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키우기 프로젝트

조회 1853 | 2014-04-0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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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주인공을 친구처럼 느끼게 해줘요”

소설가 심윤경 씨. ‘나의 아름다운 정원’, ‘달의 제단’ 등 두 편의 장편소설을 쓴 그녀는 엄마만큼이나 글쓰기를 좋아하는 다섯 살 난 딸 지수를 키우고 있다. 아이를 낳고 등단하여 육아와 창작활동을 병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소설적 상상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 주인공을 친구로 만들어 같이 생활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꾸며내는 것이다.

“지수가 좋아하는 그림책 ‘내 친구 커트니’의 주인공 커트니를 친구로 만들어 같이 밥 먹고 세수하고 어린이집에도 같이 다니게 해요. 길을 걸으면서 ‘짱아의 왼쪽에는 커트니, 도라, 부츠가 손을 잡고 같이 걷고 있네~’라고 말해주면 아이는 친구들과 같이 걷는 상상을 해요.”

동화 주인공을 생활 속에 등장시키면 아이 수준에 맞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아이가 잘못했을 때에도 ‘친구’를 빗대 표현하므로 객관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윤경 씨가 지수를 ‘짱아’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것도 그림책 주인공처럼 재미있는 이름으로 불러주기 위해서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낯을 많이 가리고 반응도 늦은 편이에요.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할 정도였죠. 동화 친구들과의 이야기 놀이를 통해 차츰 의사소통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아이의 반응이 늦다고 채근하거나 중간에 끼어들면 상상력을 발휘할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한 박자 더 기다려주는 게 필요해요.”

책 읽는 것보다 ‘엄마 튼튼하게 자라세요’와 같은 편지 쓰는 것을 더 좋아하는 지수.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상상력 놀이 덕분에 나날이 생각주머니가 커지고 있다.


건축가 김수경 씨의 ‘입체 상상력’불어넣기
사진 * 박종혁 취재 * 김민선 기자


“낙서와 블록 놀이를 날마다 하게 해요”


‘건축= 상상력+공간감’. 김수경 (선재건축사사무소) 소장이 생각하는 건축의 의미이다. 상상력이 필요한 작업을 하는 만큼 솔 (6개월), 준 (28개월) 두 아이에게 상상력을 불어넣는 것은 일상적인 놀이. 갓난아이 때부터 하루 종일 연필을 가지고 놀게 한 이유도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는 첫 단계가 낙서이기 때문이다. 낙서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은 준이와 엄마 모두 좋아하는 블록 놀이. 또래보다 빠른 6개월 무렵 블록 놀이에 ‘입문’한 준이는 기차, 집 등을 쌓는 게 예사롭지 않다고 한다.

“낙서를 하면서 손을 많이 움직이면 손의 힘도 좋아지고 두뇌 발달에도 도움이 돼요. 손의 힘을 길러줘야 블록 놀이도 할 수 있는 거고요. 블록은 3차원으로 상상력과 공간감각이 동시에 필요한 놀이거든요. 직업상 여행을 많이 하게 되는데 가급적 아이를 데리고 가려고 해요. 터널을 통과할 때가 있는데 그러면 터널이 되게 신기한가 봐요. 그 다음 블록으로 기차를 만들 때는 꼭 터널도 만들더라고요.”

수경 씨는 준이와 블록 놀이를 할 때 건축에서 기초부터 다져나가듯 하나하나 꼼꼼하게 만들어가도록 신경 쓴다. 그러다 보니 이제 준이가 블록으로 집을 만들 때는 계단부터 만든다. 준이네 집이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다섯 시 정도면 퇴근하여 아이와 놀아주려고 한다는 수경 씨. 아침저녁 책 읽어주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일과 중 하나이다. 그러다 보니 세 살짜리 방에는 6~7백여 권의 책이 꽂혀 있다.

“어린아이들에게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사고가 확장되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사물을 보며 다른 것을 연상할 수 있도록 대화를 많이 나누고 있어요.”


설치미술가 백미현 씨의 ‘공간 상상력’불어넣기
사진 * 민재희 취재 * 김진경 (프리랜서)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며 상상화를 그리게 해요”

분유 깡통으로 직접 퍼포먼스를 하고 조형물을 만드는 등 풍부한 상상력이 담긴 작품세계를 펼치고 있는 설치미술가 백미현 씨. 미현 씨는 집안의 다양한 미술 재료를 통해 명민 (6세), 명서 (11세) 두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미술을 접하게 하고 있다. 처음에는 낙서로 시작하여 서서히 사물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고 색다르게 표현하도록 유도하는 게 그녀만의 상상력 키워주기 노하우.

“아이들에게 ‘학교’를 그리라고 하면 모두들 하나같이 2, 3층 정도의 계단식 평면 건물에 깃발이 걸린 모습을 그려요. 하지만 아이를 데리고 직접 학교 운동장, 현관, 교실 등 구석구석을 관찰하게끔 한 뒤 학교를 그려보라고 하면 모두들 고민하죠. 어느 부분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몰라서요. 이렇게 고민하는 사이에 아이들의 상상력은 커진답니다.”

학교를 표현할 때 교실의 한 모습 혹은 건물의 평면적인 모습 등 단순한 부분을 그리기 시작해서 학교를 투시로 바라봤을 때의 모습을 상상해서 표현하게끔 한다. 상상한 그림을 토대로 아이가 직접 찰흙으로 또 다른 상상을 한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내면서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물을 보이는 모습뿐 아니라 그 안의 또 다른 모습을 상상해서 그리는 것이 처음에는 낯설고 어려울 수 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꽃병이나 나무 등 쉬운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아요. 꽃병을 그릴 때에는 보이는 모습뿐 아니라 꽃병 안에 어떤 것이 있을 지 등 상상해서 그리게 하는 것이죠. 아이가 그림을 그리면서 ‘꽃병 안에는 물도 있고요, 꽃의 줄기가 이렇게 있을 것이에요, 꽃이 오래 돼서 벌레도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상상한 모습을 직접 말로 표현하면서 그리면 상상력은 더욱 자극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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