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규삼촌' |
실직했던 개그맨들 의욕 넘쳐
어설프면 통편집 공포 있지만
굿닥터 성대모사·종규삼촌 인기
“사람들에게 웃음 찾아주고 싶어”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스비에스·<웃찾사>)의 과거는 화려했다. 한때 ‘미친소’, ‘화산고’ 등의 꼭지로 <개그콘서트>(한국방송2)를 넘어서는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인기에 안주하고 소재가 고갈되면서 점점 쇠락해갔고 최고 28.2%(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까지 치솟았던 시청률은 3%대로 곤두박질쳤다. 결국 2010년 10월, 대체 프로그램 없이 <웃찾사>는 폐지됐다. 에스비에스 개그맨들이 한꺼번에 실업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웃찾사>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개그맨 이종규(33)는 말한다. “이유가 뭐 있겠어요. 우리가 재미없어서 안 된 것인데. 재미있었다면 계속 가지 않았겠어요?” 그는 <웃찾사> 폐지에 즈음해 서울 노량진에서 붕어빵 장사를 시작했다. “처음엔 괜찮았는데 점점 매출이 떨어졌어요. 혼자서 16시간 장사한 적도 있었는데, 하루는 붕어빵을 굽는데 한 팬이 저를 알아보더라고요. 다른 손님의 불만을 듣는 동안 그 팬은 돈만 내고 조용히 자리를 떴는데 정말 그때를 잊을 수 없어요. <개그콘서트> 녹화 보고 온 사람들이 가게에서 프로그램 얘기할 때는 진짜 부러웠고요.”
2007년 데뷔했지만 잘된 꼭지가 없어 “지금도 신인 같다”는 안시우(30)도 말한다. “<웃찾사> 전성기 때는 시청자였고, 없어질 때는 <웃찾사> 안에서 중간급 개그맨이었어요. 폐지한다고 했을 때 개그맨들이 출연료 안 받고 방송하겠다고 할 정도로 진짜 간절히 매달렸는데 없어지더라고요. 1년 동안 쉬면서 <개그투나잇> 준비하는데 나라 잃은 슬픔이 뭔지 알겠더라고요.”
‘인과응보’, ‘굿닥터’ |
< 웃찾사>는 지난 4월14일, 폐지 3년 만에 시즌2로 부활했다. 하지만 방영 시간대가 문제였다. <개그투나잇>이 방송되던 토요일 심야 시간대를 버리고 일요일 오전에 방송을 탔기 때문이다. 이후 에스비에스는 가을 개편에 맞춰 10월11일부터는 금요일 밤 11시대로 방송 시간을 옮겼다. 비로소 <웃찾사> 본연의 무대로 돌아온 셈이다. “<웃찾사>가 부활했을 때 3주 동안은 정말 열심히 했었죠. 그런데 일요일 오전 방송이라 그런지 피드백이 전혀 없더라고요. 이젠 밤 시간대로 옮겼으니 ‘여기가 마지막이다’ 하고 열심히 해야죠. 여기서 무너지면 또 없어질 수 있으니까요.”(이종규)
<웃찾사>는 대학로 공연과 연계돼 있다. 갈갈이홀에서 먼저 개그를 선보이고 반응이 좋으면 방송에 올리는 식이다. 공연은 매일 계속되지만 관객이 3명밖에 없어 공연을 취소한 적도 있다. 8명만 앉혀놓고 무대에서 웃음을 판 적도 있었고, 아무리 노력해도 박수가 안 나오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웃찾사> 방송을 밤 시간대로 옮긴 뒤 서서히 반응이 오고 있다.
드라마 <굿닥터>의 주원 성대모사로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있는 안시우는 “요즘엔 공연장에 올라가면 ‘어!’ 하고 알아봐주는 관객이 많다”고 했다. <개그투나잇> 때부터 ‘종규삼촌’ 꼭지를 해온 이종규는 “최근에 초등학교 4학년 아이로부터 팬레터를 받았다”며 웃었다. 그는 <웃찾사> 무대를 위해 별도의 출연료도 없는 대학로 무대에 1주일에 10차례씩 선다.
<웃찾사>는 격주로 꼭지 심사가 있다. 개그맨들이 아이디어를 짜 오면 피디와 작가들이 평가하는 식이다. <개그콘서트>와 비슷한 형식이다. 8월부터 <웃찾사>를 이끄는 김재혁 피디는 “꼭지가 좋으면 바로 올리지만 조금 미숙하다 싶으면 한번 더 심사한 뒤 방송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다.
<웃찾사>는 매주 수요일 녹화를 하는데, 녹화 때는 16꼭지를 하지만 방송에선 12~13꼭지만 나간다. 베테랑 강성범·한민관부터 아직 새내기인 박지현까지 ‘올통’(통편집)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김재혁 피디는 “일요일 아침에는 어린 친구들이나 어르신 대상의 개그를 해야 했다면 금요일 밤은 20~40대 성인 취향에 맞아야 하기 때문에 개그의 패턴을 바꾸고 있다. 에스엔에스(SNS) 등을 통해 시청자 반응이 많아지면서 개그맨들이 예민해졌고, 긴장감도 높아진 면이 있다”고 했다. <웃찾사>는 매주 한 꼭지 이상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부활했지만, <웃찾사>는 갈 길이 멀다. ‘인과응보’, ‘굿닥터’(왼쪽 사진), ‘나쁜 기집애’, ‘종규삼촌’(오른쪽) 등 인기 꼭지도 있지만 강한 캐릭터에 의한 개그가 아직은 부실하다. 개그맨 인지도도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금요일 밤 시간대로 옮긴 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와 희망티브이 등의 중계 때문에 두 차례 결방되면서 흐름마저 끊기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시청률 또한 3~5%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개그맨들은 오늘도 무대에서 온몸으로 말하고 있다. “웃기고 싶다”고, 그리고 “사람이 좋아지는 개그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찾아주고 싶다”고.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공식 SNS [통하니] [트위터] [미투데이] | 구독신청 [한겨레신문] [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