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좀 더 빨랐으면’ 나도 육아조급증?

조회 1973 | 2014-06-0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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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에는 이걸 떼고 몇 살에는 저걸 배우고…. 아이의 발달 수준이나 관심은 무시한 채 부모의 일방적인 기준대로 아이를 교육시키는 육아조급증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조급한 마음이 엄마나 아이 모두에게 스트레스가 되어서 오히려 아이의 발달을 저해한다고 경고한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는 육아조급증 

먼저 내 아이의 발달 속도를 이해하기보다 다른 아이의 발달과 비교하는 것이 문제다. 기저귀를 떼는 시기부터 피아노를 배우는 시기까지 아이마다 발달 속도나 관심 범위가 다르게 마련인데 엄마는 자꾸만 또래 아이와 비교를 한다. “옆집 아이는 벌써 명작 전집을 읽었다더라” 하며 아이에게 비싼 전집을 사주고 읽으라고 강요하는 식이다. 이렇게 엄마가 아이의 발달을 무시한 채 밀어붙이기식 양육을 하는 데는 넘치는 정보도 한몫한다. 다양한 매체가 생기고 옛날에 비해 육아 정보를 얻는 일이 쉬워졌지만, 오히려 수많은 정보 속에서 내 아이에게 맞는 기준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몇 개월에는 이런 것을 해야 한다’는 상식들이 엄마에게는 강박증이 된다. 교육기관이나 교재의 지나친 상술도 문제다. 조기교육 기관이나 교재마다 앞 다투어 아이가 더 빨리 자랄 수 있다고 광고를 하다 보니 아이에 대한 부모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지금 하지 않으면 내 아이만 뒤처질 것 같은 불안감에 엄마의 마음은 바빠진다.

엄마의 조급증은 아이에게 큰 스트레스

발달 불균형_육아조급증 속에서 자란 아이는 나이에 맞는 균형 잡힌 발달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글은 읽을 줄 아는데 여전히 젖병을 빨거나, 말은 잘하는 아이가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등 엄마가 조급함을 보인 면에서는 또래에 비해 훨씬 바른 발전을 보이는 반면 다른 면에서는 너무 느리거나 부족함을 나타낸다. 발전한 것처럼 보이는 면도 문제가 있다. 너무 이른 시기에 획일적인 학습을 주입당하면 또래가 가질 수 있는 독창적인 사고방식이 단순화해서 아이는 학습된 범위만큼만 해낸다. 더구나 적절한 단계를 거치지 않고 엄마의 욕심에 높은 단계로 올라가면 중간 발달 단계나 인지적 면들이 생략되어서 나중에 오히려 더딘 발전을 보일 수도 있다. 너무 일찍 강압적으로 배변 훈련을 받은 아이는 끝까지 참았다가 결국 너무 급하게 싸버리기도 하고, 젖병을 무리하게 떼거나 젓가락 교육을 강압적으로 받았다면 밥 먹기를 싫어하는 등 2차적인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대인관계의 어려움_아이가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육아조급증 부모를 둔 아이는 늘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자신이 없으며, 모든 일에 무기력증을 보이고 스스로 하려는 생각은 없이 엄마가 시키기만을 기다린다. 또 실패할 경우 엄마에게 질책받을 것을 미리 겁내서 ‘나는 원래 이런 건 할 줄 몰라’ 하며 미리 포기해버리거나 엄마에게 해달라고 의지하기도 한다. 엄마가 원하는 것을 해내지 못하면 엄마에게 미움을 받거나 버림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증을 보이기도 한다.

엄마의 스트레스_ 엄마는 엄마대로 최선을 다해서 뒷바라지하는데 아이가 따라오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남편이나 다른 식구들에게도 충실할 수 없다. ‘그만큼 뒷바라지했는데 왜 우리 애만 못할까’ 하는 조급한 마음은 직접 표현하지 않아도 은연중에 아이에게 전달되고, 아이는 자신이 남들보다 못한 무능한 존재라고 생각해 더욱 자신감을 잃고 만다.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아이에게 전부를 투자하다 보니 결국 아이에게 결과물을 받아내려는 보상심리를 갖게 되며, 아이가 잘해줘도 그에 만족하지 못한다. 조급증이 있는 엄마는 아이가 1등을 해도 조급한 마음을 갖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이의 성장도 각자 개성에 맞춰 이뤄진다

아이는 자라지만 엄마의 조급한 마음에 맞춰 억지로 자라지는 않는다. 주변 또래 아이들은 물론, 각종 매체에서 이야기하는 기준을 모두 따라가다 보면 엄마도 아이도 지친다. 육아는 수학 공식처럼 자로 잰 듯 정확한 규칙이 있지 않아서, 일반적인 지식에 의존하기보다 내 아이의 발달 단계를 관찰해가면서 교육을 진행시키는 것이 옳다. 예를 들어 언어적인 성장은 언어 발달 과정 면에서 다른 또래와 비교해 6개월 이상 차이가 나지 않으면 되는 등 어떤 점에 아이를 맞추려 하기보다 적정 범주에 아이가 들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이것을 시키지 않으면 우리 아이만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보다 지금 우리 아이가 무엇을 하면 즐거워하는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지 지켜봐주는 것이 엄마의 몫이다. 심리적·육체적으로 안정된 아이라면 문제없이 잘 자랄 수 있다. 아이가 어릴수록 모든 교육이 잘되려면 아이 스스로 주도해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임하는 것이라고 교육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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