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20만원 영어유치원, 꼭 보내고 싶습니까?

조회 2262 | 2013-07-18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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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유아 전인발달 이룰 수 없어 심각"

◇ 전국 영어유치원 225개···학원비 최대 120만원

 

이슬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원이 주제발표를 통해 제시한 영유아학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영유아학원 중 전국의

영어학원(이하 영어유치원) 수는 2009년 181개에서, 2010년 273개로 늘었다가, 2011년 202개, 2012년 225개로

줄었다. 2010년 이후로 200개가 넘는 영어학원이 성업 중인 셈이다.

 

2012년 평균 학원비(교습비, 급식비, 차량비 등)는 서울 강동지역이 128만 5923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서울 성동구

120만 5455원, 강남구 118만 1850원으로 조사됐다. 교습비만 봤을 때는 서울 강남구가 102만 3300원으로 가장 높았다.

 

영어유치원의 교육과정을 보면, 영어유치원은 교육이념이나 목표로 ‘영어교육’만이 아니라 ‘아동의 전인적 발달’을

내거는 경우가 많았다. L영어학원은 언어능력, 긍정적 자아개념, 개성발굴, 사회성 함양 등을, S영어학원은 영어몰입교육, 전인교육 등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슬기 연구원은 “원마다 구체적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의 영어유치원에서 실제 진행되는 시간표에 따르면 파닉스(Phonics), 작문(Writing), 대화(Conversation) 등 영어 관련 교과목이 대부분이며, 수학(Math), 과학(Science), 체육(Gym) 등 영어로 진행되는 기타 과목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와 같은 EFL환경(일상생활에서 영어 사용 기회가 없는 한국, 일본 등)에서는 영어학원에서 영어를 접하는 하루 6시간으로는 자연스럽고 지속적인 영어 노출이 매우 어렵다. 이로 인해 가시적 학습 효과를 내기 위해

학원의 커리큘럼이 영어어휘, 읽기쓰기 등의 강도 높은 학습에 치우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연구원은 “영어 관련 교과가 아닌 수학, 과학 등의 교과도 영어로 진행되기에 학습자에게 심한 부담이 된다”며 “영어학원의 교육과정은 통합이 아니라 교과목 중심의 분리수업으로 진행되는데, 영유아의 학습은 영유아의 흥미와

요구에 맞춰 통합적으로 이뤄질 때 비로소 전인발달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영어학원뿐만 아니라 놀이학원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이 연구원은 “놀이영어, 놀이수학 등 공통 교과목에 놀이를 접목하려는 흔적은 있으나, 학습적 의도는 여전히 존재하기에 놀이 그 자체로 보긴 힘든 부분이 있다. 특히 통합형이

아닌 분절형 교과로 진행돼 통합적 이해라는 유아단계의 교육적 목표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 “유아기에 형성해야 할 대인관계기술 습득 어려워”

 

이날 발제자의 발표에 대해 많은 토론자가 동의를 표했다. 김대욱 신구대 유아교육과 강사는 “유아들의 하루 일과를

고려할 때 정적인 활동과 동적인 활동이 1:1의 비율로 돌아가면서 배치되는 것이 유아들의 발달 제 영역들을 위해

적합하나, 강사들의 시간에 맞춘 유아대상 학원들의 일과 운영은 이를 어렵게 만든다”고 염려했다.

 

특히 김 강사는 “유아학원은 많은 경우 10명 내외의 학급편성과 5평 내외의 교실공간을 갖추고 있어 1인당 교육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아이들은 대그룹 활동을 경험하지 못한다”며 “유아들은 대그룹, 소그룹 활동을 균형 있게 경험하는 게 중요한데, 소그룹으로 진행되는 소수만을 위한 수업만을 경험하면서 유아기에 형성해야 할 중요한

대인관계기술을 제대로 습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강사는 “학원법에 의거 유아대상학원의 강사는 전문대 졸업 이상의 경력을 가지면 된다. 실제 유아대상학원에서

근무하는 교사들 중 유아교육에 대해 접해보지 않은 교사들이 많다”고 전했다.

 

안순아 어린이집 원장은 “유아교육은 분절된 교육을 하면 안 되는 교육”이라며 “유아교육 과정은 몇 십 년에 걸쳐

만들어졌지만 영어유치원은 원장이 교과목을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학문적으로 높은 지식을 갖고 있더라도 일상생활 안에서 아이의 감정을 다 읽을 수 있는 가치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원장은 “어린이집, 유치원은 선생님에 대한 지도영역이나 체제가 마련됐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발견할 수

있지만 학원 영역은 손을 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목소리에 영어유치원 측은 불편한 심경을 전했다. 양지영 전 영어유치원 원감은 “일부 준비가 안 된 영어유치원이 많은 건 사실이나, 모든 영어유치원이 학습적으로만 가진 않는다. 인성이나 다른 학교를 위한 준비 등 유아시기에 가지고 있어야 할 부분을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양 전 원감은 “영어유치원도 유치원과 같이 시작되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며 “원칙적으론 교육, 영문학 등을 전공한 분을 찾아서 선생님으로 모시길 원하나 수요가 충당되지 않기 때문에

규모가 있는 곳에선 일정 트레이닝을 통해 필요한 교육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윤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원은 “가족면담을 해본 결과,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부모들은 놀이학원, 영어유치원-

사립초등학교, 외국인학교를 보내는 게 전략이었다. 이들 부모는 확고했다”며 “누리과정이 실시되면서 사교육으로

가는 그들을 흡수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여전히 유치원,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비율이 10%다. 유아교육이

의무교육이 아닌 이상 이들을 규제하는 건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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