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행동에서 읽혀지는 ‘소리 없는 아우성’
아이들이 어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집착이나 고집을 피울 때 흔히 이상행동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이유없는 이상행동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또한 그 원인의 대부분은 부모의 양육태도와 연관이 있다. 아이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고개만 갸우뚱할 것이 아니라 부모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사례별로 살펴보자.
아이들이 떼를 쓰고 물건을 던지는 등 어른들의 시선에서 이상한 행동을 할 경우 부모의 걱정은 이만저만 커지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행동은 거울과 같아서 대부분 어른들의 행동을 그대로 보고 배우거나 부모의 잘못된 양육 때문에 좋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대부분 부모가 아이를 잘 감싸주거나 사랑으로 대해주면 좋아지는 행동들이다. 간혹 발달에 문제가 있거나 아이마다 성향이 달라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한국아동상담센터 김성은 부소장은 “문제가 있어서 상담을 받는 아이들 중 대부분이 어른들 눈에는 이상행동으로 비쳐지지만 아이들에게는 단순한 놀이이거나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크게 혼내거나 야단치기 보다는 아이의 입장을 잘 배려해주고 아이와 함께 되도록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재밌는 활동이나 놀이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랑만큼 큰 치료제는 없으니깐요”라고 조언한다.
TV를 끄면 신경질 내는 아이
매번 TV만 끼고 살려고 하고, TV를 보느라 밥도 안 먹는 아이들이 있다. TV 그만보고 밥 먹으라고 끄면 신경질을 내고 떼를 쓰면서 다시 TV를 켤때까지 울기도 한다. 이런 아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 아이들은 자기가 보고 있는 TV를 껐을 때 신경질을 낸다. 이러한 행동은 아이가 TV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직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TV를 끄면 자신의 행동을 방해하는 행동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화를 낸다. 실제로 아이는 지금 자신이 즐거운 놀이를 하고 있는데 부모가 일방적으로 TV를 끔으로써 자신의 놀이를 방해 받았다고 여길 수 있는 것이다. 부모는 TV를 유해하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하나의 놀이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TV 시청은 아이가 주도적으로 놀이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TV에서 주는 일방적인 메시지에 따라 가는 것이므로 매우 수동적인 놀이므로 좋은 놀이가 아니다. 아이들이 TV 시청에 심취하는 이유는 부모와의 즐거운 놀이 경험이 부족한 경우에 많이 나타난다.
이렇게 해 주세요_ 아이들은 바깥 활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바깥에 나가서 실컷 놀게 되면 자연스럽게 TV에 대한 집착이 줄어들 것이다. 많은 부모들이 TV를 보는 것은 걱정하고 제지하면서 아이가 ‘놀아 달라’ ‘바깥에 나가자’고 하는 요구에는 못들은 척 한다. 아이들의 놀이 요구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면 TV에 대한 집착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한쪽 부모만 집착하듯 좋아하는 아이
아빠를 혹은 엄마를 광적으로 좋아해서 모든 일을 한쪽 부모와 하려고 하고 다른 부모는 손도 못대게 하는 경우가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 아이들은 만 2세 이전까지 엄마를 훨씬 더 좋아한다. 그런데 분리 불안이 심한 아이들은 - 집안에 불안이 심한 경우는 유전적인 면도 작용한다 - 만 3세 반이나 만 4세까지도 엄마에게 집착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는 편안하게 충분히 수용해주면 자연스럽게 좋아진다. 한쪽 부모만 좋아하는 경우는 누가 잘해주고, 혹은 잘 못해줘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그러므로 아이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지나치게 자책하거나 원망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런데 가끔 아빠만 좋아하는 경우의 아이들이 있다. 이 경우는 대부분 아빠가 아이와 잘 놀아주고 아이의 기분을 잘 맞춰주는 등 자녀 양육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경우이다. 그러다 보면 엄마는 엄한 역할을 하게 되고 그래서 아이는 아빠에게 더 기울어지게 되는 악순환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해 주세요_ 엄마에게 지나치게 집착할 때는 엄마와 억지로 떨어뜨리려는 시도는 좋지 않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다른 가족에게 관심이 옮겨 오도록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빠만 좋아하는 경우는 엄마가 엄한 역할을 줄이고 아이의 요구를 수용해주고 양육에 좀 더 적극적이 되면 자연스럽게 균형이 맞춰진다.
