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양파는 뭔가 다르다
양파에겐 ‘ 속 ’ 이란게 존재하지 않는다
양파다움에 가장 충실한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완전한 양파
그 자체이다
껍질에서 부터 뿌리 구석구석까지
속속들이 순수하게 양파스럽다
그러므로 양파는 아무런 두려움없이
스스로의 내면을 용감하게 드러내 보일 수 있다
우리는 피부속 어딘가에
감히 끄집어 낼 수 없는 야생구역을 감추고 있다
우리의 내부, 저 깊숙한 곳에 자리한 지옥
저주 받은 해부의 공간을
하지만 양파안에는 오직 양파만 있을 뿐
비비꼬인 내장 따윈 찾아볼 수 없다
양파는 언제나 한결같다
안으로 들어가도 늘 그대로다
겉과 속이 일치하는 존재
성공적인 피조물이다
한커플, 또 한커풀 벗길때 마다
좀 더 작아진 똑같은 얼굴이 나타날 뿐
세번째도 양파, 네번째도 양파
허물을 벗어도 일관성은 유지된다
중심을 향해 전개되는 구심성의 아름다운
푸가.
메아리는 화성안에서 절묘하게 포개어졌다
끝과시작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