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도를 여행하다가 아사히카와(旭川)에 있는
미우라 아야코의 문학기념관을 찾았습니다.
그분을 기려 만들었다는 수목원은 세계 각처에서 기증받은 나무들이
아름드리 자라 숲을 이루었고, 밟을수록 정감이 가는 나무깎이 부스러기로
만든 오솔길은 나그네의 쉼터가 되어있었습니다.
2층으로 아담하게 만든 문학관은 마치 수십 년 함께한 지인처럼
낯설게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빙점」의 작가 미우라 아야코의 작품은 한 남자와의 만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폐결핵과 척추골양으로 폐인이 되어 버린 그녀에게
미쓰오라는 3살 연하의 남자가 찾아온 것입니다.
그녀는 낯선 남자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십자가 짐 같은 고생이나…….”
미쓰오는 찬송가로 그녀의 영혼을 절망에서 희망으로 이끌어 냈습니다.
다 죽어가는 그녀에게 미쓰오는 “내가 3일만이라도 당신과 살 수 있다면
나는 당신과 결혼하겠습니다.” 라고 고백했습니다.
미우라 아야코는 훗날 “나는 13년 동안 병석에서 건강을 잃었지만
하나님과 남편과 작품을 얻었다.” 고 했습니다.
지고지순한 그들의 순애보는 계속 이어져 40년을 해로하였고,
미우라 아야코는 1999년, 77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녀는 생전에 96편의 작품을 남겼고, 빛, 사랑, 생명을 주제로 하였습니다.
사랑이라는 단어에는 ‘감당하다’ 또는 ‘치러내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미우라 아야코의 문학기념관 숲길을 거닐면서 그 유명한 빙점이 주는 감동보다
그분의 삶을 통해 진솔하게 다가오는 삶의 흔적들이 더 크게 가슴을 울렸습니다.
류중현 / 발행인
*** 지하철 사랑의 편지에서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