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잔소리, 약일까 독일까

조회 5659 | 2014-05-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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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밖에 모르는’ 당신이 하는 말
아이를 키우다 보면 참아야지 하면서도 잔소리를 늘어놓을 때가 있다. 왕성한 호기심과 폭발적인 행동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를 보며 잔소리 욕구를 누르기란 쉽지 않다. 잔소리 안 하면 좋겠지만 꼭 해야 한다면 아이의 문제 행동은 고쳐지고 부모와의 사이는 돈독해지는 따뜻하고 행복한잔 소리를 하도록 하자.

널 위한 소리? VS 뻔한 잔소리?
잔소리 안 하고 아이를 키우는 집이 있을까? 자녀를 둔 집에서 ‘밥 먹자’는 소리만큼 자주 하는 말이 잔소리다. 부모의 잔소리 모드는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포착하는 순간 발동한다. 물론 잔소리가 좋아서 하는 부모는 없다. 엄마라면 누구나 폭풍 잔소리를 늘어놓기보다 조용조용 말하는 고상한 엄마이길 꿈꾼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나 다르다. 왕성한 호기심과 막무가내 정신으로 크고 작은 문제 행동을 일삼는 아이들로 인해 엄마의 입에선 잔소리 마를 날이 없다.
잔소리에 관한 내용을 다룬 책 <아이가 달라지는 잔소리 기술>을 쓴 저자는 잔소리에 대해 ‘의미를 한두 문장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말을 말하는 사람이 자신의 감정, 요구 정도, 습관 등에 의해 장황하게 늘어놓은 말로, 듣는 사람은 별로 귀담아듣지 않는 말’이라고 의미를 규정하고 있다.
부모는 아이에게 주로 어떤 때 잔소리를 할까? 목동아동발달센터 한춘근 소장은 “부모는 일반적으로 아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잔소리를 합니다. 또한 아이가 불안한 행동을 하거나 다칠 위험이 있을 때, 일이 벌어지면 뒷감당이 힘들어지거나 지시 사항을 수행하지 않을 경우에 부모는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기에 앞서 잔소리부터 하게 됩니다”고 말했다.
가수 아이유의 노래 ‘잔소리’가사처럼 부모의 잔소리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 위한 소리’지만 ‘내 말 듣지 않는 너에게는 뻔한 잔소리’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부모들의 이유 있는 잔소리
부모의 잔소리에는 이유가 있다. 아이가 더 나은 모습으로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 잔소리를 하는 것. 또한 아이가 올바르게 행동하지 않고 위험해보이는 행동을 할 때, 장난이 심할 때 잔소리로 개입하고 통제하려 한다. 아이가 약속과 규칙을 어겼을 때도 잔소리가 이어진다. 부모는 대부분 잔소리 하는 것을 아이에 대한 사랑이자 관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잔소리라는 게 일방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상대방에게 말하는 것으로, 당하는 입장에서는 못마땅하게 느껴질 수 있다. 부모는 자신이 원하는 틀에 아이를 맞추려고 하고, 아이는 부모의 끊임없는 잔소리가 지겹고 싫기만 하다. 엄마 역시 잔소리를 늘어놓는 게 힘들고 속상하다. 때로는 한바탕 잔소리를 쏟아내고 난 후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엄마였나 하는 후회와 자책으로 눈물짓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부모는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의 잘못을 발견하는 순간 잔소리 타이머는 즉각적으로 작동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여러 차례 말해도 아이가 따라주지 않고 말을 듣지 않을 땐 화가 나서 더욱 감정적으로 잔소리를 하기도 한다.
특히 2~3세 무렵의 아이는 한창 자아가 강해지고 독립심과 자립심이 발달해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하면 짜증 내고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나이다. 부모가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다. 아이는 부모의 잔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다. 이처럼 이 시기의 아이는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혼내거나 나무라는 것은 소용이 없다. 오히려 잘한 행동에 대해 아낌없이 칭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위험하지만 않다면 행동을 못하게 막는 것보다 긍정적인 행동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이 시기 아이들의 발달 성향과도 잘 맞는다.

자녀 양육에 잔소리 효과 얼마나?
적당한 잔소리는 삶에 긴장감을 주고 동기를 부여해 몸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긍정적인 연구 결과도 있다. 엄마의 잔소리에 따라 움직이다 보면 운동, 식습관 면에서 유익하기 때문이다.
자녀 양육에도 잔소리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교육 전문가들은 자녀 교육에 잔소리가 주는 효과는 미미하다고 말한다. 잔소리를 듣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부모의 말을 들을 확률이 더 적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잔소리가 부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잔소리가 상대방을 짜증나게 하는 감정으로 표현되기 때문일 것이다. 잔소리를 하다 보면 처음 한두 번은 곧잘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잔소리가 거듭될수록 말을 듣는 횟수가 줄고 부작용만 가져온다. 부모는 한두 번 말해서 듣지 않으면 같은 말을 두 번, 세 번 반복하는 등 윽박지르고 다그치기도 한다. 장기간 계속된 잔소리로 인해 가족 간의 사이가 벌어지고 아이가 상처받는 경우를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잔소리에 내성이 생긴 아이는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도 엄마의 잔소리에 반응하지 않거나 오히려 반항하기도 한다. 그만큼 아이들은 잔소리를 싫어한다. 지나친 잔소리는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잔소리, 잘 사용하면 약이 되지만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잔소리도 기술이 필요하다
같은 내용의 잔소리는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지겹고 힘들다. 그러나 숱하게 지적하고 당부하고 다그쳐도 행동에 변화가 없는 아이를 보면 부모는 답답하고 화부터 나기 쉽다. 이때 필요한 것이 잔소리에 대한 기술이다.
잔소리를 하기 전 선행해야 할 일이 있다. 먼저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며 어떤 내용으로 얘기할 것인지 설명해주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잔소리를 하는 이유를 미리 생각해놓아야 한다. 그래야 잔소리를 반복하는 등의 불필요한 과정을 줄일 수 있다. 부모는 잔소리를 시작하기 전, 아이에게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의견을 먼저 들어보는 것이 좋다. 아이의 행동에 대해 부모가 잘못 오해한 부분이 있을 수 있어 그런 점을 미리 예방할 수도 있다. 아이도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스스로 반성하고 뉘우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잔소리에도 기본적인 원칙이 필요하다. 우선 부모는 자신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조절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또한 아이의 행동을 나무라기에 앞서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고 공감하며 아이의 행동을 바르게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1 잔소리하기 전, 감정 조절이 먼저
잔소리를 하기 전, 부모의 감정 상태를 먼저 체크해보도록 한다. 감정 상태가 안 좋은 경우 목소리 톤은 높고 말 속에 짜증이 섞여 있어 한마디를 해도 심한 잔소리로 들릴 수 있다. 자칫 행동을 바로잡기는커녕 아이와 사이만 벌어지는 등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잔소리는 감정을 충분히 가라앉힌 후 평상심이 유지될 때 시작하도록 한다.

