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과 육아, 아빠가 할 일은 어디까지?

조회 3779 | 2014-07-0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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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모호한 건 차라리 정해달라고요!

가정 내에서 아빠가 할 일을 정하는 것은 여러모로 애매모호하다. 그렇다고 제3자가 끼어들어 그것을 정해주는 건 더욱 불편하고 불만족스러운 일이다. 부부가 서로 충족할 수 있는 아빠의 역할을 협의하여 정해보자. 집안일과 육아, 엄마만큼 아빠의 역할도 꼭 필요하다. 앙쥬맘 토크 내용을 반영해 아빠가 해주었으면 하는 집안일과 육아 리스트를 뽑아봤다.

얼마 전 TV 개그 프로그램의 ‘애정남(애매한 건 정해주는 남자)’ 코너에서 부부의 가사 분담을 주제로 정말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내용이 전파를 탄 적이 있다. “여자가 일을 잘하기 때문에 일을 전부 하고, 남자는 준비와 뒤처리를 모두 한다” “억울하면 남자가 요리를 배우면 된다” “남자 입장에서 특약 사항으로 시어머니 방문 시 여자가 다 한다” “여자 입장에서 특약 사항은 임신했을 때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해 임신 중 1만 포인트를 지급한 다음 남성이 식사, 빨래, 청소 등을 하면 한 번에 10점씩 마이너스 하고, 예를 들어 임신 중 밤 12시 이후에 갑자기 뭐 먹고 싶다고 사오라고 해서 사오면 100점, 계절 과일이 아닐 경우 좀 더 크게 500점을 마이너스 한다’ 등 다소 엉뚱하고 편향돼 보이면서도 어딘가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는 통쾌함이 있다. 끝으로 ‘남성들 가사 분담하기 싫으면 연봉을 2배로 올리면 된다”는 풍자 개그까지 날리니, 관객의 여성들을 포함해 TV를 시청하는 여성들의 반응까지 뜨겁다.
이처럼 애정남이라도 그 애매모호한 경계를 풀고 부부가 각자 할 일을 정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앙쥬맘 다수가 요즘 유행하는 애정남에 관심이 있는지, 앙쥬맘 토크에서도 우리 부부 일도 애정남이 정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실상은 ‘내가 할 일 아님’으로 뻔뻔하게 자기 하고 싶은 일만 하고 모르쇠 하는 사람이 가사와 육아를 덜 하는 불합리한 방식이라는 게 불만이라는 것. 법으로라도 남편 또는 아내가 할 일을 정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아빠도 할 말은 있어요!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을 하고 퇴근해서 집에 오면 맛있는 저녁 먹고 TV나 보면서 편하게 쉬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특히 아내가 전업주부일 경우 ‘나도 밖에서 일하는데, 아내도 안에서 일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어 집에 와서까지 일을 하는 것은 어쩐지 억울한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떤 아빠는 회사에서 하루 종일 시달리다 집에 가면 마치 집안일을 해주는 살림꾼, 아이와 놀아줄 도우미가 온 것처럼 반기는 통에 퇴근해서 집에 돌아가는 것이 두렵다고 토로한다. 차라리 아빠가 할 일을 정해놓으면 그것까지만 하고 쉬면 될 텐데 하겠지만, 막상 그렇게 정해놓는다고 해도 그 외의 것들까지 도와주길 바라는 아내의 요구가 없어진 게 아니라 피곤하다.
아내가 남편이 알아서 도와주지 않아 답답함을 느끼는 것만큼 남편도 어디까지 어느 정도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하다. 아이는 엄마, 아빠가 함께 키워야 한다는 점에서 책임을 느끼긴 하지만, 아이는 엄마가 잘 돌보고, 아이도 엄마를 더 잘 따르기 때문에 아빠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해버린다. 엄마만큼 아이를 잘 돌볼 자신이 없다는 이유다.

