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내 거” 욕심, 소유 개념 알려주기

조회 3579 | 2014-05-12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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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거, 아빠 거, 내 물건은 어떤 거?
아이가 유난히 다른 사람 것까지 욕심을 내며 “내 거야! 만지지 마!” 하고 고집을 부리는 시기가 있다. 어린아이에겐 쉽지 않은 내 것과 네 것의 개념. 즉 소유 개념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행동이다. 도덕성 발달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유 개념. 어렸을 때부터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알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1. 며칠 전 아이와 마트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아이 손에 계산하지 않은 비타민 사탕이 들려 있는 거예요. 깜짝 놀라 도로 갖다놓으려고 달라고 했더니, 아이가 자기 거라며 울고불고 안 주려고 하더라고요. 이미 집에 그런 종류의 것들을 잔득 사다놓은 터라 “집에 가면 있으니까 다시 제자리에 놓고 오자”고 아이를 달래봤습니다. 그런데도 소용이 없어서 결국은 마트 가서 계산하고 나왔습니다.
#2. 둘째 아이가 예전엔 안 그랬는데, 요즘 들어 형의 물건을 자꾸만 자기 거라고 우겨서 첫째 아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어요. 버젓이 자기 칫솔이 있는데도 형 거로 닦겠다고 하는가 하면, 똑같은 것인데도 둘 다 자기 거라고 버젓이 형 이름이 쓰여 있는 장난감을 쥐고 안 놔서 크게 싸우는 일도 있었습니다. 네 거가 아니라고 야단도 쳐봤는데 더 심해지는 것 같아서 지금은 다른 방법을 찾아보고 있어요.

‘나’의 개념 생기면서 소유 개념도 생겨
행복한심리상담센터 이미영 소장은 ‘나’의 개념이 생기는 시기와 비슷하게 아이들은 소유의 개념이 생기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대부분 생후 14개월 이후부터 ‘내 것’이 생긴다고 보면 된다는 것. 특히 자의식과 고집이 세지는 두 돌 이후에는 더욱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기엔 내 것과 남의 것에 대한 구분과 인식이 없어 단순하게 마음에 들면 내 것이라고 하면서 마음대로 가지고 오는 것이다. “자기의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나이가 되면 새로운 물건이나 사람들에 호기심이 많아집니다. 적극적으로 탐색을 하면서 새롭고 흥미로운 물건을 보면 누구의 것이든 상관없이 만지고 소유하려고 하죠. 그러니 위의 사례처럼 마트의 물건을 집어 오거나 친구의 장난감을 마음대로 가져오거나 가족의 물건을 탐내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호기심과 탐색, 동시에 지금 당장 필요가 없어도 눈앞에 있지 않아도 내 물건이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 점차 소유 개념이 정확해집니다. 자신의 물건에 특별히 더 애착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왜 ‘네 것’을 ‘내 것’이라고 우길까
그렇다면 아이는 자기 소유의 것도 아닌데 왜 내 것이라고 우기는 걸까? 남의 물건을 가지고 와서 그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려 하면 울거나 다시 달라고 떼를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아이는 부모에게 야단을 맞기도 하고, 부모 역시 무작정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아이 때문에 난감해지기 일쑤. 하지만 이런 행동이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시기의 아이는 상황의 논리보다 자기중심적이고 욕구 중심으로 행동하는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이미영 소장은 “쉽게 말해 아이는 눈앞의 상황만 보고 ‘가지고 싶다’는 욕구에 따라 즉각적으로 행동을 하는 것뿐이에요. 생각으로는 ‘집에 똑같은 게 나도 있어’ ‘내 것이 아니야’라고 할 수 있더라도 ‘가지고 싶어’가 가장 최우선이므로 욕구가 힘의 논리에서 이기는 거죠. 그러니 당연히 아이는 욕구대로 행동하는 거예요”라고 설명한다.

