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조급증, 아이 성장에 ‘독’

조회 2268 | 2014-05-1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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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되는 걸까, 발달 지연인 걸까?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또래 아이보다 조금이라도 발달이 늦어지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 기다리다 보면 아이는 어느새 또래와 발맞추어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늦되는 아이와 발달 지연이 있는 아이. 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판별법과 그에 맞는 육아 방법을 알아보자.

# 두 돌이 넘었지만 엄마, 아빠 등 쉬운 단어만 간신히 말하는 정수. 또래 친구들은 이미 두세 문장은 거뜬히 말하지만 정수는 좀처럼 입을 열 줄 모른다. 신체 발달이나 운동 발달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유독 언어 발달이 따라주지 않아 걱정이다. 정수 엄마는 혹시라도 언어장애가 있을까 노심초사다.
 
# 유독 걷는 게 느렸던 생후 15개월 지민이. 지민이는 생후 14개월이 돼서야 침대 모서리를 잡고 스스로 일어섰다. 그 순간 지민이 엄마는 너무 감격스러워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돌 지나고 나서부터는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어요. 주변에서는 ‘오래 기어 다니는 아이가 머리가 똑똑하다’는 등 애써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지민이는 걷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조금씩 느려 아이 키우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에요. 다들 기질상 늦되는 아이가 있다고 하지만 그런 아이를 키우는 부모 속은 속이 아니죠.”

아이 기질 먼저 파악하자
아이의 발달은 크게 4가지로 나눈다. 목을 가누고, 뒤집고, 기고, 서서 걷는 대근육 발달, 손으로 물건을 집고, 만지고, 조작하는 소근육 발달, 아이가 처한 환경을 이해하고 시각적 차이를 분별하는 능력인 ‘비언어 인지 발달’, 말을 알아듣는 ‘언어 인지 발달’의 경우 이해력과 표현력으로 설명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늦되는 아이는 언어 이해력은 지연되지 않고 말이 늦게 트이며 운동 발달이 늦되는 경향이 있는 아이들이다. 발달 지연을 보이는 아이는 언어 발달의 이해력에 문제가 있으면서 운동 발달이 늦거나 말이 늦는 경우를 말한다. 또한 운동 발달이 느린 아이의 경우 정서 발달도 늦다.
한국아동청소년문제연구소 최윤원 소장은 “정서 발달이 늦는 아이는 걷기에도 느립니다. 새로운 자극을 두려워해서 운동을 싫어하고, 혹시라도 넘어질까 봐 불안해서 걷는 시도를 잘하지 않아 기능이 퇴화하는 것입니다. 아이의 운동 발달과 정서 발달을 돕기 위해서는 우선 부모의 긍정적인 태도가 중요해요 아이 키우는 데 조바심을 가져선 안 되죠. 늦되는 아이는 순한 면도 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움츠러들며 적응 기간이 길어요. 이런 아이는 뭐든 늦되게 익히기 때문에 육아를 하는 데 어려움이 많죠. 만약 부모의 성격이 급한 편이라면 아이를 키우는 데 더 힘들어요.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마음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한다.

언어 발달, 인지 발달과 관련
생후 12개월까지는 아기의 운동 발달이 가장 눈에 띈다. 그래서 아기가 언제 목을 가누고, 뒤집고, 기고, 걷는지에 따라 아기의 발달이 늦다거나 빠르다는 기준을 삼는다. 늦되는 아이는 돌 때 못 걸었어도 생후 14, 15개월이면 걷기 시작하는 아이다. 엄마라는 말밖에 못해도 말귀를 다 알아듣고, 어느 날 말이 트이기 시작하면 갑자기 문장을 말하는 아이다. 그런데 문제는 운동성이 조금 늦는 듯하면서 사고력과 이해력이 떨어지는 발달 지연을 보이는 아이다.
특히 언어 발달은 지능과 관련이 많기 때문에 부모의 관심이 많이 쏠리는 부분이다. 어느 시기에 어떻게 되면 말이 늦는 것인지, 그 기준을 알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심각한 언어장애가 있다면 가능한 한 빨리 진단을 내려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만약 말이 늦는 정도가 정상적인 발달의 범위 내에 있다면 부모와 아이를 쓸데없이 당황하게 하여 많은 심리적 해로움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세까지 ‘엄마’ ‘아빠’밖에 못하던 아이도 6개월 내지 1년 후에는 거의 정상적으로 말을 한다. 그러나 2세까지 의미 있는 단어를 말하지 못하거나 3세까지도 2~3단어를 연결해 말하지 못하면 이상이 있다고 판단한다.

