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키를 원하는 요즘 세태
롱다리가 뭔지 요즈음은 어른부터 아이까지 키가 크고 다리가 쭉 빠진 체형을 원합니다. 예전에는 키가 크면 싱겁다고 말하며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요즈음은 누구나 큰 키를 가지고 싶어 합니다. 예전에는 남자아이의 엄마들이 주로 고민을 했지만 이제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아이의 키에 무척이나 관심을 가집니다. 심지어 아이 키가 다른 아이들 보다 작지도 않는데 키를 더 키우는 비법이 있는지 물어보기도 합니다. 농담 삼아 묻지만 그 속에는 아이의 키를 좀 더 키우고 싶어하는 엄마의 마음이 슬쩍 비쳐집니다. 하지만 요즈음은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자신의 키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지나가는 말로라도 키가 작다는 말을 듣기라도 하는 날이면 식음을 전폐하기도 하고 몰래 소아과 의사에게 키 크는 비법을 물어보기도 합니다. 키가 작은 것이 아이들의 마음까지 움츠려 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키는 부모를 닮지만, 변화시킬 수 있다
키는 엄마 아빠를 닮는 경우가 많습니다. 키는 타고 나기도 하지만 크게 타고 났어도 제대로 먹지 못하면 잘 자라지 않습니다. 키는 엄마로부터 1/3, 아빠로부터 1/3을 유전 받고, 나머지 1/3은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합니다. 엄마 아빠가 크면 아이도 큰 경우가 많고 엄마 아빠가 작으면 아이도 작은 경우가 많습니다. 간혹 아빠가 어릴 때는 작다가 나중에 키가 많이 자란 경우는 아이들이 지금은 작아도 나중에 키가 자랄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엄마 아빠는 바꿀 수 없지만 키우기에 따라서 1/3정도 키를 변화시키는 것은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키가 자라는 과정
어릴 때의 키는 태어난 몸무게와 연관이 많습니다. 특히 5세 이전의 키는 출생 몸무게와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출생한 몸무게에 비례해서 키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어린 아이 때 키가 크다고 해서 어른이 되어서 키가 큰 것은 아닙니다. 충분한 몸무게를 가지고 자란 아이들은 사춘기를 거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하면서 최종적인 키가 됩니다. 사람마다 키가 자라는 방식은 조금씩 다릅니다. 어릴 때는 작다가도 사춘기 들어서 갑자기 확 자라 다른 아이들을 추월하는 것을 흔히 봅니다. 특히 부모 중에 한 사람이 어릴 때 작았는데 나중에 키가 쑥쑥 자란 경우 아이도 그 체질을 닮을 수 있습니다.
성장을 확인하는 법
아이가 잘 먹고 있는데 잘 안 자란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있습니다. 그런데 소아청소년과에 가면 괜찮다고 하니 진짜로 아기가 제대로 크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성장을 확인하는 법은 성장표를 이용하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에 사용되는 성장표는 두 종류가 있는데 저는 대한소아과 학회의 성장표 대신 WHO 성장표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태어난 몸무게와 키를 따라서 죽 아래로 자라면 되는데 몸무게가 좀 많아도 키가 같이 자라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단 성장 곡선의 두 곡선을 넘게 되면 키 몸무게 비율이 적당해도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소아청소년과 의사와 상의를 하여야 합니다.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아기의 육아수첩의 성장 곡선 표가 있는 곳에다가 매달 아이의 키와 체중을 표시하게 해서 그래프를 그려보게 합니다. 아기가 일정한 속도로 자라고 있으면 일단 안심인데 육아수첩에 있는 발육 곡선과 비슷하다면 아기가 제대로 자라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키가 작다는 것
많은 엄마들은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작으면 고민을 합니다. 우리 아이보다 작은 아이들이 많지만 그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더 큰 아이들만 보이나 봅니다. 의학적으로 키가 작다는 것은 달까지 따져서 같은 나이, 같은 개월, 같은 성별의 아이들끼리 비교 했을 때 100명 중에서 작은 쪽으로 3번째도 안될 때 의미 있게 키가 작다고 말합니다. 또한 일년에 4cm도 자라지 않는다면 이 아이는 키 크는데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키 크기에 중요한 기본요소
키 큰 아이로 키우고 싶은 부모와 아이의 욕망은 해가 갈수록 더 커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그럼 키 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키가 크려면 우선 충분한 칼로리를 섭취해서 몸무게가 충분히 나가야 합니다. 비만이면 곤란하지만 몸무게가 미달이 되면 키가 크는 것은 힘들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다음이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인데 특히 고기를 잘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고기 속 양질의 동물성 단백질과 아연, 철분은 아이의 키 성장에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 다음은 잠을 일찍 자고 충분히 자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등학생 같으면 밤 9시쯤에는 자야 하고 하루 9~10시간 이상 자야 합니다. 또 매일 한두 시간 이상 뛰어 놀게 해야 합니다. 뛰어 노는 것은 관절에 충분한 자극을 줄 수 있어서 키 성장을 도와준답니다. 이것이 아이의 키를 크게 하는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키 크는 주사
요즈음 큰 키를 갖고 싶어하는 아이들이나 아이의 키를 키우고 싶어하는 부모 중에는 키가 크는 주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소아과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선 ‘키가 크는 주사’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 주사는 성장 호르몬 주사를 말합니다. 이것은 사람의 성장 호르몬을 유전자 공학을 이용하여 합성한 것으로 성장 호르몬이 부족하여 키가 안 크는 아이들에게 주사하면 놀랄 만한 효과를 보입니다. 단 성장 호르몬 주사는 성장 호르몬이 부족해서 키가 안 크는 아이들에게만 효과가 있고 다른 이유로 키가 안 클 때는 주사를 맞아도 별 효과는 없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같은 나이, 같은 성별의 아이 100명중에 적은 쪽으로 3번 이내인 아이들은 일단 키가 많이 작다고 생각되고 성장 호르몬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아이들이 다 성장 호르몬 부족인 것은 아닙니다. 이런 아이 중에도 일부가 성장 호르몬 부족이고 이럴 경우 성장 호르몬으로 치료를 하면 효과를 보는 것입니다. 아이가 키가 많이 작다고 생각될 때는 동네의 소아과 의사가 큰 병원으로 보내 줄 것입니다. 큰 병원에 가면 성장 호르몬 검사뿐 아니라 뼈 사진 등을 찍어서 전체적인 아이의 성장 상태를 파악해서 성장 호르몬 사용을 결정합니다.
성장 호르몬이 부족해서 키가 안 크는 경우라도 만일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시기가 너무 늦어서 뼈의 성장이 끝난 후라면 성장 호르몬 주사로도 키를 크게 하기란 어렵습니다. 따라서 일단 아이가 키가 너무 작을 때는 늦지 않게 소아과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키 크는 주사에 대해 필요 이상 기대를 갖고 소아과를 찾아 왔다가 실망하는 분들도 간혹 있습니다. 성장 호르몬 주사는 ‘성장 호르몬이 부족해서 키가 안 크는 아이’에게 사용하는 주사이지 모든 아이의 키를 크게 해주는 비법이 아닙니다. 키가 크고 싶어하는 아이와 부모님의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키와 상관없이 인생을 보람차게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