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무한히 그려질 수 있는 백지

조회 1847 | 2014-03-1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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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는 주체적이고 창조적인 존재

육체적 노동이 인류의 삶을 지배하던 시대에 아기는 단지 살이 찌고 아프지만 않으면 잘 자라는 것으로 여겨졌고, 몸집만 작은 ’어른의 축소판’쯤으로 생각하여 다섯 살도 안 된 아이들에게 어른과 같은 노동을 시키는 일도 흔했다. 그런가 하면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는 아기를 어떠한 정보도 지니고 있지 않은 ’깨끗한 백지’에 비유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아기를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백지에 비유하지 않는다. 대신 ’앞으로 무한히 그려질 수 있는 백지’에 비유한다. 아직 아기는 먹고 입고 잠자는 것까지 늘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불완전한 존재이긴 하지만, 뱃속에서부터 엄마의 목소리를 기억하며 엄마가 들려주는 자장가 소리만으로도 엄청난 속도로 두뇌 발달을 시작하는 등 놀랄 만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기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울음을, 기분이 좋을 때는 미소를 지어 보이는 등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세상과 끊임없이 교감하면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줄도 안다. 더욱이 부모가 아기에 대하여 하나씩 알게 되는 사이에 아기는 그보다 1천 배나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힌다고 한다. 마리아 몬테소리가 아기를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존재요,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는 존재이며, 자신을 창조해나가는 창조적인 존재"라고 표현했던 것도 아기의 이런 특성 때문이다.


▶ 부모는 아기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한다.

그러나 아기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주체적이고 창조적 존재라고는 해도, 모든 것이 낯선 세상에서 부모(세상)의 도움 없이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부모가 모든 것을 해주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조규철 교수는 "아기를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려고 하기보다는 아기와 눈높이를 맞추어 아기의 시선을 따라가고, 아기의 손이 가리키는 것을 바라보며, 아기가 무엇에 흥미를 갖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살펴볼 것"을 권한다.

부모가 아기의 눈높이에서 보다 보면 아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될 것이고, 아기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해주다 보면 아기는 무리 없이 세상에 익숙해져 조금씩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며, 그런 과정을 통해 비로소 독립적인 인격체로 설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는 아기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호막이 되어주기만 하면 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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