물건을 집어던지는 아이
화가 나거나 화가 나지 않을 때도 물건을 집어 던지는 아이들이 있다. 물건을 소중하게 다루지 않는 것은 물론, 마치 물건을 던지는 것을 놀이쯤으로 여기는 아이들, 어떻게 해야 할까? 화가 났을 때 물건을 집어던지는 것으로 표현하는 아이들은 성향이 다소 강한 아이들이다. 자신이 불리한 상황, 기분 나쁜 상황 등에 대한 감정 표현이 다른 면에서도 적극적으로 나타나는 아이들이 많다.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는 연령대(2세 이후~7세 전)에 더 심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살핀다. 간혹 부모의 폭력성을 그대로 배워 아이가 폭력적인 경우도 있으므로 부모의 태도부터 살펴본다.
던지는 것을 놀이로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다. 또한 아파트에서 여기 저기 장난감을 바깥으로 던지는 아이는 평소에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데 제지를 많이 받는다고 생각해 마음속에 분노가 내재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해 주세요_ 우선 물건을 집어 던지는 상황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엄하게 제지해야 한다. 그러면서 ‘그렇게 화가 많이 났니?’라고 아이의 감정을 읽어준다. 아이가 흥분했을 때는 엄마에게 달려들 수 있기 때문에 꽉 껴안고 아이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그리고 아이가 놀이를 끝내야할 때에는 강제로 치우지 말고 미리 시간을 말해주고 기다려주어야 한다.
자다 깨서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
한밤중에 깨서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들, 따로 재우는 아이들이 매일 밤 깨서 부모의 방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어쩌다 한번이 아니고 거의 매일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를 따로 재울 경우 아이가 깨서 울거나 부모의 방으로 수시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은 아이가 아직 혼자 자는 것에 익숙하지 않거나 부모와 분리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나타난다. 최근 부모들은 예전에 비해 더 빨리 아이를 따로 재우는 경향이 많아졌다. 문제는 아이의 독립성을 위해 따로 재우면서 다른 여러 육아방식에서는 독립적이지 않게 되면 아이가 혼란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또 지나치게 지치고 피곤한 하루를 보냈거나 부모에게 크게 혼나거나 놀란 일이 있어도 아이가 자다 깨서 우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해 주세요_ 자꾸 깨서 울거나 부모방에 찾아오는 아이는 굳이 따로 재우지 않는 것은 좋다. 또 낮에 아이와 충분히 놀고, 재미있는 활동을 많이 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해도 좋아지지 않고 너무 심하게 울면 수면 클리닉을 찾아가서 수면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때리는 아이
친구 혹은 동생을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때리거나 폭력을 쓰는 아이들이 있다. 화가 나서 싸우는 것과 달리 그다지 화를 낼 상황이 아닌데 화를 내는 아이들 어떻게 할까?
만 2세 전 아이가 때리는 것은 나쁘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행동이다. 간혹 때리는 것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아이들은 우선 부모가 훈계할 때 외에 아이에게 수시로 머리나 등, 엉덩이 등을 때리면서 행동을 통제하거나 야단치지 않았나 되돌아봐야 한다. 이러한 행동은 아이가 폭력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되기도 한다. 또한 폭력을 쓰진 않았더라도 평소에 아이를 귀찮아하고 감정적으로 대하면 아이에게 폭력적인 성향이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해 주세요_ 친구나 동생을 때리는 행동은 엄하게 제지하되 ‘너도 아파봐라’면서 때리는 것은 절대 안된다. 대신 아이 손을 잡고 못하게 하고 ‘뭣 때문에 속이 상했어?’라며 아이 감정을 읽어주고 안정이 되면 때리면 나쁜 행동임을 말해줘야 한다. 그리고 평소에 아이가 이것저것 제지를 많이 당하면 폭력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므로, 아이의 요구를 어디까지 들어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너무 심하게 방을 어지럽히는 아이
방을 심하게 어지르는 것은 기본이고 정리는 절대 하지 않는다. 자신의 방뿐만 아니라 부모의 방이나 거실도 어지르기 일쑤. 절대 정리하지 않는 아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들은 대부분 정리를 잘 못한다. 그러므로 정리를 잘 하게 하려면 작은 것부터 가르쳐야 한다. 그냥 ‘치우라’고 한다고 잘 치우는 것이 아니다. 만약 장난감을 다 엎어놓고 노는 아이라면 우선 장난감을 반으로 줄여서 베란다로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2주나 3주 정도 장난감들을 바꿔놓는다. 괜히 이것저것 다 내놓고 아이에게 어질러 놨다고 신경질 부리지 마라.
