 부인이 지금 겪고 있는 격렬한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고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분만실 구석에 서있는 경우가 많다. 아무 쓸모없이 현재 진행되는 일에 동참하지 못하는 방관자라고 느껴 몸을 사리며 몹시 불편한 자세로 서있다.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 그렇게 있다가 아기가 태어나면 비로소 아빠가 필요한 자리가 생긴다. 그 순간이 되면 아기를 맞아들이는 기쁨과, 정말 말로 다할 수 없이 강렬한 그 순간을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나누는 즐거움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남편은 진통 중인 아내를 도울 수도 있다. 우선 거기 와있다는 것만으로도,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육체적인 접촉만으로도, 즉 아기 가까이서 아내의 목에 팔을 두르는 것만으로도 아내를 도울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아내를 도울 수 있다고 느끼면 남편의 손은 아내를 안심시킬 것이다. 물 분무기를 줄 수도 있고, 베개를 베어줄 수도 있고, 산소마스크를 씌어줄 수도 있다. 아니면 아내가 자세를 바꾸도록 도와줄 수도 있고, 분만용 침대 옆에 서 있을 수도 있다. 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도움이 온정과 위안을 줄 수 있다.
분만실에서 아빠의 위치와 관련하여 한 조산사는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고 당부했다. 아기가 태어나는 동안 아빠가 아내 정면에 있는 것은 자신에게도 아내에게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남편이 있어야 할 장소는 바로 아내 옆쪽이다.

 

아빠가 분만실에 들어가지 않는 경우
아내의 입장에서 남편이 있는 것을 꺼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대개 복합적이다. 여자의 일생에서 이토록 중요한 순간을 혼자 체험하고 싶은 마음, 도움 없이 혼자서 출산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소리 지르고 싶을 때 마음껏 소리 지르며 자기 마음대로 출산을 치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또 사랑하는 남자에게 별로 달갑지 않은 장면을 보이게 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 그리고 그 장면이 앞으로 부부간의 성관계를 망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특히 수술 등을 해야 될 경우 남편이 겁을 먹거나 정신을 잃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아빠가 분만실에 들어가지 않는 진짜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다. 수백 번도 더 상상했던 장면을 실제로 감내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 아내가 힘들어해도 자기로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의료행위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아내가 걱정하듯이 이후 부부관계가 뜸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이전의 출산이 난산이었을 경우 아빠는 분만실에 들어가기를 망설이게 된다.

“겸자를 이용해서 아기를 꺼냈는데, 의사는 나보고 나가있으라고 했어요.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고 다시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갔는데 그 장면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내의 두 발은 안장 같은 곳에 얹혀있었고, 가위 같은 것이 질 부위에 매달려있었으며, 온통 피범벅이 되어있었어요. 겸자는 땅에 떨어져있었고요. 나는 너무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분만 때 아빠가 옆에 있어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왔고 일반적으로 아빠는 오겠다고 약속을 한다. 그러나 마음이 바뀌면 마치 거짓말하는 학생처럼 ‘급한 약속이 있었어’라든가 ‘기차를 놓쳤어 ’ 등의 핑계거리를 꾸며낸다. 두려워서 아내 곁에 있기가 망설여진다면 차라리 안 가는 편이 낫다. 공포만큼 전염성이 강한 것은 없는데 여성은 그 순간 무엇보다도 침착성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한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너무 멀리는 안 갔으면 좋겠어요. 목소리가 들리는 복도에만 있어도 안심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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