언어 발달 판단 기준
1. 말을 하려면 우선 듣는 데 문제가 없어야 한다. 말이 늦어진다면 집에서라도 간단한 청력 테스트를 해볼 수 있다. 신생아라 할지라도 큰 소리를 들을 수 있으므로 문을 닫는 소리나 시계 알람 소리에 반응하는지 살펴본다.
2. 생후 6개월이 되도록 옹알이를 못하면 언어 지연을 조기에 의심할 수 있다.
3. 대개 생후 24개월이 지나도 아빠, 엄마 같은 의미 있는 단어를 한마디도 못할 경우 언어 지연을 의심해볼 수 있다.
4. 단어와 단어를 연결해 문장을 말하는 것은 생후 24개월부터 가능한데, 생후 36개월이 되도록 문장을 말하지 못하면 언어 지연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5. 지능상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언어 발달도 인지 능력에 속하기 때문에 지능이 떨어질 때 언어 발달 역시 더딘 경우가 많다. 아이의 지능 발달 상태를 알아보려면 아이가 나이에 맞는 놀이를 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 예컨대 3세 전후의 아이가 소꿉놀이 같은 상상놀이를 하지 못하고 단순한 신체놀이만 하고 있다면 지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 늦되는 아이
․ 생후 16개월에 걸었으나 생후 16개월경에 ‘엄마 눈 어디 있어’를 이해하는 아이
․ 생후 30개월에 ‘엄마’ 소리밖에 안 하지만 ‘많다’ ‘적다’를 이해하는 아이
․ 동화책의 간단한 이야기를 기억하는 아이
․ 생후 36개월에 문장으로 말을 잘하지 못해도 대부분의 말을 다 이해하고 다섯 가지 퍼즐을 맞출 수 있으며 연필을 쥐고 동그라미를 그릴 수 있는 아이

※ 발달 지연을 보이는 아이
․ 생후 16개월 이후에 걷고 생후 16개월에 간단한 명령어 ‘가져오세요’ 또는 ‘주세요’ 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
․ 생후 30개월에 ‘엄마’ 소리밖에 못하고 ‘엄마 코 어디에 있어?’라고 묻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
․ 생후 36개월에 문장으로 말을 못하고 ‘많다’ ‘적다’라는 추상적인 말을 이해하지 못하며 연필을 쥐고 동그라미를 그리기 힘든 아이

인지 발달의 지연을 의심할 수 있는 한계 월령
-쳐다보다가 웃는다. ☞ 1.5개월
-먼저 웃는다. ☞ 3.3개월
-낯선 사람을 보고 표정이나 행동이 변한다. ☞ 6.2개월
-‘까꿍’ 하고 숨으면 종이 뒤의 사람을 찾는다. ☞ 9.1개월
-작은 물체 위에 손수건을 덮으면 들친다. ☞ 10.9개월
-‘짝짜꿍’이나 ‘빠이빠이’를 한다. ☞ 10.9개월
-원하는 것을 손짓으로 표현한다. ☞ 13.9개월
-성인 행동을 흉내 낸다. ☞ 14.8개월
-인형에게 ‘맘마 주세요’ 하면 먹이는 시늉을 한다. ☞ 20.6개월
-술래잡기를 한다. ☞ 25.1개월
-엄마에게서 쉽게 떨어진다. ☞ 45.9개월

Tip <늦되는 아이를 위한 육아법>
조급한 마음이 아이 발달 방해해요
아이의 발달 수준과 관심은 고려치 않고, 부모의 관심과 수준에 맞춰 아이를 무리하게 교육하는 것을 말한다. 아이는 육체적․심리적 안정이 느껴질 때 비로소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거친다. 부모의 조급증은 아이의 발달 에너지를 가로막는 장애가 된다.
또래 아이들과 비교하지 말아요
아이의 발달 과정에 따라 세심하게 관찰하고 주위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영유아기에 지나치게 젖병을 빨리 떼려 하거나 대소변 가리기 등을 강요하는 것은 악영향을 미치므로 주의해야 한다.
부모 자신과 아이의 기질을 먼저 파악해요
아이들은 제각각 모두 다르다. 같은 나이라 해도 아이마다 감각에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고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다. 이러한 이유는 유전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 갖고 태어난 기질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순한 편이지만 늦되는 아이들은 다그치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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