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에 대해 타인과 대화하는 법

조회 2104 | 2014-04-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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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에는 무릇 ‘기술’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과 ‘우리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도 예외가 아니다. 흥분하거나 주눅 들지 않고 어린이집 교사, 아이 친구, 이웃집 엄마에게 우리 아이를 잘 이해시키는 방법.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내 아이 이야기가 나오면 괜스레 긴장된다. 칭찬을 들으면 그보다 더 기분 좋은 일이 없지만, 반대로 아이를 나쁘게 말하거나 괜한 오해를 하고 있다면 기분이 확 가라앉는다. 아이에 대한 안 좋은 말을 들은 엄마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흥분하거나 주눅 들거나. 아무리 성격 좋고 똑똑한 엄마라도 아이 문제만큼은 ‘객관화’가 어렵다. 가족이나 직장 동료, 친구들과는 다른 종류의 ‘대화 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대화의 중심이 ‘아이’가 되더라도 변하지 않은 대화 원칙은 공감과 경청이다. 상대가 아이에 가지는 불편한 마음을 인정하고, 우리 아이의 어떤 점이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었는지 귀담아 듣는 것이 우선이다. 흥분해서 화를 내거나 아이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지닌 상대를 비난하거나 아이만 두둔하고 나서면 ‘대화’는 중단되고 ‘싸움’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1 ‘대화 기술’ 기본 편

01 어떤 상황에서도 공감이 최우선이다
모든 대화가 그렇듯 아이와 관련된 사건이나 문제 역시 ‘상대방에 대한 공감’으로 말문을 열 것. 대화가 매끄럽게 풀릴 가능성이 높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사회·도덕적 기준이 낮다.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어리니까 그럴 수 있다’, ‘아직 어린앤데 뭘’ 이라며 가볍게 넘어가는 게 보통. 그럼에도 아이에 대한 불만을 직접 말하거나 단점을 지적했다면 아이의 어떤 말이나 행동으로 인한 상당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 아이 때문에 많이 힘드셨죠?”, “많이 속상하시죠?”라며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는 말 한마디가 대화를 부드럽게 이끌어준다.

02 확대 해석은 금물
아이 문제만큼은 작은 일도 크게 생각하고, 한 가지 일에도 수십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엄마다. 하지만 내 아이에 대한 칭찬이든, 비난이든 들은 말보다 부풀려 생각하지 말자. 가령 아이에게 “친구가 나랑 안 논대”라는 말을 전해 들으면 엄마는 ‘우리 애가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짐작한다. 아이에게 자초지종을 물어 상황을 파악하는 게 우선인데도 앞뒤 가리지 않고 교사나 친구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화부터 내는 경우도 있다. 물론 엄마의 예상처럼 아이가 따돌림을 겪고 있을 수도 있으나 친구끼리 투덕거리다 화가 나서 한 번 뱉어본 말일 가능성이 더 높다. 다른 사람에게 아이의 안 좋은 말을 한 번 들었다고 해서 내가 아이를 잘못 키우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의 미래가 잘못되지도 않는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고 그로 인해 불편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 부분을 고치려고 노력하면 된다.

03 아이가 할 말을 빼앗지 않는다
간혹 아이가 상대에게 해야 할 항의나 사과, 해명을 엄마가 나서서 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아이가 마음의 상처를 받을까 걱정해서라지만, 이는 아이가 대화 기술을 배울 기회를 빼앗는 셈. 부모의 진짜 역할은 아이의 말을 대신 해주는 게 아니라, 아이가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고 대화를 잘 풀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은 아이들끼리 해결하도록 두는 게 원칙. 자칫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 된다’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04 아이의 말을 먼저 들어준다
아이로 인해 벌어진 상황을 수습하느라 정작 아이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 역시 제3자에게 훈계 또는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 엄마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가 쉽지 않다. 가령 아이가 친구를 때렸다면 표면적으로 나타난 행동 외에 그동안 상대 아이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든지, 상대 아이가 먼저 때려 시작됐는데 운 나쁘게 교사가 우리 아이가 때리는 모습만 목격했을 수 있다. “왜 그랬는지 엄마한테 먼저 말해주면 좋겠어. 네가 그런 행동을 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라고 물어보고 아이가 괜한 오해나 필요 이상의 비난을 받는 것은 아닌지 파악한다.

05 전후 사정을 충분히 살핀다
아이들은 싸움에 휘말리거나 갈등 상황에 직면했을 때 자신에게 불리한 말은 거의 하지 않는다. 따라서 아이 말만 듣고 상대 아이의 부모에게 항의부터 하는 건 위험하다. 특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교사와 상대 아이, 상황을 지켜본 또 다른 아이의 이야기 등을 충분히 듣고 난 뒤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

06 무조건적인 ‘편들기’는 금물
아이가 명백한 잘못을 저질러 교사나 이웃에게 야단을 맞고 있을 때 아이를 감싸느라 급급해 되레 화를 내거나 상관하지 말라는 식으로 말하는 엄마들이 있다. 이는 불필요한 말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거니와 아이의 훈육을 위해서도 피해야 할 행동. 무엇보다 아이는 자기가 잘못한 것 같은데 엄마가 두둔하고 나서면 가치관의 혼란을 겪게 된다.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야단을 맞되, 엄마의 사랑을 잃은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면 된다.

07 아이의 ‘단점 말하기’는 신중히
아이마다 장점과 단점이 있다. 이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당연히 엄마. 우리 아이의 단점을 너무 부각해서 말하면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도 있음을 있지 말자. 가령 유치원 교사와 상담할 때 ‘고집이 세다’든지 ‘집중력이 짧다’라고 아이의 단점을 털어놨다고 치자. 엄마 입장에서야 ‘이러이러한 점이 부족하니 좀더 신경써달라’는 의미겠지만 교사는 무의식중에 ‘고집이 센 아이’, ‘집중을 잘 못하는 아이’로 생각할 수 있다. 교사나 다른 사람에게 꼭 알려야 하는 아이의 단점이 있다면 아이의 장점을 먼저 부각시킨 후에 담백하게 덧붙이는 게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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