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고 보기 싫은 아이의 이상 행동
눈을 자주 깜박거리거나 ‘음음’ 반복적인 소음을 내는 아이들. 어리니까 그럴 수 있다? 매를 들어서라도 고쳐야 한다? 많은 부모가 틱장애를 크면 나아지는 나쁜 버릇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경우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아이도 있지만 방치하다 청소년기에서 성인기까지 심각한 장애로 이어지기도 하는 틱장애. 버릇과도 헷갈리기 쉬운 틱장애 진단 기준이 궁금하다.
조기교육 열풍, 영어 유치원 성황…. 아이의 발달 속도와 학습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도를 넘어선 우리 아이 영재 만들기가 여전히 대세다. 정말 존재하는지 의심스러운 옆집 아이는 벌써부터 알파벳을 줄줄 외우고, 구구단을 독파했으며, 그림책 읽기는 식은 죽 먹기라고, 어린 자녀에게 똑같은 능력을 발휘해줄 것을 당당히 요구하는 부모도 있다.
틱장애를 말하다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유전적인 것을 제외하고 취학 전 유아의 틱장애 원인 중 상당수가 바로 학업 스트레스이기 때문이다. 생각 없이 처음 접하는 세상과 마음껏 소통하고, 갖은 애교를 부리며 가족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도 모자란 유아기에 스트레스로 인한 틱장애라니. 우리 아이는 그럴 리 없다고 부정만 하지 말고,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아이의 이상 행동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자. 평소 신경이 쓰이던 아이의 행동이 버릇 아닌 틱장애 증상일지도 모른다.
틱장애(Tic Disorder),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의도와 상관없이 신체 근육의 일부분을 반복적으로 빠르게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것을 ‘틱장애’라고 한다. 강동소아정신과의원 김영화 원장은 “틱은 여아에 비해 남아가 3~5배 많을 정도로 남아에게 흔히 나타납니다. 사춘기가 되면 가장 심한 틱 증상을 보이지요. 대부분 사춘기를 벗어나고 성인이 되면 틱 증상이 감소하거나 아예 사라지기도 하지만 일부는 성인이 되어서도 남아 있습니다. 가끔 길을 가다가 민망한 욕설을 반복하며 말하는 사람을 보고 자리를 피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이런 경우가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지요”라고 설명한다. 아이가 어리다고 틱장애가 없는 것이 아니다. 몸을 움직이는 운동 틱은 취학 전 만 5~7세 무렵에 주로 나타나고, 소리를 내는 음성 틱은 9세 무렵에 나타난다. 또 조기교육 열풍과 맞벌이 부부가 증가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유아의 학습, 사회 활동 시기가 당겨진 요즘엔 3~4세 유아가 틱장애 진단을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아이가 틱장애로 의심되는 증상이 있을 땐 3개월 정도 유심히 지켜보다가 좋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나빠진 듯싶으면 늦지 않게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은 틱을 버릇으로 잘못 이해하고 아이를 방치하다 병을 더 키울 수 있다. 김영화 원장은 틱의 조기 발견과 치료에 대해 여러 번 강조한다.
“틱 증상이 없어지지 않고 1년 이상 지속되면 만성 틱장애가 되어 증상이 악화되고, 치료에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처음엔 근육의 움직임만 있던 아이가 소리도 함께 낸다든지 하면서 복합적인 틱 증상을 보이면 뚜렛장애란 진단을 받죠. 이로 인해 아이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사회성에 문제가 생긴다든지, 부모가 지속적인 치료에 한계를 느끼고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틱이 심해서 친구가 이상하게 본다면 아이는 위축되어서 밖에도 잘 안 나가려고 하겠죠? 어린아이라면 더더욱 성격 형성에 문제가 되기 전에 조기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보기 싫은 행동은 모두 틱장애?
