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장난감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진다?

조회 2589 | 2014-02-1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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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비스페놀A' 주의보

  

최근 비스페놀A의 유해성 여부를 두고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번에 나온 비스페놀A가 아이의 학습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발표가 논란의 정점을 찍었다. 아이들의 행동과 감정 발달, ADHD 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비스페놀A, 대체 정체가 무엇일까.

 

 


지난 10월 2일 국내 한 연구진의 발표에 엄마들의 귀가 쫑긋 섰다. 일부 플라스틱 제품에 함유된 비스페놀A가 아이의 뇌 발달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 때문이었다. 그동안 임신 중이나 생후 초기에 노출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보고는 일부 있었다. 하지만 생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이번 연구가 최초다. 이 같은 사실은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와 서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공동연구팀이 지난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서울, 성남, 인천, 울산, 연천 5개 대표 지역에서 선정된 초등학교 3, 4학년 1천89명을 조사하면서 밝혀졌다. 아이들의 인지, 주의집중 및 학습 기능들을 평가하고 환경독성물질에 대한 노출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소변에서 비스페놀A의 농도를 측정한 결과 비스페놀A 농도가 10배 높아질수록 아이들의 불안, 우울 수치는 107%, 사회성 문제 수치는 122%, 집중력 문제 수치는 93% 증가했다. 반면 읽기 능력은 41%, 쓰기 능력은 31%, 계산 능력은 43% 감소했다. 즉 체내 비스페놀A 농도가 높을수록 아이들의 감정과 행동장애 수치는 높아지고 학습 능력은 떨어진다는 말이다.

이런 현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비스페놀A가 뇌의 도파민 균형과 전두엽 기능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하고 있다. 도파민이란 뇌신경 세포 간의 신호를 전달하기 위해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다. 어떤 원인에 의해 분비 조절에 이상이 생길 경우 다양한 질환을 발생시킨다. 분비가 줄어들 경우 인지기능장애나 우울증을, 과다 분비될 경우 정신분열증이나 조울증이 발병할 수 있다. 또 전두엽은 학습 능력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곳이다. 정보를 분석하고 통합하는 기능, 오랫동안 집중할 수 있도록 유지하는 기능, 기억과 사고 및 판단을 관장하는 기능을 한다. 즉 학습 능력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감정, 행동을 담당하는 도파민이 비스페놀A로 인해 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병을 초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비스페놀A 증가할수록 학습 능력 감소

비스페놀A란 플라스틱인 폴리카보네이트의 원료다. 가볍고 투명하며 충격에 잘 견디는 특성 때문에 전기, 기계 부품은 물론 음료수병, 유아용 장난감 등 생활 전반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하지만 플라스틱이 산성이나 높은 온도를 만나면 미량의 비스페놀A가 녹아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미 몇 해 전 비스페놀A의 유해성을 두고 크게 떠들썩했던 일이 있다. 일명 '플라스틱 젖병 공포'로 뜨거운 물을 붓게 되면 플라스틱 젖병에서 비스페놀A가 녹아 나온다고 해서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선 공포가 확산됐었다. 특히 이로 인해 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돼 성조숙증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직도 성조숙증의 원인이냐 아니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비스페놀A가 성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는 1930년대부터 꾸준히 발표됐다.

우리나라에선 2008년에 한양대 생명과학부 계명찬 교수팀이 비스페놀A에 계속 노출된 생쥐가 그렇지 않은 생쥐보다 더 많은 성호르몬을 분비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 산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성조숙증이 발병한 여자아이 1백40명과 건강한 여자아이 20명의 혈액 속 비스페놀A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오히려 건강한 아이의 체내에서 비스페놀A 농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앞선 연구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 됐다. 플라스틱 젖병을 유리 젖병으로 교체하느라 바쁘던 엄마들의 분주함이 차츰 잦아들었다.

 

 

한때 성조숙증의 원인으로 꼽혀

또 식약청은 2012년 8월에는 만 3~18세 1천30명 어린이의 소변을 수집해 비스페놀A 농도를 측정한 후 일일 평균 노출량을 산출한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비스페놀A 노출량은 국제 인체안전기준치 대비 0.04% 수준이며 미국과 캐나다보다 낮았다. 당시 식약청은 비스페놀A 노출 수준은 안전하다며 플라스틱 공포에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이번 서울대 공동연구팀 발표에 따라 논란의 불씨에 다시 불이 붙은 셈이다. 다만 이번 연구에는 한 가지 숙제가 남았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홍순범 교수는 아이들의 학습 및 행동장애와 비스페놀A 노출 간에 관련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인과관계가 명확히 규명된 것은 아니라며 후속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기 때문이다. 아이의 불안, 우울, 집중력 부족 등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으며 반드시 비스페놀A 노출 때문은 아니라는 말이다.

지나치게 비스페놀A 노출을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주의를 할 필요는 있다. 비스페놀A가 체내에 들어온 지 24시간이 지나면 절반은 몸 밖으로 배출된다. 하지만 식품을 통해 매일 들어올 경우 항상 몸에 비스페놀A가 쌓여 있는 상태가 된다. 특히 연구진들은 비스페놀A의 유입 경로가 식품 섭취 과정일 것으로 추정 중이다. 그러므로 식품 섭취시 비스페놀A의 유입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되도록 플라스틱 제품과 금속으로 만들어진 캔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젖병, 물병, 포장용기 등 플라스틱 제품을 유리 제품으로 대체하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아이에게 PVC 재질의 장난감을 주지 않도록 하며 아이가 플라스틱 장난감을 물거나 빨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비닐 랩, 컵라면 용기 등 일회용 제품 등의 사용을 자제하며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데워 먹을 때는 반드시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지 않아야 비스페놀A 노출을 줄일 수 있다. 부득이하게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면 HDPE, LDPE, PP 등이 표시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 내부에 흠집이 난 플라스틱 제품은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버려야 한다. 참치, 고등어, 꽁치 등 생선류나 과일 등의 통조림 제품은 먹지 않고, 따뜻하게 데워서 파는 캔 음료를 마시지 않아야 체내 비스페놀A 유입을 막을 수 있다. 아직까진 비스페놀A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이 없다. 현재로서는 비스페놀A 노출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비스페놀A를 피하기 위해 '꼭' 기억해야 할 10가지

1.플라스틱 그릇 같은 생활 용기뿐 아니라 음료수나 통조림 같은 캔에서도 용출된다.
2.탄산음료나 과일주스보다 참치, 꽁치 등 기름기 많은 통조림에서 더 많이 용출된다.
3.뜨겁게 데우거나 보온시킨 음료수 및 커피 캔에서 많이 용출된다.
4.오래된 통조림일수록 더 많이 용출되므로 가급적 최근에 만들어진 제품을 구입한다.
5.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데울 때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면 최고 50배 이상 용출된다.
6.가장 주요한 용출원은 식품 용기와 식품 포장재다.
7.CD나 DVD를 만진 후에는 손을 씻고, 만진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지 않는다.
8.플라스틱 용기에 든 생수도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면 비스페놀A가 생길 수 있으므로 햇빛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9.생수병이 찌그러져 접힌 부분이 하얗게 변한 것은 피한다. 플라스틱 성분이 생수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0.소독을 이유로 지나치게 뜨거운 온도의 물로 플라스틱 용기를 세척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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