소유 개념이 잘 형성된 아이
아이에게 소유 개념을 알려주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자신이 생각한 대로 무한정 가질 수 없다는 한계 설정으로 자신의 것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며, 상대방의 소유를 존중함으로써 타인의 입장, 기분을 이해하고 예의를 갖추는 습관을 들이게 된다. 또한 이런 습관은 또래 관계를 원만하게 형성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어서 장차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요즘 나의 것이 아니면 함부로 대하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점차 줄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남의 것, 우리의 것을 다루는 방법을 가정에서 익히고, 이를 통해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함을 절감하는 부분이다. 한편 이미영 소장은 이것은 부모에게도 통용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아이에게 무조건 ‘이것은 언니 것’ ‘아빠 것’이라고 교육하기보다 먼저 아이의 소유를 존중해주고 소중히 다루어준다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것을 어떻게 다루는지 배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엄마가 아이의 물건을 허락 없이 다른 친구에게 물려준다거나 가지고 놀지 않는다고 아이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버리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반대 입장에서 아이의 소유를 정확하게 지켜주지 않는다면 아마도 아이는 무시당했다고 생각할 거예요. 알게 모르게 자신도 남의 것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배울 수도 있답니다.”

소유 개념이 잘 형성되지 않은 아이
이미영 소장은 소유 개념이 도덕성 발달과도 밀접해 보인다고 덧붙인다. 남의 것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면 물건을 허락 없이 가져오는 데 큰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으며, 이런 극단적인 예가 아니더라도 친구, 형제들끼리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자주 다투고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
“소유 개념이 잘 형성되지 않은 아이는 ‘그게 뭐가 잘못되었어? 그냥 빌린 것뿐이잖아’라는 인식이 강해서 상대방에게 허락을 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화를 내는 상대방이 인색하다고 느끼며 서운해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나눔에서 인색하기 때문에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가질 수 있지요. 또 자기 물건에 대한 애착이 약해 자주 잃어버리거나 빈번하게 같은 물건을 구입하거나 충동구매가 잦아질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소유 개념을 알려줘요!

물건의 용도 알려주기_ 부모는 대부분 아이들에게 “그래, 그냥 가져”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건 친구거야” “이것은 네 것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정도다. 그러다가 더 떼를 부리면 억지로 빼앗아서 놓거나 “똑같은 거 사줄게”라고 상황을 모면한다. “왜 이렇게 욕심이 많니?” “왜 너밖에 몰라” 하고 화가 나서 아이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말을 내뱉는 경우도 있다. 소유 개념이 부족해서 고집을 부리는 아이에겐 우선 물건의 용도를 미리 알려주는 게 좋다. 공동으로 쓰는 물건이든 친구의 것이든 가지고 나서는 이후에 돌려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일방적으로, 또는 친구의 것을 빼앗아 가져온 것은 절대 가지고 놀게 하지 않는다. 이 경우 ‘내 것’이라는 인식이 더 강하게 돼 상황이 더 악화되므로 꼭 다시 돌려주도록 해야 한다.
아이의 마음을 살펴요!_ 혹시 아이가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방식으로 주변의 관심을 받으려고 하거나 놀이를 선택한 것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잘 놀지 못하는 아이나 스스로 재미를 찾지 못하는 아이들일수록 남의 것에 욕심을 내거나 가져오고 싶어 하는 마음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부모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남의 것으로 함께 다른 놀이를 해보도록 아이를 도와주는 것도 한 방법.
아이의 것, 다른 사람의 것 소중히 다루기_ 자주 피드백을 주는 방법과 함께 앞서 말했던 것과 같이 아이의 것을 비롯해 다른 사람의 것을 소중히 다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아빠 것이니까” “이것은 언니 것이라서 엄마도 물어봐야 해”라고 일상 속에서 알려주는 것이다.