2 어릴 적 기억 떠올리기
우리도 내 아이처럼 어렸을 때가 있었다. 내가 아이였을 때 부모의 말이나 행동을 떠올려보고 그때 기분이 어땠는지 생각해보자. 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들었고 어떤 말을 들었을 때 좋고 싫었는지, 당시 어떤 생각을 많이 했으며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기억을 더듬어보자. 기억을 떠올리기 쉽지 않겠지만 이런 것들이 내 아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3 화가 났을 때는 잔소리도 멀리
부모는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보는 순간 속사포처럼 잔소리를 쏟아놓는다. 그러나 화가 나 있는 상태라면 일단 화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도록 한다. 화가 난 상태에서 말을 하면 격해지기 쉽고 욱하는 마음에 회초리를 드는 등 체벌을 가할 수도 있다. 심호흡을 하며 화를 조절하도록 한다. 그래도 화가 가라앉지 않는다면 잠시 아이와 함께하는 자리를 피하는 것도 좋다. 화난 상태에서는 자칫 상처 주는 말을 할 수도 있고,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다.

4 같은 잔소리, 반복은 금물
잔소리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같은 말을 되풀이해서 반복한다는 것이다. 두 번, 세 번 잔소리를 하는 이유는 한 번만 말해서 아이가 알아들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같은 말을 자꾸만 반복하는 것이다. 아이는 여러 번 말해야 알아듣는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오히려 아이는 여러 번 말하는 것보다 강한 어조로 한 번 정확하게 말하는 것으로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다.

5 잔소리는 바로바로
아이가 잘못했을 때 몇 차례는 그냥 넘어가더니 작은 실수에 기다렸다는 듯이 밀린 잔소리를 늘어놓을 때가 있다. 좀 전의 실수로 시작된 잔소리는 몇 시간 전, 며칠 전 잘못했던 일까지 끄집어내 눈덩이처럼 부푼 잔소리를 모두 말하고서야 끝맺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아이는 엄마가 자신의 어떤 행동 때문에 화가 났는지 알 길이 없어 오히려 당황스러워한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한 경우 그때그때 혼낸 뒤 깔끔하게 끝내도록 한다. 이때 부모의 일관성 있는 태도도 중요하다. 간혹 똑같은 일로 잘못했는데도 엄마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잔소리가 달라질 때가 있다. 그러지 않도록 하자.

6 사람 많은 곳에서의 잔소리는 금물
아이가 어리다고 해도 사람 많은 곳에서의 잔소리는 피하도록 한다. 어려도 남의 시선을 의식할 줄 알고 창피함을 느끼기도 한다. 자칫 자존심이 상할 수 있고 자존감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갔다면 서둘러 아이와 둘만 있을 수 있는 조용한 장소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도록 한다.

7 잔소리하는 이유와 목적을 명확하게
잔소리하는 이유와 목적을 아이가 알 수 있게 말해줘야 한다. 잘못은 아이가 했으니 잔소리를 듣는 이유에 대해서도 알 거라고 생각하는 부모가 있다. 그러나 설명해주지 않으면 아이는 모른다. 잔소리하기 전 항상 잔소리하는 이유를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명확하게 얘기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왜 잔소리를 듣는지 알 수 있다. 잔소리할 때는 어투 선택에도 신중해야 한다. 아이는 부모가 무심코 뱉은 말투에 상심하기도 한다. 이때 아이를 무시하는 듯 힐난하는 말투와 협박하는 어투를 조심해야 한다. “네가 그렇지 뭐” 하는 식으로 말하면 심한 경우 아이는 ‘나는 늘 그런
아이’라는 생각으로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입기도 한다.

8 잔소리는 짧고 굵게
말하고자 하는 얘기는 최대한 짧아야 한다. 잔소리의 목적은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짧게 해야 아이가 그 주제를 명확하게 기억할 수 있다. 말이 길어지면 어느 순간 아이는 ‘지겨운 잔소리가 언제 끝날까?’ 하며 딴생각을 한다.

9 앞으로의 대안 제시와 함께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잔소리를 보면 대부분 앞으로 어떻게 하라는 대안도 없이 끝내는 경우가 많다. 부모는 무엇을 요구하는지 자녀가 알아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얘기해주지 않는 이상 아이는 모른다. 이때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대안은 아이의 수준에 맞고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아이가 감당하기 어렵거나 힘든 일을 요구하면 결국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된다. 그럼 엄마는 또 다시 잔소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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