손톱을 물어뜯거나 머리를 잡아당기는 행동 등 아이의 수상한 움직임이 부모를 걱정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잦다고 해도 모두 틱장애는 아니다. 틱장애는 의도와 상관없이 근육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 쉽게 말해 머리를 잡아당기는 행동은 의도적이지만 머리를 잡아당기면서 손가락을 배배 꼰다든지, 손톱을 물어뜯으면서 손가락을 까딱까딱 움직인다든지 하는 것은 틱장애 증상으로 볼 수 있다. 김영화 원장은 “어떤 아이는 오랫동안 얕은 기침을 해서 알레르기성 기관지염 치료를 받았지만 몇 년 동안 치료를 해도 낫지 않자 ‘설마 틱장애는 아닐까’ 하고 그제야 소아정신과를 찾았습니다. 그 이후 틱장애에 대한 약물 치료를 시작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아이가 기침을 하는 횟수가 줄어들었지요. 틱장애 증상은 다른 질환이나 버릇과 구분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부모가 섣불리 판단하려고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해요”라고 조언한다.
틱장애의 종류와 증상
- 운동 틱
여러 방법으로 몸의 일부분을 반복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눈에 거슬린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눈 깜빡거리기, 얼굴 찡그리기, 머리 흔들기, 어깨 으쓱거리기, 코 씰룩거리기, 목 경련 등이 있다.
- 복합 운동 틱
단순한 운동 틱이 지속되면서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만지기, 빙그르 돌기, 혀 내밀기, 냄새 맡기, 꼬집기, 뛰기, 발 구르기 등이 대표적이며, 발차기 등 마치 태권도 동작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단순 운동 틱보다 동작이 느려 의도적인 행동으로 보일 때도 있다.
- 음성 틱
아무 의미 없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기 때문에 공공장소에서의 활동이 어렵다. 특히 조용한 장소에서는 소음으로 들려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생활하는 데 실질적으로 운동 틱보다 더 괴로운 것이 음성 틱이다. ‘음음’ 하는 소리부터 개 짓는 소리. 침 뱉는 소리, 킁킁거리기, 가래 뱉는 소리, 혀 차는 소리, 꿀꿀거리기, 끙끙거리기 등 다양한 소리를 낸다. 다른 사람의 말을 흉내 내는 ‘반향언어증’,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동어반복증’이 대표적인 증상. 가장 심한 증상은 듣기 민망할 정도의 욕설을 하는 ‘강박적 외설어증’이다. 이 경우 본인도 자신이 하는 욕설을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모른다고 한다.
- 뚜렛장애(Tourette’s Disorder)
운동 틱과 음성 틱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1년 이상 지속됐을 때 뚜렛장애 진단을 하며, 뚜렛장애 환자 중 40~50%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가지고 있고, 약 60% 이상은 강박장애를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치료 순서를 결정해야 하는 등 치료가 더욱 어려워진다.
유전? 환경? 틱장애의 원인
답은 둘 다 맞다. 틱의 원인은 뇌의 기능 이상, 유전적 원인, 신체적․심리적․환경적 원인 등 다양하다. 김영화 원장은 개인적인 차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유전적 소인이 있다고 해도 심리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안정적이고,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는 틱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유전적 원인이 아닌 환경적 원인으로 틱장애가 생겼는데 그 심각성을 모르는 것이다.
유전적 원인_ 기질적으로 타고나는 것을 뜻한다. 틱장애가 있는 아이의 상담 내용을 보면 부모가 틱장애를 앓았거나 현재까지도 뚜렛장애가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버지 쪽이 흔하다. 전문가들은 유전적 원인이 가장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환경적 원인_ 가정과 사회에서 받는 심리적 압박감과 스트레스.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무조건 못하게 억압하거나 하기 싫어하는 것을 강압적으로 하게 만드는 부모의 양육 태도, 자녀를 손아귀에 쥐고 흔드는 엄격한 부모, 폭력적이거나 소통이 없는 가정 분위기, 부모의 끊임없는 간섭, 완벽주의 부모의 요구, 나아가 아이들이 자라면서 받는 놀림이나 따돌림 등. 임신부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태어난 아이가 틱장애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스트레스는 틱장애의 무서운 적.