소유 개념 익히는 활동과 놀이

아이 물건에 이름표 붙이기_ 아이 물건에 이름표를 붙여주고,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다. 특히 단체 활동에서는 꼭 필요한 작업. 다른 사람의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줄 때도 이름표가 도움이 된다.
사용 순서 정하기_ 가정에서 같이 쓰는 물건에는 사용하는 순서를 정해주고, 독점할 때는 잠시 동안 사용하지 못하게 치워두는 것이 좋다. 다시 줄 때는 어떻게 함께 쓸 건지 정하고 나서 돌려주도록 한다. 간단하게 순서표를 만들어보는 활동을 해보는 것도 괜찮다.
누구 색종이일까?_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놀이. 색종이를 가지고 빨강은 ‘아빠’, 분홍은 ‘엄마’ 하고 각자 자신의 색을 정한다. 색종이를 모아놓고, 가족 중 누군가 마음에 드는 색종이를 뽑아든다. 이어 “누구 것?”이라고 외치면 가족은 해당되는 사람을 향해 “○○ 거” 하고 말하며 가서 안아준다. 가족 모두 색종이를 들면 “우리 거” 하고 가족 모두 뭉쳐서 안아주면 된다. 좋아하는 색의 색종이로 해도 되고 실제 물건(신발, 화장품, 옷 등)으로 해도 된다. 색깔이 헷갈리면 간단하게 ‘엄마’ ‘아빠’ 하고 써놓으면 알아보기 쉽다.
장난감 정리하기, 장난감통 꾸미기_ 각각 자기 것을 넣을 장난감통(바구니)을 정하고, 청소하거나 정리할 때 “이것은 ○○의 것”이라고 분류해 직접 갖다놓게 한다. 이와 함께 자기만의 장난감통 꾸미기를 함께해보면 좋다. 예를 들면 자기 것 앞에 자기 사진을 붙이고, ‘○○의 장난감’이라는 이름표를 붙여주는 것이다. 아이가 장난감으로 놀이한 후 스스로 정리 습관을 기르는 데도 효과적이다.
빨래 분류 놀이_ 세탁한 옷가지를 건조대에 널 때 아이에게 “엄마 거” “아빠 거” 하고 해당되는 가족 구성원의 옷을 가져오게 한다. 조금 큰 아이에게는 “엄마의 양말” “아빠의 바지” 등 좀 더 구체적인 조건을 달아준다. 가져온 빨래를 직접 널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 마른 빨래는 바닥 위에 널어놓고 ‘○○의 것 찾기’와 빨래 개서 분류하기까지 해볼 수 있다.
어디에 있었던 물건일까?_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의 자리를 찾아주는 놀이. 예를 들어 “아빠의 시계”라고 외치면, 눈으로 자리를 찾아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게 한 다음 직접 가져오게 하는 것이다. 미리 잘 보이고, 가져오기 쉬운 장소에 물건을 놓아두면 아이가 수월하게 미션을 수행할 수 있다. 몇 가지가 모였으면 가져온 물건을 다시 제자리에 갖다놓기를 한다.
스티커 붙이기(물건 카드 분류하기)_ 라벨지에 엄마, 아빠, 아이의 사진과 각각 해당되는 물건의 사진을 프린트해 준비한다. 큰 종이에 가족 구성원별 구역을 정해 나누고, 각각에 사진을 붙여 표시한다. 물건 스티커를 하나씩 뽑아 누구의 물건인지 말하고 해당되는 곳에 붙이기를 한다. 물건 그림이 있는 카드를 활용해 놀이해도 된다.
소유 개념 알려주는 그림책 읽기_ 소유 개념을 주제로 한 그림책을 아이와 함께 읽어본다. 아이는 그림책 속 주인공을 통해 자기의 행동을 되돌아볼 수 있으며, 부모는 그림책을 보여주면서 말로 설명해주기 어려운 소유 개념에 대해 아이가 쉽게 이해하도록 이야기해줄 수 있다. 소유 개념을 알려주는 그림책에는 <내 스웨터야!>(오드레이 푸시에 저/보림), <이건 내 거야>(미우라 타로 저/북뱅크), <다 내 거야>(정지혜 저/비룡소), <다 내 거야>(줄리 개스먼 저/노란우산), <소유가 뭐예요>(길해연 글․황미선 그림/키즈 김영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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