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적인 아이, 걱정마세요

조회 2264 | 2013-05-2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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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것이 밖에서 노는 것보다 즐거운 아이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내성적인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타고난 기질이 다른 것 뿐이다. 내성적인 아이가 지닌 의외의 가능성에 주목하자.

문제 성격이 아니라 타고난 기질일 뿐

'리더십이 대세'라든지, '자기 PR시대'라는 말을 자주 듣는 요즘. 어떤 일에든 먼저 손을 들어 적극적으로 나서고, 종알종알 자기표현을 잘하는 아이들이 주목받는다. 상대적으로 말수가 적고 조용한 성격을 지닌 아이를 둔 부모들의 걱정은 끝이 없다. '다른 친구들과 있으면 기죽은 것처럼 보여요', '엄마인 제가 답답할 정도로 말수가 적어요', '혹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국심리상담연구소의 조무아 강사는 "아이의 내성적인 성향은 문제 성격이 아니라 타고난 기질 중 하나일 뿐"이라고 조언한다.

스스로 에너지를 충전하는 '내성적 아이'

내성적인 성격은 외부의 자극이나 사람들로부터 에너지를 찾는 외향적 성격과는 반대로 자신의 내면에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유형이다. 이런 아이는 말수나 행동이 적고, 혼자서 조용히 생각하며 적당히 쉬어야 기운이 난다.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놀기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끝나면 곧장 집에 돌아오고 싶어한다. 또한 외부의 정보를 스스로 소화해 자기 나름으로 정리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각 드러내는 대기만성형

내성적인 아이는 조용하고, 침착하고, 생각이 많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행동을 하기 전에 많이 생각하기 때문에 실수가 적다. 행동이 굼뜨고 하려는 마음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아이는 자기가 하려는 일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중이다. 그래야만 자신감 있게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향적인 아이들이 자기표현을 하려는 마음이 앞서 상대의 말을 잘 듣지 못하는 것에 비하면 남의 말에 귀를 잘 기울이는 경청 능력 또한 타고났다. 또한 집중력, 특히 자신의 내면에 집중력이 탁월하다. 어떤 것 하나를 배워도 착실하고 심도 있게 배우기를 원한다. 처음부터 눈에 띄는 타입은 아니지만 내실을 꾸준히 쌓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두각을 나타내는 경향이 강하다. 말하자면 대기만성(大器晩成)형인 셈. 부모는 이 같은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고 본래 기질을 장점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지해줘야 한다. 타고난 성격은 고쳐지지도 않고, 고칠 이유도 없다. 물고기에게 물 밖으로 나가 뛰라고 할 수는 없듯이 말이다. 부모는 내성적인 아이가 지닌 장점에 다소 부족한 다른 덕목을 배우도록 도와주면 된다. 내성적인 성격이 가진 장점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내성적' 성격에 관한 오해

외향적 성격은 '밝다', '적극적이다', '사회성이 좋다' 등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반면 내성적인 아이는 '소심하다', '소극적이다', '위축됐다' 등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이는 내성적 성격이 지닌 장점이거나 성격의 한 특성을 부분적으로 확대 해석한 것이다. 내성적인 아이는 먼저 나서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을 '소극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성적인 아이는 덮어놓고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는 호기심을 가지고 매우 적극적으로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발표를 잘하지 않는 것을 자기표현이 적다고 볼 수만은 없다. 말로써 표현하는 건 어려워하지만 글을 쓰거나 행동으로 직접 옮기는 것은 아주 잘하는 경우가 많다. 평소에 잘 나서지 않더라도 '건강한 내성적인 아이'라면 자신이 꼭 나서야 할 때는 뒤로 물러나지 않고 매끄럽게 일을 성공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오랫동안 생각하여 결과를 예측하고 이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내성적인 성격의 장점이 그대로 발휘되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해서 '외톨이'라는 오해도 많이 받지만 외로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시간을 즐기는 것이다.

