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폭력성, 부모에게 배운다

조회 3719 | 2013-05-1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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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체벌 받은 아이, 더 약한 아이에게 폭력

놀이를 보면 난폭하고 폭력적인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 가 확연히 구분된다. 캐나다·뉴질랜드·미국의 소년 1000 여 명을 조사한 결과 유아기 때 높은 공격성을 보인 아이 는 커서도 폭력성이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가 폭군이나 싸움꾼으로 자라는 것은 대체로 부모의 육아 방식에 영향을 받는다. 부모들은 아이를 가르치겠다 는 생각으로 고함을 치고 잔소리를 한다. 이런 상황이 반 복되면 아이의 뇌는 스트레스 반응체계가 예민해진다. 또 복종과 지배를 체득하고, 부모에게 폭력을 당한 대로 다른 아이들이나 약자를 괴롭힌다.

아이는 부모가 화내고, 소리치며 매를 들면 지적받은 행위 를 멈춘다. 하지만 잘못된 행동의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 서 강제로 제압당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부모의 폭력성 을 익힌다.

미국에서 실시한 부모 행동에 대한 연구를 보면 부모들 중 75%가 한 살짜리 아이를 때린다고 했다. 또 아이들의 91%는 매를 맞고, 이 중 10%는 도구로 맞는다고 했다.

이런 체벌은 아이에게 '때려도 된다'는 메시지를 준다. 부 모가 직접 행동으로 아이를 가르치는 셈이다. 아이는 부 모 몰래 동생을 때리고, 고양이나 강아지를 발로 차며, 다 른 아이들을 괴롭힌다. 화가 나면 폭력을 써도 괜찮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미국 듀크대 케네스 다지 교수의 연구 결과에도 잘 나타 난다. 엉덩이를 맞는 체벌을 당한 아이일수록 더 공격적 으로 변했다. 특히 체벌할 때 부모의 감정적인 태도와 반 응이 아이의 공격성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때리고 맞는 행위'보다 아이를 무시하거나 적 대적으로 대하는 부모의 태도가 더 문제가 된다.

부모의 잔소리, 반성 모르는 뇌 만들어

아이를 키우면서 잔소리나 고함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 런 큰소리와 화난 음성, 행동이 부모와 아이 간 상호작용 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면 큰 문제다.

이때 아이는 인간관계가 힘과 통제로 움직인다고 인식한 다. 아이는 배려와 협력·친절함에 대해 모르고 성장한다. 잦은 야단과 체벌을 겪은 아이는 엄청난 긴장이 쌓여 터 지기 일보직전의 화산처럼 된다.

성인들은 누군가에게 잔소리를 들으면 스트레스를 음주· 수다·흡연 등으로 푼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른 아이를 때 리고 괴롭히며, 소리를 지르며 푼다. 자기 머리를 벽에 찧 거나 남을 물어뜯고 물건을 던지기도 한다. 성장해선 전 쟁놀이에 몰두하거나 폭력적인 컴퓨터 게임에 빠진다.

캐나다의 정신과 의사인 앨리슨 셔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아이의 이런 행동을 바로잡고자 또다시 잔소리와 위협을 일삼고 체벌을 하면, 아이의 뇌는 차분히 생각하고 계획하며 반성할 줄 모르게 발달한다. 뇌의 스트레스 반 응체계와 하위 뇌의 분노체계가 정지해버리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장기간 노출되며 큰 아이는 작은 일에도 쉽 게 화를 낸다. 일명 파충류 뇌 상태로 발달이 멈춘다. 이 뇌는 어떤 자극이 오면 싸우기 아니면 도망치기밖에 모른 다. 성인이 된 뒤 사회생활도 어렵다.

아이들의 뇌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반사회적인 행동을 한 다. 스트레스는 호르몬 변화를 일으켜 아이가 멋대로 착 각한 악의적인 세상과 싸우도록 뇌를 영원히 세뇌시킨다. 미국 하버드대 타이커(Teicher) 교수는 이런 연쇄반응이 결국 폭력의 대물림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아이에게 스트레스 주지 않고 타이르려면

● 아이와 말싸움하지 않기

● 잘한 행동은 크게 칭찬하기

● 분명한 상벌 규칙 정하기

● 아이가 잘못했을 때 흥분하지 말고 차분히 말하기

● 아이가 관심을 끌기 위해 하는 행동은 무시

●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게 단순하게 말하기

※자료: 영국 아동심리치료사 마고 선덜랜드

다퉜어도 화해하는 부모 보면 안정감 느껴

미국 노터데임대 마크 커밍스 박사는 아이들을 집안의 감 정적인 측정기라고 표현했다. 그는 아이들의 정서적 편안 함과 안정이 부모와 자식 간의 직접적인 관계보다 부모들 의 부부관계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부부간에 다툼이 아예 없이 살아갈 순 없다. 하지만 다투 더라도 다시 화해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면 부부가 친밀할 때와 같은 안정감을 느낀다고 한다. 부부 사이가 나쁘고, 어른들 간의 갈등이 큰 상황인데도 모른 척하고 아이와만 잘 지내려고 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아이에게 나타나는 어느 정도의 공격성은 정상 발달 중의 일부분이다. 아이들은 두 살부터 네 살까지는 폭력적인 면과 건설적인 면이 혼재된 공격성이 동시에 나타난다.

이 공격성을 스스로 잘 조절할 수 있다면 긍정적이고 창 조적인 에너지로 쓸 수 있다. 이런 전환에 바로 부모의 역 할이 있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과 행동을 배우고, 그것을 방향 삼아 앞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무언가 호기심을 갖고 자꾸 시도하려고 할 때 아이는 당 황스러운 좌절을 겪기도 한다. 부모는 이때 아이가 좌절 의 감정과 흥분을 조절하지 못해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 도록 필요한 규칙과 경계를 세워 안전한 링 같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아이가 그 안에서 타인을 존중하며, 자 신을 스스로 통제하고 조절하는 법을 배우도록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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