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기가 먼저인가요? 말하기가 먼저인가요? ◆
그것은 글자를 빨리 읽는 것이 지능이 높다는 것을 증명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기들을 위한 각종 교재가 개발되고 수많은 아기들이
선생님의 지도 아래 공부를 해야 하는 서글픈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이 IQ 라는 것은 요즘에 와서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지능의 일부분일 뿐이고, 글자를 빨리 깨우치는 것이 그
아이의 높은 지능을 보장해주지도 않는다.
학습을 시키면 누구나 한글을 빨리 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다른 부분의 발달을 오히려 지연시킬 수도 있다면?
그로 인해, 보다 넓고 깊은 책의 세계로 들어가게 하려는 부모의
의도와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면?
그것은 실패한 교육이 될 것이다.
어린 나이에 책을 읽는 아이들은 대체로 그림을 보지 않는다.
어쩌면 어머니들은 그 점을 더 좋아할지도 모르겠지만.
좀 더 빨리 그림책을 떼고 글자가 많은 책으로 넘어가기를 원하니
까 말이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글자만 읽고는 휙 넘겨 버리기 일쑤다.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도 건성으로 글자만 읽어주기도 해서 다 읽어
주고 난 뒤에도 무슨 내용인지 모를 때도 많다.
어렸을 때는 오히려 그림을 풍부하게 보는 것이 좋다.
글자를 모르는 아이들은 어머니가 들려주는 말을 귀로 들으면서
그림을 본다. 혹은 처음부터 그림의 세계로 빠져들기도 한다.
그림책의 그림은 이야기하는 그림이다.
정말 좋은 그림책들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줄 뿐만 아니라 세부
를 보는 능력도 키워준다.
그렇게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의 말로 다시
표현한다.
그러나, 글자를 ’읽는’아이들은 그림을 자세히 보지 않고 글자에만
모든 감각이 고정된다.
아이들이 글자를 소리내어 읽을 때 얼마나 힘겹게 읽는지 들어보면
알 것이다. 그것은 그 아이의 언어수준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이해할 수 없고 즐겁지도 않은 글자 읽기를 계속할 때 아이들은
책에 대한 거부감만을 키워가게 된다.
강요받지 않는 환경에서 풍부한 말을 들어온 아이는 스스로 문자를
해독해냈을 때 쉽게 읽기의 단계로 넘어간다.
그리고, 스스로 글자의 원리를 깨우쳤을 때 그 발견의 기쁨은 어른
이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아이가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그 기쁨은 아이에게 힘을 주고 다음 단
계로 나아가게 한다.
다른 나라의 어머니들은 문자교육에 그렇게 집착하지 않는다.
오히려 풍부한 말을 들려주고 직접 자기만의 느낌을 말로 표현하게
하는 교육을 한다.
아기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기에게 말을 걸고 반응이 없더라도
반복해서 정확한 문장을 들려준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기는 점차 말이라는 것의 의미와 역할을 배워나
가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반복해서 들었던 말은 아기가 말할 때가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봇물 터지듯이 흘러나올 수 있는 것이다.
아이가 진정한 말의 세계를 이해하고 구사하게 되었을 때에만 진정
한 의미에서의 ’읽기’가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면 책을 읽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지만, 사실은 글
자 그 자체를 읽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