내성적인 아이의 장점 살리는 육아법

01_아이를 독촉하지 않는다


내성적인 아이에게 "빨리 해!", "왜 가만히 있니?" 같은 말은 독려라기보다는 '야단'에 가깝다. 아이는 충분히 생각한 후 실행에 옮기려고 하거나 다른 아이들보다 꼼꼼히 과정을 밟아나가고 있는 것이다. 엄마의 이런 말은 아이를 위축시키고 허둥지둥하게 만들어 결국 일을 망치게 된다. 이런 실패의 경험이 아이를 더욱 움츠러들게 하는 것은 당연한 일. 따라서 아이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드는 말은 삼간다. 아이의 말하는 속도를 존중해 "말하고 싶을 때 말해도 돼"라든가 아이가 스스로 결정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너의 결정을 기다렸어"라고 한마디 말을 건네보자.

02_엄마 뜻대로 아이를 움직이지 않는다

외향적 성격의 아이는 주변 사람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자기표현이 분명하다. 엄마가 무엇을 하자고 제시해도 '좋아, 싫어'가 분명하다. 하지만 내성적인 아이는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보다는 특별히 싫지 않으면 엄마의 뜻에 따른다. 문제는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이에 적절히 대응해줘야 함에도 오직 엄마 뜻대로 아이를 휘두르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것. '당연히 아이가 따라주겠지'라며 엄마가 결정하는 일이 많아질수록 아이는 점점 자기 의사를 표현할 기회를 잃는다. 특히 두 자녀의 성격이 각각 외향적, 내성적이면 엄마는 아이들을 공평하게 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박또박 호불호를 말하는 외향적인 아이와는 협상도 하고 제지도 하면서 상호 애착을 맺지만, 내성적인 아이에게는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지시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내성적인 아이를 키운다면 드러나지 않는 속내까지 읽을 수 있는 엄마의 세심함이 더욱 요구된다.

03_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말로 드러내야만 '자기 표현력'이 풍부한 것은 아니다.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글을 쓰거나 그림 그리기, 만들기 등 다른 활동 기회를 주고 격려한다면 아이는 점점 자기표현에 익숙해질 것이다. 간혹 아이를 적극적으로 바꾼다고 발표·웅변·연극 학원에 보내는 엄마들이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 앞에 나서서 이런 과업을 억지로 해야 하는 상황은 내성적인 아이에게 죽기보다 싫은 일. 아이의 강점이 발휘될 수 있는 독서나 음악 등 다른 분야를 추천해주는 것이 좋다.

04_칭찬만큼 좋은 약은 없다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거나 발표를 하는 등 아이 기질상 하기 어려운 과업을 수행했을 때는 큰 칭찬이 필요하다. 아이는 정말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이니 그에 적절한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 혹시 아이가 실패했을 때도 책망이나 "괜찮아, 잘했어" 같은 무조건적인 칭찬보다는 "조금 쑥스럽지? 하지만 엄마는 괜찮아"라고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주는 것이 좋다. 비록 성공하지 못했지만 엄마가 여전히 자신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안 아이는 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다음에 다시 도전해볼 마음을 먹게 된다.

05_비난하는 말은 삼간다

'정말 답답해', '제 앞가림은 할까?' 식의 말은 절대 금물. 엄마 입장에서는 걱정되어 이런 염려를 한다지만 원래 성향이 그러한 아이에게는 인격을 모욕하는 비난에 가깝다. 또 성격의 특성상 다른 이의 말과 행동을 오래 마음에 담아두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한다.

06_상처받지 않게 보듬어준다

내성적인 아이는 소수의 친구를 깊이 사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멀리 떠난다든지 다른 아이와 가까워지면 외향적인 아이보다 더 큰 상처를 받는다. 또한 자기가 친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상대가 자기를 친밀하게 여기지 않으면 당황한다. 하지만 성격의 특성상 친구에게 서운한 마음을 쉽게 표현하지 못하고 다른 관계를 맺기 두려운 마음이 생겨 혼자만 지내려고 한다. 이럴 때는 "많이 힘들겠다", "많이 아프니?"라는 따뜻한 말로 아이의 상처를 헤아려주면서 용기를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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