이렇게 해 주세요_ 자기가 가지고 놀았던 것들 중 하나라도 통에 집어넣도록 유도하고 칭찬하는 것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하나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늘려간다. 또한 아이가 정리하기 쉽도록 통을 구분해 준다. 간혹 만 3세 전후로 가끔 아이들이 자신이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을 치우지 말고 그대로 놔두기를 바랄 시기가 있다. 이럴 때는 치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것들을 통해 자기 주도성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존중해 주는 것이 좋다. 단, 지나치게 어지르고 전혀 신경쓰지 않을 뿐 아니라 자꾸 부딪치고 실수 하는 일이 많으면 주의력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잘 살펴본다.
몰래 물건을 가져오는 아이
친구 집, 어린이 집 등 자신이 놀고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몰래 가져오는 아이들이 있다. 한두번은 실수려니 생각했는데 계속되는 아이의 행동, 무엇이 문제일까?
아이들은 도덕성이 완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가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가져오기도 한다. 대신 가져오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기 때문에 몰래 가져온다. 남의 것과 내 것이 조금씩 구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행동들을 도둑질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이것이 앞으로 아이의 도덕성 발달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철저하게 ‘안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친구나 어린이집에 물건을 갖다 주고 친구 엄마가 ‘안된다’는 것을 이야기 하게 하고 집에서도 ‘갖고 싶은 물건’은 엄마에게 이야기 하도록 한다. 또 아이가 남의 것을 가지고 온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 하면 ‘정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 다음부터 하지마라’고 말한다. 심하게 야단을 치면 오히려 아이가 숨길 수 있다.
이렇게 해 주세요_ 어릴 때부터 남의 것과 내 것을 구분하는 것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또한 물건의 주인이 물건을 잃어 버렸을 때 얼마나 속상할지를 알려준다. 간혹 아이에게 지나치게 절제를 가르치느라 장난감을 많이 사주지 않는 경우에 아이가 남의 것을 가져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아이에게 맞는 절제인지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관심이나 사랑이 부족한 경우도 남의 것을 자주 손을 댈 수 있으므로 충분한 배려와 사랑을 주어야 한다.
구석을 너무 좋아하는 아이
아이들은 본래 구석진 자리를 좋아한다. 그래서 자신의 아지트처럼 한쪽 구석에 자리를 만들고 들어간다. 하지만 심하게 구석을 좋아하고, 식당이나 밖에서도 구석에만 들어가려고 하는 아이들이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들이 구석을 좋아하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요나 신드롬’이라고 한다. 이것은 엄마 뱃속의 편안함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회귀 표현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구석을 좋아하는데 바깥에 나가서조차 그렇다면 조금 문제가 된다. 특히 발달에 지연이 있는 경우에 그럴 수 있으니 주의해서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불 놀이, 텐트 놀이 등등을 지나치게 제지하면 바깥에서 이런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이렇게 해 주세요_ 정서적으로 불안정할 경우 안정감을 가지기 위해 구석을 찾기도 한다. 이럴 경우 심하게 야단을 맞거나 충격적인 일들이 있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바깥에서 이럴 정도면 전문기관을 찾아 상담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자위 비슷한 행동을 하는 아이
우연히, 혹은 일부러 성기를 만졌다가 기분이 좋아져서 자위행위를 하는 아이들이 있다. 간혹 땀을 뻘뻘 흘리며 집중하는 아이도 있다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들에게는 자위 또한 하나의 놀이로 인식된다. 하지만 적절하지 않은 놀이임은 틀림없다.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몸에 관심을 가지긴 하지만 다 자위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자위 행동을 하는 아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방치된 아이, 즉 부모가 바쁘거나 다른 이유로 혼자 놀이를 많이 할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면 아이는 이러한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이런 행동들을 하게 된다.
이렇게 해 주세요_ 이런 아이들은 부모가 관심가지고 놀아주기만 해도 줄어들고 없어진다. 어떻게 보면 아이들의 문제(앞에서 언급된 문제들)는 아이들의 욕구들을 잘 읽고 반영해주면 저절로 없어질 수 있다. 4~5세 아이들은 학습이 아니라 부모와 신나게 놀고 바깥 활동을 자주 하면 가장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