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핸드폰 글귀

조회 1329 | 2015-01-1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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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무렵 아버지의 연이은 사업실패와 부모님의 별거로
벌써 7년째 아버지와 함께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여자입니다.
하루하루가 힘들고, 지옥 같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 여자이기도 합니다.

아버지 또한 살아보려고 안 해 보신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
많은 일을 전전하시다 지금은 퀵서비스를 하고 계십니다.
퀵서비스라는 것이 그렇잖아요.
배달은 빨리 해야 하고, 그래서 빨리 달려야 하고, 그래서 그만큼 위험한.
제가 아는 것만도 네 번째 사고가 나셨습니다.

그때마다 아버진 엄마 잘 챙겨드리고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하셨습니다.
며칠간 연락 안 될 거란 말도 덧붙여서요.

며칠 후, 만나보면 어김없이 얼굴과 팔에 긁힌 상처...
울컥하지만 아버지 속상하실 까봐 참고 또 참곤 했습니다.

얼마 전 아버지 생신이었습니다.
큼 맘먹고 티셔츠 한 장 사드리려고 매장을 갔지만
몇 천원 차이에 망설이는 제 자신이 서있더라고요
남들은 몇 십 만원도 큰 망설임 없이 사는데
저는 아빠 선물임에도 몇 천원에 고민을 하다니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그 날 저녁, 동생과 함께 식당 앞에서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아버지는 오토바이를 타고 오셨어요.
낡고 여기저기 찌그러진 아버지의 오토바이..
또 울컥 해왔지만, 잠시 누르고 맛있게 고기를 먹었습니다.

생신 축하도 해드리고 선물도 드렸더니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계속 미소만 짓고 계셨어요.

그때, 아버지가 고기 한입 싸주신 고기를 오물거리며
식탁 위에 있던 아버지의 핸드폰 액정을 무심코 봤어요.
액정에 써있던 글귀..

"그만 가고 싶다"

숨이 턱 하고 막혀왔습니다.
또, 머릿속이 온통 하얘졌습니다.
많은 빚에, 자식에..
다른 일을 할 수도 없고, 얼마나 지치고 힘드셨으면
액정에 그런 글을 남기셨을까..

그날은 모른 척하며, 애써 웃었지만,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울컥함을 참느라 정말 힘들었습니다.

저,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즐겁게 살아가려 합니다.
정말 사는 것이 힘들고 지옥 같아도,
그 때마다 더 열심히 살아갈 겁니다.
그래서 우리 부모님 빚 다 갚아드릴 거에요.

우리 부모님은 오늘도
자식을 위해 죽고 싶은 거, 힘든 거, 서러운 거, 아픈 거
꾹꾹 참아가며 열심히 살아가고 계신데,
자식이 돼서 더 힘들게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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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축 늘어진 어깨는
퇴근 후, 자식들의 함박 웃음을 보면 다시 솟아 오릅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힘든 일도, 고개 숙이는 것도
마다 하지 않는 나의 부모님.

그런 부모님도 자식에게 단 한 가지 바람이 있다고 합니다.
"내 새끼 건강하게만 살아가렴.."


# 오늘의 명언
한 사람의 아버지가 백 사람의 선생보다 낫다.
- 조지 허버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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