* 학업 스트레스가 대표적_ 영어 유치원, 조기교육 등 아이가 적응하지 못하는 학업을 강요했을 때 나타나는 스트레스. 이는 하기 싫은 공부를 할 때 기분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제 막 문장을 말하기 시작한 아이에게 과도한 학습을 강요하거나 학습 거부 또는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으면 크게 잘못한 것처럼 실망감을 드러내는 식의 학습 태도는 아이에게 정서적인 불안감과 강박감을 심어준다. 이런 아이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매사에 자신감이 없으며, 갑자기 닥친 일에 극심한 초조감을 드러낸다.
약물 치료와 가정에서의 노력이 치료약
치료는 어떻게?_ 뚜렛장애가 있으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나 학습장애, 강박장애 같은 질환을 동반하는 복합장애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앞으로 가정을 벗어나 여러 단체 생활, 나아가 학교생활을 해야 하는 아이에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틱은 의도적인 것이 아니므로 아이 스스로 조절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장애. 따라서 증상에 맞는 적절한 치료와 가정에서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김영화 원장은 “틱을 치료하는 방법은 약물 치료와 놀이 상담 치료 같은 행동요법이 있습니다. 사실상 약물 치료의 비중이 60% 정도 차지한다고 보면 됩니다. 일반적으로는 청소년기쯤 뚜렛이 오지만, 그보다 이른 경우도 있지요. 조기에 치료했을 땐 더 이상 증상이 악화되지 않고 경과가 좋은 편이지만 뚜렛은 상태가 점점 나빠져서 치료 목표는 100%가 아닌 중지가 됩니다. 재발 확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린아이는 가벼운 운동 틱이 흔하기 때문에 조기 발견하면 얼마든지 상태가 좋아질 수 있습니다”라고 무조건 치료받길 권유한다.
가정에서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까?_ 틱장애의 원인이 환경적인 것에 있다면 아이가 엄청난 학업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부모의 양육 태도에 문제는 없는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의 스트레스나 고충은 없는지 우선적으로 점검해보자. 학업 스트레스는 학습 시간을 줄여 더 쉬운 놀이 학습으로 아이에게 재미와 자신감을 주고, 아이의 수준과 성격에 맞는 유아교육기관을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모 역시 자기 상태를 돌아볼 수 있는 상담과 교육을 받고, 아이가 제대로 된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게 관심과 사랑으로 독려해야 한다.
질문 있어요! 틱장애 Q&A
Q1 어린아이는 시간이 지나면 틱장애가 저절로 좋아지나요?
A 7~10세에 주로 나타나는 일과성 틱은 치료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틱이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넘어가는 20대 초반에 자연적으로 증상이 없어지는 경우는 불과 20~30% 정도이고, 그 외에는 어른이 되어서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Q2 아이를 야단치거나 혼내면 절대 안 된다는 말이 사실인가요?
A. 틱이나 뚜렛이 있는 아이는 자신이 내는 움직임과 소리를 스스로 조절할 수 없으므로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벌을 주거나 야단을 치면 나아지기는커녕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상태가 심해질 수 있죠. 일과성 틱은 그냥 내버려두면 대부분 좋아집니다. 틱 증상에 대해 야단치지 말고, 틱에 대한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려주세요. 심부름을 시킨다거나 놀이를 하거나 아이가 다른 것에 관심을 갖도록 하면 도움이 됩니다. 아이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규칙적인 생활과 적절한 운동을 하게 해주면 좋아요.
Q3 약물 치료를 꼭 받아야 하나요?
A. 틱을 치료하지 않으면 여러모로 아이가 살아가면서 많은 상처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그런데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은 한계가 있지요. 증상이 1년 이상 지속되면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약물 치료와 놀이 치료를 병행하면서 아이의 스트레스 조절 능력을 키워주고, 틱 증상이 나아지면 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