아이에게 필요한 아빠의 역할이 있다
어린아이는 아빠보다 엄마와 같이 있는 시간이 많다. 상대적으로 엄마를 좋아하고, 익숙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이에게 아빠만이 줄 수 있는 일이 있으므로 방관하면 아이는 아빠의 육아 참여로 얻을 수 있는 정서적 안정과 두뇌 발달을 놓칠 수 있다. 소아청소년과․소아신경과 전문의인 김영훈 박사는 자신의 저서 <엄마가 모르는 아빠 효과>를 통해 엄마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아빠가 해줄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연구에 따르면 아빠와의 놀이나 상호작용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좌뇌를 발달시키며, 영유아기 때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었던 아이는 수리 능력이 떨어지고 성취동기도 낮았다는 것. 또한 아이 입장에서 보면 엄마와 다른 생각, 다른 가치관을 접하는 것만큼 의미 있는 교육도 없는데, 이것이야말로 그 어느 누구도 대신하지 못하는 아빠만이 해낼 수 있는 역할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아빠와 아이 사이에 깊은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아빠와 아이가 직접적으로 만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저귀 갈기, 목욕시키기, 분유 먹이기 등 사소한 일이라도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정해두고, 처음엔 서툴더라도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아빠 혼자서 해내면서 밀고 나가면 곧 익숙해진다.

동지애를 가지고 집안일을 함께 하자
집안일에서는 아내에게 필요한 남편의 역할이 있다. 아무리 체력 좋고 책임감이 강한 슈퍼우먼도 혼자서는 해도 해도 티가 안 나는 집안일을 도맡아 하긴 힘들다. 부모교육 전문가 이보연 소장은 <아빠 리더십>에서 “나만 참고 견디며 나만 힘든 것 같을 때 사람은 누구나 억울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상대방도 같이 힘들어한다고 여기면 그때는 왠지 동지애마저 느낍니다”라면서 부부가 동지애를 가지고 서로 이해하고 격려해주고 용기를 주며 한 배를 같이 저어가야 한다고 피력한다. 이어 아내가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편히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 아내가 매일 하는 일들을 한 번 적어보라고 권한다. 어렵지 않지만 매우 귀찮고 내키지 않고, 꼭 해야 되지만 생색나지 않는 일들이 허다함을 알 수 있다는 것. 이런 집안일은 비단 전업주부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회사에서 일할 땐 아이를 맡기지만 출근 전,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는 집안일과 육아를 한꺼번에 해내야 한다.

 

남편에게 바란다!
시키는 일은 하겠는데, 알아서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것만이라도 꼭 지켜줬으면 하고 바란다. 사소하지만 읽어보면 뜨끔할 만한 내용이 많다. 설마 그동안 당신이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 행동들은 아니었는지 체크해보자.
- 퇴근하면 옷을 훌러덩 벗어놓는 남편, 세탁 바구니에 직접 넣어주었으면.
- 마실 물은 직접 가져오길.
- 자기가 마신 물컵은 그때그때 헹궈놓았으면. 
- 씻은 다음 젖은 수건 아무 데나 놓지 않았으면.
-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휴지 등 먼저 본 사람이 치웠으면(꼭 보고도 못 본 척).
- 집안일을 하고 있을 땐 아이라도 봐줬으면.
- 아이가 울며 보채면 무조건 엄마한테 안 넘겼으면(잠깐 달래볼 생각 없나요?).
- 아이 밥 먹이고 늦게 밥 먹는데 자기는 밥 다 먹었다면서 먼저 일어나지 않았으면.
- 직접 할 거 아니면 잔소리는 그만했으면.
- 어린이집(조부모집)에 맡긴 아이, 한 번쯤이라도 데려다주고 데리고 왔으면(왜 꼭 엄마가 가야 하나요?).
- 재활용 쓰레기 버려달라고 안 할 테니, 버릴 때 분리 배출 좀 해줬으면(버리면서 분리 배출까지 하려면 너무 힘들어요!).
- 식사하고 설거지까지 안 바라니 먹은 그릇이라도 싱크대에 넣어줬으면.
- 하루 30분만이라도 아이와 놀아주었으면.
- 주말에 집안일 하나라도 도와줬으면.
- 주말엔 가끔 한 번 가족과 나들이 가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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