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병이란 엄마가 자기의 마음을 알아달라는 일종의 표현 방법이다. 따라서 약이 아니라 엄마의 관심이 있어야 낫는 병. 아이에게 솔직하고 적절하게 자기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대화하는 분위기로 이끌어줘야 한다.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꾀병에 대한 가장 좋은 처방인 것이다.
“엄마 배 아파요!” 아침 해가 밝았는데도 침대에서 뭉그적거리며 도통 일어날 생각을 않는 아이. 멀쩡하던 아이가 어린이집 갈 시간만 되면 배 아프다, 머리 아프다 갖가지 꾀병을 늘어놓기 일쑤다. “오늘은 어린이집 쉬어도 좋다”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다시 건강하게 뛰노는 걸 보면 꾀병이 분명하다. 그냥 모른 척 넘어가자니 아이가 상처받을 것 같고, 꾀병을 계속 받아들이자니 습관이 될 것 같다. 우리 아이의 꾀병을 낫게 하는, 아니 애초 꾀병을 부리지 않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꾀병 부리는 아이의 심리
“꾀병은 병이래도/아프지 않은 병/비위가 틀어지면/가끔 나는 병/꾀병은 약 안 써도
바로 낫는 병/눈치 보아 살짝/고쳐내는 병.” 동요 ‘꾀병’의 가사처럼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꾀병을 낫게 하는 가장 좋은 약이다. 한국아동심리코칭센터 이정화 대표는 아이들이 꾀병을 부리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선 부모의 관심을 더 받고 싶을 때 그런 행동을 합니다. 또 아픈 동안 받는 관심과 배려에 대한 미련 때문에 아이들은 종종 아프다는 거짓말을 하기도 하죠. 자신이 회피하고자 하는 일이 있거나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두려울 때도 꾀병을 부립니다.”
흔히 꾀병이라고 하면 몸에 전혀 이상이 없는데도 아프다고 말하는 단순한 거짓말과 병은 없지만 얼굴색이 노래지고 몸이 정말 불편해 보이는 정신 신체 반응, 이 두 가지로 나타난다. 전자는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상대에게 가장해 자신의 증상을 보이려는 것이고, 후자는 그 해당 사건에 대한 불안이 너무 커서 실제 신체적 증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때 아이는 실제로 그 통증을 느끼고 고통스러워한다. 그만큼 내부의 불안과 두려움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꾀병은 두려워하거나 피하고 싶은 상황이 없어지면 곧 그 증상이 사라지는 반면, 신체화는 그 증상이 없어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고통을 호소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자신의 욕구를 잘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가 꾀병이라는 수단으로 그 욕구를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결국 아이가 꾀병을 부린다는 것은 부모와 자신 간의 대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꾀병에 대처하는 엄마의 자세
꾀병인지 아닌지 판단해요 | 아이가 아프다고 하면 무조건 혼내거나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무턱대고 꾀병을 부리는 아이에게 그 증상에 대해 다그치거나 거짓말이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먼저 전후 상황을 살펴서 꾀병인지, 아닌지 잘 판단하도록 한다.
꾀병 부리는 이유를 살펴요 | 아이가 어떤 일을 하기 싫어서 꾀병을 부린다면 자신의 능력에 비해 해야 할 일이 과해서인지, 아니면 그냥 하기 싫어서 거부하는 것인지 살펴본다. 아이들은 어떤 일을 처음 시도할 경우 미루고 싶어서 꾀병을 부리기도 한다. 아이의 발달 연령에 적합한 활동인데도 꾀병을 부린다면 단호하게 대처한다. 단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는 한 번에 하나씩 하도록 해 부담을 덜어주도록 한다.
아이의 마음에 공감을 표시해요 | 아이는 엄마가 자신에게 관심을 덜 가질 경우 꾀병을 부린다. 같은 형제라도 엄마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바라는 아이가 있다. 아이의 그런 욕구를 어느 정도 채워줄 필요가 있다. 아이가 어떤 일을 하는 데 회피하거나 불안하고 두려워한다면 그건 그러한 상황을 이겨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럴 경우엔 아이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해줘야 한다. 또 살짝 다친 것만으로도 과도하게 엄살을 부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엄마가 “겨우 그 정도 가지고 엄살을 부리냐”며 무신경하게 반응하면 아이의 꾀병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따라서 엄마는 “많이 아프겠다. 엄마가 호 불어주고 약도 발라줄게”라며 충분한 관심을 보여준다.
꾀병이면 단호하게 행동해요 | 유치원에 가고 싶지 않거나 책을 읽지 않으려고 꾀병을 부리는 아이도 있다. 이때 부모가 그런 욕구를 쉽게 용인하면 이후로도 아이는 꾀병을 지속하려고 들 것이다. 이럴 때는 아이에게 원칙은 정확하게 지켜야 하고, 예외란 없음을 이해시킴으로써 더 이상 꾀병으로 도망갈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즉 어떤 일이 있어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가야 하는 곳이고, 만약 거기 가서도 낫지 않고 계속 아프다면 엄마가 달려가 도와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시키도록 한다.
대화로 아이 마음을 살펴요 |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고 그 속에 있는 불안을 이끌어내 함께 대화하면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즉 아이에게 솔직하고 적절하게 자기 생각과 감정 등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고 대화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사실 꾀병을 부리고 안 부리고는 평소 부모의 수용력에 따라 달라진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억제된 아이일수록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꾀병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이를 넉넉한 품으로 수용하고 충분한 애정을 쏟는다면 아이의 꾀병은 씻은 듯 나을 것이다.
Tip 꾀병으로 오인하기 쉬운 대표 질병
배 아파요 | 멀쩡해 보이는데도 입버릇처럼 배 아프다고 한다면 배변 습관을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대변을 제대로 보지 못해 복통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복통과 함께 두 다리를 꼬거나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한다면 소아 변비일 확률도 높다. 또한 아이의 대장은 탄력성이 좋기 때문에 어른과는 달리 변실금이 나타나기 쉽고, 방치할 경우 직장염으로 악화될 수 있어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머리 아파요 | 아이가 머리 아프다고 호소할 경우 진짜 머리가 아픈 건지, 아니면 어지러운 건지 정확하게 물어봐야 한다. 아이들은 증상을 표현하는 데 서툴기 때문에 어지러운 것도 아픈 것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유 없는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소아기 양성 돌발성 어지럼증’이 있다. 대부분 5~10세 아이에서 많이 발견되며,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간 갑자기 어지럽다가 사라지는 증상이 반복된다. 이런 증상을 가진 아이의 상당수는 성인이 된 후로도 편두통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가 있다.
눈이 안 보여요 | 책상에만 앉으면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아이가 있다. TV 시청이나 컴퓨터 게임 등으로 눈을 혹사하면 일시적으로 시력이 떨어지고 시야가 흐릿해지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가성근시라고 한다. 일시적인 증상이므로 눈에 휴식을 취하고 긴장을 푼 후 안약을 점안하면 시력을 되돌릴 수 있다. 하지만 이때 안경을 맞춰 쓰면 오히려 시력이 도수에 맞춰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한다. 평소 아이에게 놀이하듯이 눈을 가리게 한 후 숫자를 열까지 세기를 몇 차례 반복하는 것도 눈의 피로를 푸는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